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말저런글] 누가 뭐라고 한 거지? 따옴표를 잘 부탁합니다

1 month ago 10

돌아온 조국 "얼마나 두려웠으면"

국민의힘 팩폭하는 황명필

최근 한 유튜브 뉴스 영상에서 이런 제목을 봤습니다. 조국혁신당 황명필 최고위원이 국민의힘을 비판하는 내용입니다. 조국 전 대표의 정치 재개를 국민의힘이 견제한다고 보고 "얼마나 조국이 두려웠으면" 그러겠는가 하는 황 최고위원의 주장을 담았습니다. "얼마나 조국이 두려웠으면 ∼"의 화자는 당연히 황 최고위원입니다. 그런데 제목 첫 줄만 보면 조국 전 대표가 화자이며 그가 목적어 없이 "얼마나 두려웠으면" 하고 말한 것처럼 비칩니다. 조국 다음에 큰따옴표를 바로 써서 발화 내용을 옮겼기 때문입니다. 따옴표를 잘 부탁합니다.

이미지 확대 올림말 '큰따옴표'

올림말 '큰따옴표'

표준국어대사전(온라인) 낱말 찾기 갈무리

어떤 따옴표 뉴스 제목은 아래에 가상의 예로 든 따위의 방식으로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① 기자가 묻습니다. "이번 회담에서 논란이 되는 그것에 대해 언급하실 작정입니까?" 이에 A씨는 "글쎄요"라고 답한 뒤 자리를 뜹니다. 이게 ≪A씨 "논란의 그것 언급할지 말지 고민스럽다"≫ 제목으로 기사화됩니다. ② 청문회를 앞둔 B씨에게 기자는 "최근 제기된 그 의혹, 모두 사실입니까?" 하고 묻습니다. B씨는 "아닙니다. 청문회에서 설명하겠습니다"라고 답하고요. ≪B씨 "그 의혹 아닙니다" 전면부인, 청문회 주목≫ 제목이 붙여진 과정이 이렇습니다.

①에서 A씨가 한 말은 "글쎄요"뿐입니다. 그가 언제 "논란의 그것 언급할지 말지 고민스럽다" 했습니까? 그 정도도 해석 못 해, 그 말이 그 말이지 뭐, 하면서 막 쓰면 안 됩니다. ≪A씨, '회담서 논란의 그것 언급 계획 있냐'에 "글쎄"≫로 바로잡습니다. 따옴표를 잘 부탁합니다. ②에서도 B씨가 한 말은 "아닙니다. 청문회에서 설명하겠습니다"가 전부입니다. 그가 아니라고 한 것이 몽땅 다 사실이 아니라고 한 것인지,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렸다고 한 것인지, 이도 저도 아닌지, 아예 무의미한 말을 한 것인지 불분명합니다. ≪B씨, 그 의혹 모두 사실이냐 묻자 "아니다. 청문회서 설명하겠다"≫를 대안으로 제시합니다. 그 의혹은 기자가 한 말이지 B씨가 한 말이 아닙니다. 따옴표에서 빼세요. '전면부인'도 이런 류의 기사에서 보이는 빗나간 해석이자 어설픈 사족일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옴표를 잘 부탁합니다. 제발! (서울=연합뉴스, 고형규 기자, uni@yna.co.kr)

※ 이 글은 다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작성했습니다.

1. 표준국어대사전

2. 고려대한국어대사전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8월25일 05시55분 송고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