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비쳐진다'는 잊고 '비춰진다'는 멀리하고

1 month ago 13

- 둘이 싸우는 것으로 비쳐진다.(X)

- 그만의 스타일로 비쳐졌다.(X)

- 조직적 범죄로 비쳐진 바 있다.(X)

흔한 실수입니다. 기본형 [비치다]는 그대로 피동입니다. 둘이 싸우는 것으로 비친다 / 그만의 스타일로 비쳤다 / 조직적 범죄로 비친 바 있다로 각각 교열합니다. 비쳐진다 하는 것은 보인다 하면 되는 걸 보여진다 하는 꼴입니다. 비친다는 목적어 없는 자동사라는 점을 기억합니다. 무엇으로 보이거나 인식된다는 뜻입니다. 달빛이 비친다 하여, 빛이 다다라 환하게 될 때도 씁니다. 거울에 내 얼굴이 비친다 할 땐 어디에 사람이나 사물의 모습이 드러나거나 어린다는 의미입니다. 비친다는 곧 보인다는 의미 계통이라 여기면 오류를 줄일 수 있습니다. 싸우는 것으로 보인다 / 스타일로 보였다 / 범죄로 보인 바 있다처럼 바꿔서 생각하는 습관을 들입니다.

비치다와 쌍으로 살필 말은 [비추다]입니다. 비추다는 목적어를 동반할 수 있는 타동사입니다. 비치다와 그 점이 결정적으로 다릅니다. 빛을 내는 대상이 다른 대상에 빛을 보내어 밝게 한다는 의미입니다. 난로에서 새어 나오는 불빛이 마루를 비추고 어둠이 짙게 서린 뜰에는 늦은 눈이 내리고 있었다.(한수산/유민) 조금 좋지 못하던 일기는 홀연히 개어서 서창을 비추는 저녁 빛은 두 사람의 마음을 명랑하게 하였다.(한용운/흑풍) 하는 용례가 있습니다. 엑스선에 가슴을 비추거나 거울에 얼굴을 비춘다고도 씁니다. 또 많이 쓰이는 것은 '…에 비추어(비춰)' 꼴입니다.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상식에 비추어, 처지에 비춰 하는 식으로요. 피동형 비추어지다(비춰지다)를 비치다 대신 쓰는 경우를 보는데, 그것도 잘못입니다. 비춰진다는 말에 보이거나 인식된다는 뜻는 없습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최종희, 『고급 한국어 학습 사전』(2015년 개정판), 커뮤니케이션북스, 2015

2. 이화여대 국어문화원 상담 게시판 전자 우편 상담-'비추다'와 '비치다' 외 9건 - http://eomun.ewha.ac.kr/sub/sub05_01.php?mNum=5&sNum=1&boardid=qna&mode=view&idx=1515&goPage=&g_idx=

3.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비춰지다는 틀린 표현일까요? - https://m.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310299&pageIndex=1

4.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비추다 비치다 - https://m.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309236&pageIndex=1

5. 표준국어대사전

6. 고려대한국어대사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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