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야 김 바스트의 미국 시장 분투기] '에이스 직원'을 떠나보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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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5.30 17:35 수정2025.05.30 17:35 지면A21

[실야 김 바스트의 미국 시장 분투기] '에이스 직원'을 떠나보낸 이유

휴가를 다녀온 세일즈 직원 A씨가 출근 직후 사내 소통 채널에 메시지를 남겼다.

“이 고객은 완납한 분인데 또 결제하셨네요. 알아서 환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하지만 사실은 이랬다. A씨가 부재중인 사이, 그 고객은 브리즘 맞춤 안경이 내 ‘인생 안경’이라며 두 번째 안경과 선글라스를 추가로 구매했다. 환불이 본인 담당 영역이 아니었음에도 정확한 내부 확인 없이 업무를 처리한 A씨 때문에 우리는 고객에게 다시 상황을 설명하고 문제를 바로잡는 데 시간을 소비해야 했다. 이미 몇 달간 브랜드 신뢰도를 저해하는 비슷한 일이 많이 발생한 터라, 우리는 결국 조직 내 가장 경험 많고 매출 기여도가 높았던 ‘에이스’ A씨를 정리해야 했다.

이 경험을 통해 우리는 몇 가지 중요한 교훈을 얻었다. 첫째, 스타트업 팀 구성 단계에서 가장 중요한 자질은 따로 있다는 점이다. 주도적으로 일하는 태도,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는 능력, 피드백을 수용하고 성장하려는 자세, 그리고 긍정적인 사고방식 등이다. 탁월한 인재는 단순히 수치로 입증된 성과를 넘어 사업 방향이 빠르게 변하고 실험이 많은 조직 문화 속에서 유연하게 협업할 수 있는 사람이다.

조직 응집력 해쳐선 안돼

업계 경력이 풍부하고 눈에 띄는 실적을 거둔 베테랑이라고 하더라도 과거 방식에 매몰돼 새로운 시도를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조직의 응집력을 해친다면 결국 회사 전체의 성과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둘째, 조직의 동기를 유지하고 에너지를 모으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정기적인 피드백 체계가 필요하다. 최소 반기에 한 번은 성과 점검을 통해 각 구성원이 자신의 강점과 개선해야 할 점을 확인할 수 있게 하고, 기본급 외에 충분한 동기부여가 되는 인센티브 구조도 마련해야 한다. 특히 미국에서 세일즈 직군은 보너스가 기본급보다 더 중요한 동기로 작용한다. 명확한 기준을 가진 성과급 시스템은 구성원의 업무 몰입도를 높일 수 있다.

브리즘 뉴욕 매장에서 직원들이 회의하고 있다.   콥틱 제공

브리즘 뉴욕 매장에서 직원들이 회의하고 있다. 콥틱 제공

셋째, 채용은 신중히 하되 해고는 신속하게 해야 한다. 직원에게서 문제 신호가 반복된다면 정중하면서 단호하게 대처해야 하고, 해고 관련 절차와 기록에 빈틈이 없어야 한다. 미국의 인사 문화와 노동법 체계는 한국과 다르고 주(州)마다 관련 법규도 상이하다. 예를 들어 뉴욕주는 해고 사유가 필요 없는 임의 고용제도(at-will employment)가 적용돼 계약상 해고가 비교적 자유롭다.

단호한 해고, 미리 준비해야

하지만 해고가 연령·성별·인종 등 차별과 관련돼 있다면 주 정부 산하 부처인 노동국의 문제 제기 및 소송 위험이 따른다. 따라서 직원 규정집 공유, 정기 평가 기록 보관, 공식 경고 절차 등의 정비가 중요하다. 두 번 이상 공식 경고한 뒤 해고하는 방식이 안전하지만, 때에 따라 즉시 해고가 더 적절할 수도 있다. 캘리포니아주처럼 근로자 친화적 법체계를 갖춘 주에서는 해고에 앞서 절차적 정당성이 더욱 중요하다.

인공지능(AI)과 글로벌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시대다. 특히 한국 스타트업이 미국 시장에 처음 진출할 때는 현지 인력을 채용, 배치함으로써 고객 접점을 늘리고 현지 문화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수적이다. 고객 응대는 단순한 언어 문제가 아니라 시장과 소비자 특유의 기대·관행·정서까지 포괄하기 때문이다. 브랜드에 대한 장기적 신뢰의 바탕이 되는 조직 문화와 운영 시스템을 설계하는 것은 제품의 우수성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번 경험은 ‘사람 문제’가 가장 어렵고도 중요한 성장 과제임을 다시금 일깨워줬다.

실야 김 바스트 콥틱(브리즘) 최고사업개발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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