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세계 최초 9000번째 간이식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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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간이식 9000건 달성을 기념하며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이 간이식 9000건 달성을 기념하며 한자리에 모였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지난달 30일. 서울아산병원 수술방 네 곳이 동시에 열렸다. 생체 간이식 수술 두 건을 동시에 하기 위해서였다. 간암과 간경화로 고통받는 고모와, 알코올성 간경화로 투병하는 이모에게 조카의 간을 이식하는 수술이 각각 진행됐다. 11시간 넘는 수술로 환자의 혈류를 연 순간 회색빛 간에 붉은 생기가 돌았다. 서울아산병원에서 한 8999번째, 9000번째 간이식 수술 기록이다.

서울아산병원이 세계 처음으로 9000번째 간이식 수술에 성공하며 ‘K의료’의 역사를 다시 썼다. 이 병원이 뇌사자 간 이식 수술을 처음 한 것은 1992년 8월이다. 지난달 30일 9000번째 수술이 진행되기까지 32년8개월이 걸렸다.

수술 성적은 세계 최고다. 전체 수술 중 살아있는 가족 등의 간을 환자에게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은 7502건, 뇌사자 간이식은 1498건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의 간이식 1년 생존율은 98%에 이른다. 3년 생존율 90%, 10년 89%로 장기 생존율도 상당히 높다.

기술 개발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이승규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가 1998년 세계 처음 개발한 변형우엽 간이식은 세계 간이식 표준 수술법이 됐다. 해외 각국 의료진의 기술 전수 요청도 이어지고 있다. 1955년 한국 의료 재건을 위해 의술을 전파한 미국 미네소타대병원은 2015년부터 서울아산병원의 생체 간이식 수술 기술을 배우고 있다. 이 교수는 “9000번의 간이식 수술 역사를 쓴 원동력은 환자들이었다”며 “간이식·간담도외과 집도의뿐 아니라 마취통증의학과 등 수많은 의료진이 ‘원팀’이 돼 장기 생존과 삶의 질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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