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 살리자" 독일 정부와 기업들의 이심전심

6 hours ago 1

입력2025.07.22 17:39 수정2025.07.22 17:39 지면A31

지멘스, 폭스바겐, 도이체방크 등 61개 기업이 독일 경제를 살리기 위해 2028년까지 3년간 6310억유로(약 1019조원)를 투자하겠다고 나섰다. 독일 내 설비 확충과 연구개발(R&D)에 엔비디아, 블랙록 등 미국 기업도 동참하기로 했다. 이들은 그제 ‘메이드 포 저머니’(Made for Germany)라는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를 만나 투자 확대를 위한 승인 절차 간소화와 노동력 확보 대책 등을 건의했다. 독일 정부가 지난달 기업 설비투자 등에 세금을 줄여주는 458억유로(약 74조원) 감세 패키지를 내놓은 데 대해 ‘화끈한 화답’을 한 셈이다.

자동차·화학 등 수출 제조업 중심인 독일 경제는 2022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 폭등의 직격탄을 맞아 2023년부터 지난해까지 2년 연속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올해는 미국발(發) 관세전쟁까지 덮쳐 설상가상인 상황이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엄포대로 미국이 유럽연합(EU)에 관세율 30%를 부과하면 독일 경제는 더 깊은 수렁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이런 어려움 속에서 “독일 경제를 살리자”며 정부와 기업이 이심전심으로 나선 것이다.

우리 경제 역시 사정이 독일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경제성장률은 네 분기 연속 0%대 안팎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올해 잠재성장률도 사상 처음으로 1%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수출이 성장률을 90% 가까이 책임지고 있다는 점에서 관세전쟁의 충격파도 독일보다 더하면 더했지, 작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정부의 대응을 놓고 보면 차이가 분명하다. 최근 국회에서 산업은행의 법정자본금 한도를 45조원으로 늘려 첨단 전략산업 지원을 확대하기로 하는 등 평가할 부분이 없지 않지만, 독일과 같은 감세 카드는커녕 법인세 증세를 꺼내 들어 기업들을 아연실색하게 하고 있다. 여당이 상법 추가 개정, 노란봉투법 등 기업 투자를 움츠러들게 할 법안들 처리에 일사천리인 것 역시 마찬가지다.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투자 보따리를 풀 여건을 만들어주지 않은 한 ‘민생·경제 살리기’는 공허한 구호에 그칠 수밖에 없다.

Read Entire Articl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