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남북미중 정상 '경주 회동'을 상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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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최재석 선임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9년 6월 29일 한국에 도착하기 직전 트위터에 "그곳(한국)에 있는 동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이것을 본다면, 나는 DMZ(비무장지대)에서 그를 만나 악수하고 인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의 말대로 북미 정상이 판문점에서 만나 악수하는 역사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두 정상이 대립과 갈등을 상징하는 장소에서 평화와 화해의 의지를 전 세계에 보여준 사건이었다.

이미지 확대 2019년 판문점에서 만난 북미 정상

2019년 판문점에서 만난 북미 정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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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제안에 호응할 것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6년이 지난 지금, 북미 정상이 오는 10월 경주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만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정부가 APEC 정상회의에 김 위원장을 초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24일 나왔다. 이종석 국가정보원장이 6·3 대선 이전부터 당시 대선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에게 APEC 정상회의가 남·북·미·중 정상 회동의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취지로 보고했다고 한다. 아울러 국정원이 최근 김 위원장 초청 여건에 대한 정보 수집에 나섰다는 것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김 위원장의 초청을 고려하겠다면서 "APEC이 한반도 평화의 테이블이 된다면 얼마나 경사스러운 일이고 그 의미가 빛나겠느냐"고 말했다. APEC 정상회의 준비위원장인 김민석 국무총리도 이달 18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북한 초청 여부에 대해 "정무적 판단이 필요한 별도 이슈"라면서 "어떤 경우가 되든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북한은 APEC 회원이 아니기 때문에 APEC 정상회의 참석 대상국이 아니다. 정부는 이날 언론 공지를 통해 "최근 관례에 따라 의장국 주도로 비회원을 초청해 정상회의를 계기로 비공식 대회를 개최할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북한을 초청할 경우 APEC 회원들과 협의가 필요한데 "현재 논의중인 사항은 없다"고 했다. 정부 차원에서 공식적인 논의는 없다는 설명이다.

지난 16일 이 대통령은 미국, 일본, 중국, 러시아, 캐나다, 베트남 등 APEC 20개 회원국 정상에게 초청 서한을 보냈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여부가 특히 관심인데 두 사람이 동시에 참석한다면 미중 정상이 한자리에서 대면한다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 시 주석의 참석 가능성은 높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아직 참석 여부를 단정적으로 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한한다면 여러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커질 것 같다. 김 총리도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한다면 한반도 문제와 관련해서도 논의와 진전을 기대해 볼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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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EC 정상회의 성공 개최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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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로선 김 위원장의 방한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김 위원장이 다자회의에 참석한 전례가 없어 APEC 초청에 응할 가능성이 작고, 지금의 남북관계와 국제정세가 6년 전과는 많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북한 입장에서 최근 북러 밀월관계에서 얻는 이익이 북미 대화의 필요성을 상쇄하고 있고, 한국을 적대국으로 규정할 정도로 남북관계도 경색돼 있다.

그러나 언제나 상상은 현실이 된다고 한다. 천년 고도 경주에서 이 대통령과 김 위원장, 트럼프 대통령, 시 주석이 만나는 장면을 상상해본다. 그만한 세계사적 외교 이벤트가 있겠는가. 만남 자체로도 큰 의미가 있겠지만 한반도와 동북아시아의 평화와 안정을 위한 실질적인 합의를 이루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APEC까지 3개월 이상의 적잖은 시간이 남았다. 정상 간 직접적인 만남이 아니더라도 다양한 형태의 접촉이 가능하리라고 본다. 의장국으로서 정부의 창의적 상상력을 기대해본다.

bondong@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7월24일 17시00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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