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소버린 인공지능(AI)’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뒷받침할 클라우드 인프라는 외국 기업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성능 연산을 뒷받침할 인프라뿐 아니라 이를 운용할 전문 인력조차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중국만 해도 화웨이 등 빅테크들이 AI 독립을 위해 클라우드 국산화에 힘을 싣고 있다.
지난 23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3년 부가통신사업 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클라우드 이용률은 아마존웹서비스(AWS)가 60.2%로 압도적 1위였고, 이어 마이크로소프트 애저(24.0%), 구글 클라우드(GCP·19.9%) 순이다. 네이버 클라우드가 20.5%로 구글을 근소하게 앞섰지만 KT(8.2%), NHN(7.0%), 삼성SDS(1.2%) 등 다른 국내 사업자는 모두 한 자릿수 점유율에 그쳤다.
정부가 강조하는 ‘K클라우드’는 AI 연산을 감당할 체급조차 못 갖춘 상태다. 초거대 AI 모델은 수천 개의 고성능 그래픽처리장치(GPU)가 동시에 작업을 나눠 처리할 수 있는 연산 환경이 필요하다. 여기에 데이터를 지체 없이 주고받는 고속 네트워크와 학습 과정에서 생성되는 방대한 정보를 저장할 수 있는 대용량 스토리지도 필수다. 하지만 국내 클라우드 기업 중 이런 AI 전용 인프라를 한꺼번에 갖춘 곳은 사실상 전무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정부가 뒤늦게 AI 데이터센터 구축에 나서고 있지만 선도국과의 격차는 이미 돌이키기 힘들 만큼 벌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옥스퍼드인터넷연구소(OII)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AI 데이터센터는 미국이 26개로 가장 많았고, 중국이 22개로 그 뒤를 이었다. 유럽연합(EU)은 기타 유럽 국가를 포함해 총 36개에 달했다. 반면 한국은 고작 4개에 불과해 아시아 내에서도 싱가포르(6개)와 인도(5개)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
설령 AI 인프라를 구축한다고 해도 이를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전문 인력과 기술 역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업계에 따르면 고성능 연산 인프라를 설계·관리할 수 있는 인력은 SK, 삼성, 네이버 등 국내 대기업 일부에 국한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초거대 AI에 필요한 GPU 클러스터는 수천 개 GPU가 병목 없이 병렬 연산을 수행하도록 정밀하게 설계돼야 한다”면서도 “단순 장비를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운영이 불가능하고, 이를 설계하고 운영할 수 있는 전문 인력과 조직이 함께 구축돼야만 AI 주권 확보가 현실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안정훈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