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아산병원 "파킨슨 전 렘수면장애 환자, 장내 미생물 환경 악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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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2025.08.25 10:48 수정2025.08.25 10:48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정선주·조성양 교수

서울아산병원 신경과 정선주·조성양 교수

국내 연구진이 렘수면 행동장애 동반 유무에 따라 파킨슨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 변화 양상이 다르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퇴행성 뇌질환인 파킨슨병의 중요 신호 중 하나인 렘수면 행동장애가 있으면 잠을 자면서 발차기, 고함 등 심한 잠꼬대 등을 호소한다.

서울아산병원은 신경과 정선주·조성양 교수팀이 파킨슨병 진단 전 렘수면 행동장애를 경험한 환자는 초기부터 장내 환경이 나빠졌지만 진단 전 렘수면 행동장애가 없던 환자는 초기 장 속 환경이 균형을 이룬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25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파킨슨병 환자의 장 속 환경을 분석해 파킨슨병 경과 예측과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을 위한 새 근거를 제시했다는 의미가 있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파킨슨병은 도파민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단백질 알파시누클레인이 뇌에 비정상적으로 축적돼 신경세포를 손상시키는 퇴행성 뇌질환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단백질 응집이 뇌보다 장 신경계나 말초신경에서 먼저 나타났다는 사례가 확인되면서 발병 경로에 따라 뇌-우선형(뇌에서 시작)과 장-우선형(장이나 말초신경계에서 시작되어 뇌로 신호 전달)으로 구분하고 있다.

뇌-우선형 환자는 렘수면 행동장애가 늦게 나타나거나 아예 나타나지 않지만 장-우선형 환자는 파킨슨병보다 렘수면 행동장애가 먼저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그동안 파킨슨병 환자와 렘수면 행동장애 환자의 장내 미생물 변화가 유사하다는 사실이 보고됐지만 파킨슨병의 발병 경로에 따른 장내 환경 차이에 대해서는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정 교수팀은 2019~2024년 서울아산병원에서 치료받은 파킨슨병 환자 104명과 대조군 85명을 대상으로 렘수면 행동장애의 유무와 질병 진행 단계에 따른 장내 미생물 변화를 비교·분석했다.

이를 통해 파킨슨병 진단 전 렘수면 행동장애를 경험한 환자는 질병 초기부터 장 점액층을 분해하고 장 내 세균막을 형성하는 아커맨시아와 에쉬리키아 등 유해균의 비율이 높다는 것을 확인했다. 장벽을 보호하는 데 필요한 유전자 발현은 줄어 나쁜 세균이 장벽에 쌓여 염증이 생기기 쉬운 환경이라는 의미다.

반면 렘수면 행동장애가 없던 파킨슨병 환자는 진단 초기엔 건강한 사람처럼 장 점막 보호를 도와주는 프레보텔라, 파칼리박테리움 등 섬유질 관련 유익균이 풍부했다. 하지만 진단 2년 뒤엔 장내 미생물 구성이 렘수면 행동장애를 동반한 파킨슨병 환자군과 유사한 경향을 보였다.

연구 대상자들의 하루 식이섬유 섭취량은 일반 권장량(25g)을 초과한 34~36g이었는데도 장내 세균 불균형이 뚜렷했다. 단순한 식이 조절만으로 장내 미생물 균형을 회복하기 어렵다는 의미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정 교수는 "파킨슨병은 초기 증상이 일반적인 노화 과정과 유사해 발견이 어려운데 이번 연구를 통해 장내 미생물이 파킨슨병을 조기 진단할 수 있는 지표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고 했다.

조 교수는 "렘수면 행동장애를 경험한 파킨슨병 환자의 장내 미생물 환경에 주목하고 맞춤형 치료 전략을 개발하면 환자들의 삶의 질 유지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인 '마이크로바이옴(인용지수 12.7)'에 최근 실렸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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