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벤처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수가 전년 동기보다 20% 급감했다. 대신 총 벤처투자액은 3.5% 늘었다. 투자 유치에 성공한 스타트업이 받은 평균 투자액이 늘었다는 얘기다. 벤처투자 트렌드가 자본이 많이 필요한 딥테크 분야로 바뀐 영향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5일 중소벤처기업부의 ‘2025년 상반기 국내 벤처투자·펀드결성 세부현황’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투자 유치에 성공한 기업 수는 1901곳이었다. 전년(2382곳)보다 20.2% 줄었다. 이들 기업이 받은 투자액을 합산한 액수는 5조6780억원으로 전년(5조4856억원)보다 소폭(3.5%) 증가했다. 기업 당 평균 투자액은 29억9000만원으로 전년(23억원)보다 29.7% 급증했다.
대형투자로 분류되는 300억원 이상 투자를 유치한 기업(벤처투자회사 기준)은 지난해 1곳에서 올해 5곳으로 늘었다. 중기부 관계자는 “딥테크 기업들이 많아지고 발전하면서 개발 비용이 더 많이 들고 자금이 더 많이 필요하다기 때문에 딜 규모가 더 커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업종별 투자를 분석한 결과 바이오·의료 분야 투자가 전년 동기보다 1240억원이 늘면서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
벤처펀드 규모도 커졌다. 상반기 결성펀드 수는 358개로 전년(409개)보다 12.5% 줄었다. 하지만 결성금액은 6조1681억원으로 전년(5조1662억원)보다 19.4% 늘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대형 AI 펀드를 조성하는 투자사들이 늘어나면서 펀드 규모도 커지는 추세로 보인다”고 말했다.
펀드 출자자별로 분석하면 연기금 및 공제회의 상반기 출자액이 1820억원으로 전년(2530억원)보다 130% 급증했다. 일반법인(1조6328억원), 금융기관(1조6050억원)도 전년보다 각각 57.6%, 6.4%씩 출자액을 늘렸다.
업계 관계자는 “얼어붙어 있던 민간 분야에서 벤처펀드 출자가 늘어난 건 긍정적”이라면서도 “최근 몇년 간 주요 기업들이 지갑을 닫아왔기 때문에 더 많은 민간 자금이 시장에 풀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