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활동이 늘어나는 계절이다. 5월은 연중 자외선 지수가 최고인 시기다. 강한 자외선에 과다하게 노출되면 피부 뿐만 아니라 눈 건강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 오존층 파괴…이젠 햇빛도 피부암 유발
자외선(UV)은 파장 길이에 따라 A, B, C로 구분되는데, 이 중 자외선 A와 B는 인체에 영향을 준다. UV(A)는 피부 깊이 침투해 노화와 주름을 유발하며, UV(B)는 피부 표면에서 일광화상 및 피부암 위험을 높인다. 안혜진 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흔히 ‘피부가 벌겋게 익었다’고 하는 증상은 자외선 B가 피부 표면을 태워 화상을 입은 상태로 홍반, 가려움증, 화끈거림은 물론 물집, 통증, 부종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며 “이를 예방하기 위해서는 야외활동 시 SPF(sunburn protection factor) 지수가 높은 자외선 차단제를 바르고, 장시간 햇볕에 노출될 때에는 2시간마다 덧바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장시간 자외선 노출은 화상 위험뿐만 아니라 피부암 발병률도 높인다. 자외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지정한 1군 발암물질로, 자외선 A와 B는 피부암 발병 원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파장이 긴 자외선 A는 피부 깊숙이 도달해 면역체계에 영향을 줄 수 있고, 자외선 B는 직접적으로 DNA의 변성을 일으켜 암 발생 위험을 높인다.
안혜진 교수는 “피부암은 피부의 세포에서 발생하는 악성 질환으로 기저세포암, 편평상피세포암, 악성흑색종 등이 있다”며 “다른 암에 비해 국내 발병률은 낮지만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피부암 환자가 늘어나는 중이며 특히, 오존층 파괴로 지표에 도달하는 자외선 양도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강한 햇볕을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 자외선, 백내장·황반변성 발생 가속화
자외선은 수정체에 영향을 주어 백내장 발생 위험을 높이고, 망막 중심부의 황반에도 손상을 줄 수 있다. 따라서 햇빛이 강한 날에는 선글라스를 착용해 눈을 보호하는 것이 중요하다.
백내장은 수정체가 혼탁해지면서 시야가 흐려지는 질환으로, 주로 노화로 인해 발생하지만 자외선 노출 또한 주요한 위험 요인 중 하나다. WHO에 따르면 전 세계 백내장 환자의 약 20%가 자외선 노출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특히 자외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면 수정체 내 단백질 변성이 가속화돼 백내장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
백내장이 진행되면 시야가 점점 뿌옇게 변하고, 강한 빛에 대한 눈부심이 심해지거나 빛이 퍼져 보이는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야간 시력 저하, 복시 등의 증상이 동반될 수 있고 치료하지 않고 방치하면 시력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수 있다. 최광언 고대구로병원 안과 교수는 “백내장은 일단 발생하면 자연적으로 회복되지 않으므로 증상이 심해질 경우 수정체 제거술 및 인공수정체 삽입 수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야외활동 시 선글라스를 착용하고, 챙이 넓은 모자를 활용하면 효과적으로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다”며 “흡연은 백내장 발생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알려져 있으므로, 금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황반변성은 망막 중심부에 위치한 황반이 손상되면서 시력 저하가 발생하는 질환으로, 65세 이상 인구에서 실명을 유발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황반은 시력의 90% 이상을 담당하는 중요한 부위이기 때문에 손상이 진행되면 물체가 일그러져 보이거나 중심 시야가 흐려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황반변성은 주로 연령 증가와 관련이 있지만, 유전적 요인뿐만 아니라 흡연, 비만, 자외선 노출 등의 환경적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최광언 교수는 “특히 자외선은 망막 세포에 산화적 손상을 유발해 황반변성 진행을 촉진할 수 있다”며 “강한 햇빛 아래에서 장시간 활동하는 경우 반드시 자외선을 차단할 수 있는 보호 장비를 착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특히 최 교수는 “황반변성의 초기 증상은 미미하여 자각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한쪽 눈을 가리고 보았을 때 사물이 휘어져 보이거나 중심 시야에 이상이 감지된다면 즉시 안과 검진을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 어린이도 자외선 차단 선글라스 착용을
자외선은 성인뿐만 아니라 어린이의 시력 발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어린이의 수정체는 성인보다 투명해 자외선을 더 많이 흡수하게 되므로, 강한 자외선에 노출될 경우 망막 손상의 위험이 증가할 수 있다. 따라서 자외선이 강한 날에는 아이들도 모자나 선글라스를 착용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선글라스를 선택할 때는 반드시 ‘UV 차단 99~100%’ 혹은 ‘UV400’이 표시된 제품을 고르는 것이 중요하다.
최 교수는 “선글라스를 사용할 때는 자외선 차단 기능이 검증된 제품을 선택해야 한다”며 “자외선 차단 기능이 없는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동공이 확장된 상태에서 오히려 더 많은 자외선에 노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