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대체할 새 기기…'스마트 안경'을 선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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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9월 콘퍼런스에서 증강현실(AR) 글라스 ‘오라이언’을 착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9월 콘퍼런스에서 증강현실(AR) 글라스 ‘오라이언’을 착용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차세대 스마트 안경 시장이 빅테크들의 격전지로 떠오르고 있다. 스마트폰 이후의 새로운 디바이스(기기) 패권을 선점하려는 전략적 판단 때문이다. 인공지능(AI)과 증강현실(AR) 기술을 결합해 일상적 의사소통, 업무, 결제 같은 생활 전반을 아우르는 ‘착용형 디지털 허브’를 구현하겠다는 구상이다. 가격을 낮춰 소비자 접근성을 넓히려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 스마트 안경 치고 나가는 메타

스마트폰 대체할 새 기기…'스마트 안경'을 선점하라

25일 블룸버그통신 등 외신들은 페이스북 모회사 메타가 디스플레이를 장착한 첫 스마트 안경을 다음달 출시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하이퍼노바’로 알려진 메타의 차세대 스마트 안경은 다음달 열리는 메타 연례 제품 발표 행사 ‘커넥트’에서 공개될 예정이다. 메타는 현재 레이밴 스마트 안경을 판매하고 있다. 차세대 스마트 안경은 내장형 디스플레이를 장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기존 제품과 차별화된다. 이 스마트 안경은 AI 음성 비서는 물론 디스플레이를 통해 AR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 오른쪽 렌즈 디스플레이로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고 손목 밴드를 통해 컨트롤할 수 있다. 새로운 스마트 안경의 가격은 800달러(약 110만원)부터 시작된다고 외신은 전했다. 최소 1000달러(약 140만원)를 넘을 것이라는 당초 예상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번 가격 변경은 수요를 늘리기 위해 메타가 일부러 적은 이윤을 감수한 것”이라며 “이는 신제품 출시 때 흔히 쓰이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메타가 판매하고 있는 스마트 안경 ‘레이밴’

메타가 판매하고 있는 스마트 안경 ‘레이밴’

메타는 지난해 9월 새로운 AR 스마트 안경 ‘오라이언’의 시제품을 공개한 바 있다. 오라이언은 스마트폰을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는 기기다. 마크 저커버그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지금까지 AR 기기에 대한 모든 시도는 헤드셋, 고글, 헬멧이었다”며 “오라이언이 스마트폰 다음의 컴퓨팅 디바이스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오라이언은 안경처럼 쓴 채 문자메시지는 물론 화상 통화를 이용하고 유튜브 동영상까지 볼 수 있다. 또 마이크로 렌즈가 장착돼 프로젝터를 통해 3차원(3D) 이미지를 투사시켜 홀로그램의 AR 기능을 구현한다.

메타가 스마트 안경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구글도 신제품 개발에 박차를 가했다. 구글은 지난 5월 20일 개발자콘퍼런스(I/O)에서 삼성전자, 젠틀몬스터와 손잡고 스마트 안경을 개발한다고 발표했다. 삼성전자가 스마트 안경의 하드웨어를 제조하고 젠틀몬스터는 안경 디자인을 맡는다. 이 스마트 안경에는 구글이 지난해 말 공개한 확장현실(XR) 전용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XR’이 적용된다. 안경 렌즈에 내장된 디스플레이를 통해 반투명 화면이 착용자의 눈앞에 표시되는 방식이다. 디스플레이에는 실시간 번역, 길 안내 등 제미나이 기반의 콘텐츠가 구현될 것으로 보인다. 구글이 스마트 안경 시장에 뛰어드는 것은 2013년 ‘구글 글라스’를 출시한 지 12년 만이다. 당시 야심 차게 구글 글라스를 내놨지만 높은 가격과 사생활 침해 등으로 인한 논란 속에 결국 사업을 접었다. 애플도 내년 말 출시를 목표로 스마트 안경 개발을 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궁극적인 목표는 AR 안경이지만 블룸버그는 상용화까지 “수년은 걸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스마트폰 대체할 새 기기…'스마트 안경'을 선점하라

◇ 알리바바 샤오미도 연내 출시

알리바바의 AI 스마트 안경 ‘쿼크 비전’.  바이두 캡처/연합뉴스

알리바바의 AI 스마트 안경 ‘쿼크 비전’. 바이두 캡처/연합뉴스

중국에선 알리바바가 자체 개발한 첫 AI 스마트 안경 ‘쿼크비전’을 올해 말 정식 출시할 예정이다. 대규모언어모델(LLM)과 AR 기술을 접목한 쿼크비전의 출시가는 1999위안(약 40만원)으로 잠정 책정됐다. 알리바바의 AI 비서 모델 ‘쿼크’의 이름을 딴 이 안경은 ‘24시간 휴대할 수 있는 AI 비서’를 표방한다. 알리바바는 쿼크비전이 내비게이션 안내, 손짓을 이용한 파워포인트(PPT) 슬라이드 확대·이동, 대화 내용과 영상 정보 자동 저장 등의 기능을 갖췄다고 강조했다. 알리바바의 결제 시스템인 알리페이 기능이 담겨 안경을 착용한 채 결제도 할 수 있다. 쿼크비전은 지난달 27일 상하이에서 열린 ‘2025 세계 인공지능 대회(WAIC)’에서 알리바바 산하 스마트정보 플랫폼인 쿼크를 통해 공개돼 많은 관심을 받았다.

중국 샤오미도 지난 6월 자체 개발한 비슷한 가격대의 스마트 안경을 선보였다. 레이쥔 샤오미 CEO는 6월 26일 신제품 발표회에서 1200만 화소의 고화질 카메라를 장착한 스마트 안경을 공개했다. 레이 CEO는 샤오미의 AI 안경이 영상통화, 라이브 방송, 실시간 공유 기능을 갖췄으며 ‘오픈형 이어폰’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바이두도 지난해 말 샤오두 스마트 안경을 공개했다. 중국의 AI 안경 시장은 올해 상반기에만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10배 이상 급증했다고 중국중앙TV(CCTV)는 전했다.

높은 성장성도 빅테크들의 스마트 안경 시장 진입을 촉진하는 요인이다. 시장조사업체 그랜드뷰리서치는 스마트 안경 시장이 2023년 80억달러에서 2030년 750억달러 규모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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