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미흡은 잘 안된 느낌, 미진은 못다 한 느낌

1 month ago 12

미흡(未洽)하다, 미진(未盡)하다를 뒤섞습니다. 읽는 쪽에서 그런 글은 미흡해 보입니다. 이 문장에서는 '미진하다'보다 '미흡하다'가 알맞은데, 미진하다고들 많이 씁니다. 구별하려면 말뜻을 알아야 합니다. 또 생각해야 하고요.

[미흡하다]는 '(무엇이) 기준에 다다를 만큼 충분하지 못하다'를 의미합니다. 사후 조치가 미흡하다 / 옷을 입고 활동하는 데에 불편함은 없지만 마감 처리가 미흡해서 아쉽다 / 미흡한 설명에는 의문이 따르기 마련이다, 하는 용례가 뜻을 그대로 보입니다. 사후 조치, 마감 처리, 설명 모두 충분하지 못한 겁니다. 그래서 흡족하지 못하고 만족스럽지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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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분과 구별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답변 캡처

[미진하다]는 '아직 다하지 못하다'입니다. 면회 시간이 끝나는 벨이 울렸다. 순간 나는 화들짝 놀라며 긴요한 말을 빼먹은 것 같은 미진하고 초조한 느낌을 맛보았다.≪박완서, 도시의 흉년≫, 마무리를 짓기 위해 선생님의 글쓰기에 대해 미진했던 몇 가지 질문을 더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이문열, 시대와의 불화≫ 하는 소설 속 쓰임이 있습니다. 할 말을 못다 하고 질문을 못 끝낸 느낌을 각각 표현합니다. 미진하면 미흡할 가능성이 있습니다. 미흡하다고 미진한 것은 아니지만요.

들머리에서 [구별하다]를 썼습니다. 이 단어도 [구분하다]와 헷갈립니다. 제대로 쓰려면 뜻을 알아야 하고 생각해야 합니다. 구별은 어떤 대상들이 성질이나 종류에 따라 차이를 보이며 특정 주체들이 그것을 인지하는 느낌과 연결됩니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고 이상과 현실을 구별하며 구별과 구분을 구별합니다. 구"분"은 일정한 기준에 따라 전체를 부"분"으로 갈라 나누는 개념에 닿아 있습니다. 도심 거리를 흡연 구역과 금연 구역으로 구분하고 운동 종목을 축구, 야구, 농구로 구분하며 문장 성분을 주어, 서술어, 목적어로 구분합니다. 이젠 구분과 구별의 쓰임을 알 것 같습니다. 우리는 만물을 진짜와 가짜로 "구분"하기도 하며 축구, 야구, 농구의 경기 규칙을 "구별"하기도 한다고요.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온라인가나다 상세보기 구분과 구별 (등록일 2025. 2. 23.) - https://m.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310645&pageIndex=1

2. 중앙일보 [우리말바루기] '구별'과 '구분'은 구별하라 (입력 2008.07.17 00:26 업데이트 2008.07.17 00:50) - https://www.joongang.co.kr/article/3227903

3. 표준국어대사전

4.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9월01일 05시55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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