[이런말저런글] 산책은 가진 꾀를 버리고 지혜를 얻는 걷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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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책 하면 떠오르는 한 역사적 인물이 철학자 이마누엘 칸트입니다. 매일 같은 시간대에 산책하며 사색한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 이유로 같은 시간에 늘 같은 행위를 하는 이들은 "칸트 같다"는 소리를 듣기도 합니다.

휴식을 취하거나 건강을 위해서 천천히 걷는 일. 사전은 산책을 이렇게 정의합니다. 이 산책(散策)의 원뜻이 '꾀를 버리는 일'이라는 해설을 봅니다. 한자를 파자(破字)하여 의미를 새기는 책(안채영의 『하루에 한 번 파자시』)에서입니다. 책에 따르면 흩을 산(散)은 흙(土) 속에 육신(月)을 묻으면 남는 것 없이 모두 흩어져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뜻으로 파자됩니다. 꾀(할) 책(策)은 대나무 죽(竹)에 묶을 속(束)으로 쪼개지니 꾀나 방법으로 풀이되고요. 대나무 채찍을 묶었으니 얼마나 강력한 계책이겠느냐고까지 책은 반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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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 고형규]

그렇습니다. 꾀(계책)를 (흩어서) 버리는 일이 산책이라는 가르침입니다. "새로운 지혜를 얻으려면 가진 꾀를 내려놓는 법부터 알아야 한다"고 『하루에 한 번 파자시』는 말합니다. 칸트의 산책 루틴 이유가 짐작됩니다. 한편으로 한 자전(한자 사전)의 설명을 따르면 산책 할 때 책은 꾀보다 지팡이 쪽이라고 합니다. 채찍으로 시작하여 열아홉 가지 뜻이 있는 策은 지팡이(명사), 지팡이 짚다(동사) 하는 의미로도 쓰입니다.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걷는 이미지가 산책과 포개집니다. 산책은 결국 육체적이기도, 정신적이기도 한 걷기일 수밖에 없습니다. 오늘도 차분하게 걸으며 머리를 식히고 잔꾀를 버립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안채영, 『하루에 한 번, 파자시』, 달아실출판사, 2019, pp. 24-25. 산책(散策) 인용

2. 동아 백년옥편 전면개정판(2021년판)

3. 표준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0월21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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