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경엽 LG 감독, 3년 최대 30억원에 재계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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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31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에서 승리, 우승한 LG 트윈스 선수들이 염경엽 LG 감독을 헹가래 치고 있다. 2025.11.1 mon@yna.co.kr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기자 =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은 자주 2004년 11월 1일을 떠올린다.
현대 유니콘스가 우중 혈투 끝에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의 한국시리즈 9차전에서 승리해 우승을 확정한 날이다.
당시 현대 운영팀 과장이었던 염 감독은 선수단이 우승의 기쁨에 취해 있을 때, 강한 비를 뚫고 약 3㎞ 거리에 있는 호텔로 달려가 축승회를 준비했다.
염 감독은 "동영상을 확인하고 음식과 메인테이블을 점검한 뒤, 안도하면서 잠시 바람을 쐬는 데 묘한 감정에 휩싸였다"며 "우리 구단이 우승했으니 기쁜데, '현장 사람'이 아닌 것에 서러움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최근 염 감독은 자신을 "우승 감독 염경엽입니다"라고 소개한다. 여유 있는 자리에서는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한 감독, 염경엽입니다"라고 설명을 보태기도 한다.
이제는 '준비된 축승연'에 주인공 자격으로 서는 염 감독은 과거를 떠올리며 "보이지 않는 곳에서 고생한 프런트, 코치진, 다른 분야 전문가들에게도 감사하다"는 인사도 빼놓지 않는다.
염경엽 감독은 LG 구단 역사상 최초로 2회 우승을 차지한 사령탑이 됐고, 9일에는 KBO리그 사령탑 역대 최고인 최대 30억원(계약금 7억원·연봉 총액 21억원·옵션 2억원)에 재계약했다.
여러 아픈 기억이 쌓여, '우승 감독 염경엽'이 탄생했다.
염 감독은 1991년 태평양 돌핀스에서 선수 생활을 시작해 2000년 현대에서 은퇴할 때까지 10년 동안 프로 무대에 섰다.
하지만, 성적은 896경기, 타율 0.195(1천449타수 283안타), 5홈런, 110타점, 83도루로 초라했다.
내야 수비는 꽤 높은 평가를 받았지만, 타격 성적이 너무 낮았다.
염 감독은 "선수 시절에는 절실하지 않았다. 열심히 하지 않았다는 걸 인정하고 반성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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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이 1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한국시리즈 통합우승 IN 잠실’ 행사에서 감사 인사를 하고 있다. 2025.11.1 mon@yna.co.kr
은퇴 후 현대에서 프런트로 새 출발한 염 감독은 2007년 현대 수비 코치로 지도자 길에 들어섰다.
현대가 히어로즈에 인수된 뒤 LG 프런트로 일한 염 감독은 2010∼2011년에는 다시 LG 수비 코치로 더그아웃에 들어왔다.
하지만, 내홍에 휩싸여 2011시즌 뒤 팀을 떠났다.
2012년 넥센 히어로즈(현 키움) 1군 작전 코치로 이적한 그는 2013년 히어로즈 1군 지휘봉을 잡았다.
선수 시절 주전으로 뛴 시간이 짧고, 지도자 경력도 길지 않았던 염 감독의 사령탑 선임은 '파격'이었다.
염 감독은 2014년 넥센을 한국시리즈에 올려놓으며, '감독의 자격'을 증명했다.
하지만, 선발 3인 체제를 고수했던 삼성 라이온즈와 한국시리즈에서 패해 첫 우승의 꿈은 물거품이 됐다.
2016시즌 종료 뒤 히어로즈를 떠난 염 감독은 2017년에는 SK 와이번스(현 SSG 랜더스) 단장으로 부임했고 2018년 팀이 정상에 오르는 기쁨을 누렸다.
우승팀을 이어받아 2019년 SK 감독이 된 그는 정규시즌 막판 두산 베어스에 정규시즌 1위를 빼앗기고 플레이오프(PO)에서 키움에 패하는 상처도 입었다.
2020년에는 하위권으로 떨어진 SK 성적에 고뇌하다가 6월 25일 두산과의 경기 중 쓰러졌고, 결국 팀을 떠났다.
이후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에서 코치 연수를 하고 방송사 해설위원, KBO 국가대표팀 기술위원장을 지내며 '건강'을 회복한 염 감독은 2022년 11월 LG 제14대 감독으로 부임했다.
당시까지만 해도 염 감독은 '우승 경험 없는 우승 청부사'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염 감독은 이런 비판을 받아들이면서도 "실패와 성공에서 배운 모든 것을 쏟아부어 LG에 우승 트로피를 안기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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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연합뉴스) 윤동진 기자 = 31일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에서 열린 2025 프로야구 KBO리그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LG 트윈스와 한화 이글스의 경기.
우승감독상을 받은 염경엽 감독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5.10.31 mon@yna.co.kr
2023년 LG는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구단은 1994년 이후 29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들었고, 염 감독은 '무관의 설움'에서 벗어났다.
올해 염 감독은 또 한 번 LG 유니폼을 입고 우승 헹가래를 받았다.
주변에서 말하는 염 감독의 성공 비결은 '포용성'이다.
한 야구인은 "넥센 시절 염 감독 휘하에서 일하던 코치들은 '염 감독의 야구를 배울 수 있어서 좋지만, 너무 힘들다. 코치 의견이 잘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염 감독이 가장 열심히 일하고, 혼자 많은 걸 결정하며 선수단 전체를 이끄는 스타일이었다"며 "성공과 실패를 거듭하면서 염 감독은 '현장 책임자의 권위는 지키면서도 코치의 반대 의견이 나오면 토론하는 감독'이 됐다. '성장형 감독이자, 완성형 감독이 되어가는 중'"이라고 평가했다.
차명석 LG 단장은 "염 감독님이 프런트와 자주 소통하고, 우리 의견에 귀 기울여주신다"며 "올해 우리 구단이 부하 없이 우승을 차지한 건, 유연하게 움직인 염 감독님과 코치진 덕"이라고 고마워했다.
21년 전 비를 뚫고 달리던 운영팀 과장은 2025년 우승 감독이자, 가장 몸값 비싼 프로야구 지도자가 됐다.
입지전적인 인물, 염경엽 감독은 이제 'LG 왕조 구축'을 위해 전략을 세운다.
jiks79@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11월09일 11시21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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