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척추 및 상처 치료재료 1위 기업인 시지바이오가 글로벌 대형 의료기기 업체와 협업해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대미 기술 수출 계약과 글로벌 유통망 확보도 이르면 연내 성과가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부작용 없이 손상 뼈 대체
유현승 시지바이오 대표는 14일 인터뷰에서 “척추와 상처 치료재료 사업을 두 날개로 세계 최대 의료기기 시장인 미국에서 승부를 낼 것”이라고 밝혔다. 시지바이오는 뼈, 피부, 주름 개선용 필러 등 생체 재료를 기반으로 하는 인공 조직 대체재를 만든다. 주요 매출 제품인 ‘노보시스’는 유 대표가 13년 연구 끝에 2017년 세계 두 번째, 국내 최초로 개발한 골형성 단백질 탑재 골대체재다. 골절 치료나 척추디스크 수술(척추유합술) 시 뼈 손상 부위에 주입하면 인체 내 줄기세포를 골세포로 분화시켜 새로운 뼈 생성을 돕는다. 골형성 단백질의 전달체로 다른 경쟁사들이 콜라겐 스펀지를 쓰는 것과 달리 이 회사는 유 대표가 개발한 하이드록시아파타이트(HA) 성분을 사용한다. 골형성 단백질이 스펀지에서 새어 나와 간혹 엉뚱한 곳에서 뼈를 자라게 하는 부작용이 없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유 대표는 “시멘트에 자갈을 넣어 콘크리트 강도를 높이는 것처럼 HA가 물리적으로 뼈 구조를 보강해 신생 뼈를 강하게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노보시스는 국내 ‘빅5’ 등 대형 병원에 공급되고 있고 세계적으로 10만 건 이상 적용돼 안전성과 효능을 인정받았다. 세계 척추 치료재료 시장은 글로벌 1위 의료기기 회사인 미국 메드트로닉이 장악하고 있다. 로컬 기업이 자국 시장을 수성하는 나라는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한국 정도다.
시지바이오의 국내 시장 점유율은 척추 치료재료 40%(중증 치료재는 80%), 상처 치료재료 30%(중증 70%)다. 시지바이오는 상처 치료재로 습윤 드레싱, 인공 피부, 진공음압창상처치용(NPWT) 기기 및 드레싱 등을 판매한다.
◇대미 기술 수출도 가시화
시지바이오는 세계 2위 의료기기 회사인 미국 존슨앤드존슨메드테크 유통망을 활용해 인도, 대만, 태국 등 아시아 6개국에 노보시스를 수출하고 있다. 시지바이오는 미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글로벌 대형 의료기기 회사와 기술 수출(라이선스 아웃)도 논의 중이다. 이르면 연내 계약이 성사될 것으로 보인다.
이 회사는 상처 치료재료 분야에서도 또 다른 글로벌 대형 의료기기 회사에 독점 판매권을 넘기기 위해 협상 중이다. 이르면 연내, 늦어도 내년 초 협상이 완료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시지바이오가 강점을 지닌 중증 상처 치료용 NPWT와 전용 드레싱은 내년 상반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동시 승인을 받는다는 목표다.
유 대표는 서울대 재료공학부 석·박사 시절 인공 뼈 제조 기술을 연구하다가 2000년 국내 최초로 인공 뼈를 상용화하는 데 성공했다. 이후 윤재승 대웅제약 최고비전책임자에게 투자받은 뒤 2006년 시지바이오를 설립했다. 지난해 매출은 2009억원으로 전년 대비 22.5% 증가했다. 유 대표는 “내년 매출 3000억원을 넘겨 2030년 1조3000억원을 달성하는 게 목표”라며 “척추, 상처, 필러 분야 등에서 글로벌 강자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