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바이오기업 알지노믹스가 다국적제약사 일라이릴리에 최대 1조9000억원 규모로 유전자치료제 기술을 이전했다.
알지노믹스는 리보핵산(RNA) 편집 플랫폼을 활용해 릴리와 유전성 난청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고 15일 밝혔다. 알지노믹스가 초기 연구를 맡고, 이후 임상시험과 제품화는 릴리가 담당한다. 계약금 중 선급금은 공개되지 않았다.
릴리가 알지노믹스를 공동 개발 파트너로 낙점한 까닭은 앞선 RNA 정밀 조작 기술 때문이다. 알지노믹스의 TSR(트랜스-스플라이싱 리보자임)은 병을 일으키는 RNA만 세포 속에서 골라 제거하고 그 자리에 치료에 도움이 되는 RNA를 끼워 넣는 유전자 조작 기술이다.
기존 유전자 치료 기술은 환자의 DNA를 직접 건드려 영구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알지노믹스의 기술은 세포의 핵 속 DNA는 건드리지 않고, 그 DNA에서 복제돼 만들어진 RNA만 조절한다. 간세포로만 몰려가 간질환 외에는 적용이 어려운 기존 RNA 기술과 달리 여러 장기에 적용할 수 있다는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그 덕분에 난청을 비롯해 암, 희소질환 등 여러 분야에 활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릴리와의 계약이 알지노믹스가 기업공개(IPO)에 나서는 데 중요한 기반이 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기술성평가 특례를 신청한 알지노믹스는 평가 결과가 나오는 대로 올 하반기 코스닥 상장을 추진할 계획이다. 이성욱 알지노믹스 대표(사진)는 “IPO를 앞두고 기술력을 입증했다”며 “치료제로 개발할 수 있도록 릴리와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