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불에 덴 손을 움직입니다, 손이 움직입니다

1 month ago 14

뜨거운 솥 가장자리를 모르고 집어 손가락을 데었습니다. 이때 '데었-'이 아니라 '데였-'을 쓰려는 유혹은 왜 생길까요? 뎀을 입었으니까 [데다]를 '데이다'로 활용하여 데이었다 → 데였다 하는 것이 맞을 거란 생각에서입니다. 잘못입니다. 데다는 '불이나 뜨거운 기운으로 말미암아 살이 상하다. 또는 그렇게(상하게) 하다'라는 두 가지 뜻을 갖습니다. 솥에 손가락을 데고 / 발이 뜨거운 물에 데고 / 이글거리는 태양에 얼굴을 데고, 하면 그만입니다. 데다는 몹시 놀라거나 심한 괴로움을 겪어 진저리가 난다는 의미로도 확장되어 쓰입니다. 독한 술에 데고, 상사의 꾸지람에 데고, 고난도 수학 문제에 뎁니다. 이래저래 데이다는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이미지 확대 '데다' '데었어'가 규범표기라고 전하는 답변

'데다' '데었어'가 규범표기라고 전하는 답변

국립국어원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답변 캡처

[데다]처럼 '이/가', '을/를'과 같은 꼴로 어울리는 낱말이 [움직이다]입니다. 몸이 움직인다고 해도 되고 몸을 움직인다고 해도 되니까요. 하루 사이에 마음이 움직였다 /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려 노력했다 하고 쓸 수도 있고요. 소설에서는 막걸리가 넘어가는 덕보의 목에선 목젖이 꿈틀꿈틀 움직였다.(한수산/부초) / 내가 돌아서려니까, 노인은 손을 저어 말리었다. 그러고는 상반신을 움직여 겨우 일어나 앉았다.(손창섭/유실몽) 하는 쓰임이 보입니다. 어중간하게 아는 것은 때로 독이 됩니다. 국어 지식이라고 예외일 리가요. 아는 게 힘이 되려면 더 열려 있어야 합니다.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이희자 이재성,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틀리는 한국어』, 커뮤니케이션북스, 2013 (서울도서관 전자책, 유통사 Y2BOOKS)

2.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데다, 데일 뻔 하다 -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313563&pageIndex=1

3.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데였어 - https://m.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310841&pageIndex=1

4.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5.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9월09일 05시55분 송고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