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정도일 줄은…"중고 아이폰 99%가 짝퉁" 경악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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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중고폰 판매점 '에코폰'에 중고폰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29일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위치한 중고폰 판매점 '에코폰'에 중고폰들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음지에 있던 중고 휴대폰 유통 시장이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 중고폰 안심거래 사업자 인증 제도(중고폰 인증제)가 실시돼 중고폰 매입과 판매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세워졌다. 중고폰 사업을 하던 이동통신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 관계사는 물론 중고폰 중소기업도 본격적으로 경쟁에 뛰어든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중고폰 인증제와 중고폰 거래사실 확인 서비스 제도가 지난 28일부터 시행됐다. 중고폰 인증제는 이용자 보호 등 일정 요건을 만족하는 중고폰 유통 사업자를 '안심거래 사업자'로 인증하는 제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해당 제도를 지난해 7월부터 시행하려 했지만 국무조정실 심사 규제가 늦어져 1년 정도 미뤄졌다.

중고폰 소비자들은 주로 중고 거래 플랫폼이나 해외 직구에 의존해 허위 매물에 노출되기 십상이었다. 실제로 관세청 평택직할세관에 따르면 지난 3월4~25일 사이 특송물류센터로 반입된 중국발 아이폰SE의 경우 99%가 '짝퉁'(가품)으로 밝혀졌다.

중고폰 판매 사기도 막기 어려웠다. 판매자가 중고폰 거래 후 보험금 수령을 위해 악의적으로 통신사에 분실, 도난 신고를 하면 구매자는 속수무책으로 당해야만 했다. 중고폰 판매를 입증할 근거가 없기 때문. 사기에 대응하려면 민사소송을 할 수밖에 없었다.

중고폰 인증제와 거래사실 확인서는 이 같은 피해를 막을 방지 장치다. 매입 사업자의 경우 개인정보 삭제 절차와 확인서 발급을 필수적으로 이행해야 한다. 등급별 매입 가격 정보와 등급 결과 이유도 밝혀야 한다. 판매사업자도 등급별 등급 기준을 마련하고 그 이유를 안내해야 한다. 동시에 공장 초기화 여부를 포함한 성능확인서나 보증기간을 명시한 보증서도 필수적으로 발급한다.

반품은 물론 환불도 보장된다. 제조사 서비스센터를 통한 수리 가능 여부 안내, 국내 통신서비스 이용 제약 여부 확인, 분실·도난 신고 여부 확인, 1년 이상 중고 단말의 판매기록 작성·보관도 이행해야 한다.

중고폰 업계는 이번 제도를 기점으로 중고폰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다. 중고폰 사업을 실시하던 이통3사 관계사들도 경쟁에 돌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간 SK텔레콤의 그룹사인 SK네트웍스의 민팃, KT의 KT M&S, LG유플러스의 미디어로그는 중고폰 매입과 데이터 삭제 사업에 주력했다.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위치한 KT M&S가 운영하는 중고폰 판매점 '리본'에서 중고폰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에 위치한 KT M&S가 운영하는 중고폰 판매점 '리본'에서 중고폰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박수빈 기자

이통3사 중 KT M&S는 가장 적극적으로 중고폰 시장 사업에 나서고 있다. 중고폰 매입 부문에서는 KT와 협업을 통해 직영점 250곳에서만 운영되던 중고폰 매입 장치(MRI)를 올 하반기 안에 450곳으로 늘릴 예정이다. 특판과 가판 활동을 기반으로 하는 '찾아가는 중고폰 매입 서비스'도 KT와 함께 도입할 계획이다. 중고폰 판매의 경우 KT M&S가 운영하는 중고폰 판매점 '리본'을 중심으로 온라인몰과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할 방침이다.

민팃은 인증제 이후에도 중고폰을 판매하지 않을 예정이다. 민팃 관계자는 "소비자간 거래(B2C) 사업을 확장할 계획은 아직 없다"며 "하지만 중고폰 인증제 신청은 첫날부터 했다. 중고폰 매입 사업에 더욱 주력할 것"이라 설명했다. 미디어로그는 중고폰 인증제 이후 새롭게 실시하는 사업에 대해 아직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중고폰 매입·판매 중소기업 또한 사업을 더욱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 마포구에 위치한 중고폰 판매점 '에코폰' 매장 관계자는 "중고폰의 경우 약정도 없고 가격도 저렴해 이미 1020 세대들이 많이 찾는다. 인증제 이후 중고폰 시장이 좀 더 알려지게 되면 더 많은 사람이 찾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단 중소기업은 중고폰 인증제 기준을 충족하려면 준비 기간이 필요해 곧바로 '안심거래 사업자' 인증을 받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KT M&S와 민팃은 인증제 시행 첫날인 전날 바로 신청서를 접수했다. 미디어로그는 이날 중고폰 인증제 신청서를 제출했다.

사실 거래 확인서를 발급할 때마다 900원이 드는 지점도 중소기업이 관련 사업을 운영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한다. 업계 관계자는 "2027년까지는 사실 거래 확인서를 무료로 발급할 수 있지만 그 이후에는 한 장씩 발급할 때마다 900원을 내야 한다. 중고폰을 대량으로 보유해야 하는 상황에서 900원이란 요금은 부담된다"고 말했다.

박수빈 한경닷컴 기자 waterbe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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