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이승우 기자 = 조지프 여상 윤은 미국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주말레이시아 대사 등을 역임한 고위 외교관이다. 지금은 주한 미국대사대리를 맡고 있다. 주한 미국대사와 6자 회담 수석대표를 지낸 성 김 현대차 대외협력담당 사장과 함께 대표적인 한국계 미국 외교관으로 꼽혔다. 윤 대사대리는 북핵 협상에 오래 관여했고 동아태 수석부차관보 시절 막후에서 미얀마 민주화에 기여했다. 2017년엔 북한에 억류됐다 혼수상태에 빠진 미국 대학생 오토 웜비어를 직접 데리고 나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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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교 이야기를 하려는 건 아니고 우리말 어문 규정을 좀 다뤄보려 한다. 윤 대사대리의 이름 표기법 때문이다. 예전 미국에서 윤 대사대리를 만났을 때 그는 문득 한국 언론이 자신의 이름을 표기하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다. "왜 제 이름이 조지프인가요?" 필자도 답을 주지 못했다. 원어민 발음과 우리말 표기법이 과도하게 달라서다. 그의 이름은 Joseph이다. 성서에 나오는 그 요셉 맞다. 베네딕토 16세 교황인 요제프 라칭거(Joseph Ratzinger)도 같은 이름이다. 영미권에선 '조~셉', '조~섭' 정도로 발음한다. 그런데 우리말 외래어 표기법에 따르면 Joseph는 '조지프'로 적게 돼 있다. 조지프 바이든 전 미국 대통령은 우리말을 모르니 항의할 일은 없겠다.
Joseph가 조지프인 원리는 이렇다. 외래어 표기법 기본 원칙에 따르면 외래어를 현용 24 자모만으로 표기하고 외래어 1 음운은 1 기호로 적게 했다. 받침에는 'ㄱ, ㄴ, ㄹ, ㅁ, ㅂ, ㅅ, ㅇ'만 쓸 수 있고 파열음 표기에는 된소리를 쓰지 않는다. 이런 기본 원칙에 더해 외래어는 외래어 표기법 제2장에서 정해놓은 '국제음성기호와 한글 대조표'에 따라 적는다. 과거 국립국어원 설명에 따르면 인명 '조지프'는 이런 원칙에 따라 영어사전 발음 기호를 참고해 표기한 것이라 한다.
동아출판 프라임 영한사전 인터넷판에서 Joseph의 미국식 발음기호를 보니 '조우저프', '조우서프' 정도로 읽게 돼 있다. 영국식 발음기호는 '조우지프'로 발음한다. 국어원은 영국식 발음기호를 따른 셈인데, 내리는 눈을 뜻하는 스노를 '스노우'로 적지 않는 것처럼 '조우' 발음을 '조'로 적으면 사실 '조지프'는 문제가 없다. 다만 영향력이 더 크고 더 많이 쓰는 미국식 발음 대신 영국식에 기반한 이유는 뭘까. 혹시 윤 대사대리가 미국인이지만 영국에서 주로 공부하며 학위를 딴 걸 참고한 걸까.
언어 규범은 법률과 같아 필요에 따라 원칙을 깨기 시작하면 전체 틀이 무너지고 언어생활에 혼란이 온다는 말에 십분 동의한다. 다만 원칙을 존중하더라도 특정 단어가 원어 발음과 격차가 심하거나 이름 주인이 표기를 인정 못 한다면 전반적 정비를 논의해볼 만하다. '조지프'를 놓고 국어원과 언론 간 여러 차례 논쟁도 있었던 걸로 안다. 그 결과 적지 않은 언론이 결국 표기법을 별 이유 없이 무시하고 그냥 조셉 윤으로 적는데, 그러면서도 바이든 전 대통령이나 최근 별세한 조지프 나이 하버드대 교수 등은 조지프로 표기하는 모순을 보인다. 외래어 표기법 기본원칙에는 '이미 굳어진 외래어는 관용을 존중하되, 그 범위와 용례는 따로 정한다'는 규정도 있다. 기독교인들을 상대로 요셉이 아니라 요세프로 적으라 강요하지 않는 건 이런 맥락일 것이다. 언중 사이에서 조지프가 굳어진 발음인지는 모르겠다.
lesli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5월19일 08시50분 송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