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율곡로] 초대 내각 '진격의 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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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이승우 선임기자 = 이재명 정부의 초대 내각 인선이 11일 마무리됐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한 달을 조금 지난 시점에서다. 국회 인사청문회 검증을 거쳐봐야 알겠지만, 국회에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우위를 점한 만큼 결정적인 결격 사유가 나오지 않는다면 장관 후보자 모두 그대로 임명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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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사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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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이번 조각에서 눈에 띄는 건 현역 의원이 9명에 달해 우리 헌법의 내각제적 요소가 잘 드러났다는 점과 함께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 출신 인사들이 정부 요직에 적잖이 포진했다는 점이다. 이날 발탁된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와 앞서 지명된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는 모두 네이버 경영진 출신이다. 하정우 대통령실 AI미래기획수석도 네이버에서 AI(인공지능) 부문을 지휘해온 '네이버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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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휘영 문체부 장관 후보자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
(서울=연합뉴스) 대통령실은 11일 이재명 대통령이 신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에 최휘영 놀유니버스 대표이사를 지명했다고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브리핑을 통해 밝혔다. 2025.7.11 [대통령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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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휘영 후보자는 현재의 공룡 네이버를 있게 한 초기 공신 중 한 명이다. 연합뉴스 공채 기자 출신인 그는 연합뉴스의 자회사였던 YTN 기자를 거쳐 야후코리아로 이직하며 포털 업계에 투신했다. 2002년 NHN으로 이직했는데, 이때 네이버의 급성장에 기여한 것으로 평가받아 훗날 NHN 대표이사 자리까지 오르게 된다. 네이버는 뉴스와 게임 서비스라는 양대 축을 발판으로 포털 1위로 올라서는데 당시 최 후보자는 기자 출신의 강점을 살려 뉴스 서비스를 주력 사업으로 이끈 것으로 알려졌다.

한성숙 후보자도 전문지 기자 출신의 NHN 초창기 멤버로 대표이사를 지냈다. 네이버의 검색 기능 강화에 기여했고 웹툰 유료화, 페이 서비스 도입 등으로 자사 혁신을 주도했다고 한다. 하정우 수석은 향후 포털 생존의 성패를 가를 것으로 지목된 AI 기술을 네이버에서 총괄했던 딥러닝(deep learning) 전문가다. 네이버의 AI 연구를 주도했고 한국어 언어모델 개발에도 기여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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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하는 한성숙 중기부장관 후보자

(서울=연합뉴스) 김성민 기자 =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가 26일 서울 영등포구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수도권평가실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출근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5.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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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들어 기술 기업 출신이 이처럼 약진하는 것은 일단 긍정적 신호로 평가할 만하다. 이념, 정파, 정치적 인연보다는 자원 빈국 대한민국이 먹고 살 유일한 길인 미래 첨단기술 개발, 기술기업 양성, 기업 하기 좋은 환경 조성에 일단 의지를 갖추고 있다는 신호로 볼 수 있어서다. 특히 AI 산업의 경우 이 분야 경쟁에서 탈락하는 나라는 선진국 지위를 유지하기가 불가능할 거란 예상도 나온다.

다만 특정 기업 출신이 정부 요직에 한꺼번에 포진하는 현상에 대한 경계감도 감지된다. 네이버는 우리 정보통신기술(ICT) 산업 발전에 이바지한 우량 기업이고 구글의 독점에 맞설 대항마이다. 하지만 내부 거래 의혹과 문어발식 기업 확장 논란, 골목 상권 침해 논란 등이 끊이지 않았고 거의 매년 국회 국정감사의 단골 증인·참고인이었다. 성남FC 후원금과 분당 제2 사옥 특혜 의혹 등으로 오랜 기간 수사를 받기도 했다. 네이버의 각종 사업에 대한 인허가와 규제를 담당할 당국의 수장에 우연히도 네이버 간부 출신들이 포진한 만큼 앞으로 당사자들은 '이하부정관(李下不整冠)'을 명심해야 할 듯하다. 이하부정관은 오얏나무 밑에서 갓끈을 고쳐 쓰지 말라는 뜻의 고사성어다. 의심받을 짓은 미연에 방지하란 의미다.

lesli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11일 16시2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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