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산업은 결국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바이오텍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인수합병(M&A)이 속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이고, 성공할 확률이 높은 방식입니다."
박세진 리가켐바이오 사장은 17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BIX 2025'에서 '바이오 생존 전략으로써의 M&A'세션에 패널로 참석해 "리가켐바이오도 부족한 역량을 키우기 위해 앞으로 M&A나 전략적 투자를 적극적으로 고려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리가켐, M&A·전략적 투자 적극 고려
이날 세션에는 정지원 삼일회계법인 파트너, 석주현 PWC컨설팅 파트너, 박세진 리가켐바이오 사장, 이정규 파라택시스 코리아 부사장이 패널로 참석했다. 홍승환 삼일회계법인 파트너가 좌장으로 세션을 이끌었다.
박 사장은 오리온과 리가켐바이오의 M&A에 대해 "리가켐바이오의 생존을 위해 절대적으로 필요한 M&A였다"며 "5년 동안 독자적으로 5개의 임상 1상을 진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고, 이를 위해서는 5000억원의 자금이 필요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M&A를 추진하던 중 오리온과 서로의 정확히 명확하게 맞아 떨어졌다"며 "우리는 김영주 대표 체제 하의 자율성 보장을 첫 번째 원칙으로 내세웠고, 오리온은 바이오 진출을 원하지만 경영 역량은 없으니 오히려 기존 경영진이 최대한 오래 회사를 이끌길 바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서로의 전략이 맞아 더 이상 시간을 끌 필요가 없었고, 5500억 규모의 딜을 한 달만에 마무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박 사장은 "오리온과의 M&A가 아니였다면 리가켐의 행보는 지금보다 훨씬 소극적이고 보수적이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바이오텍이 스스로 임상 1,2,3상을 시행하려면 수 천억의 돈이 필요하다"면서 "국내 VC(바이오벤처)를 통해서는 수천 억 펀딩을 이룰 수 없고 국내에서는 이종산업 간의 M&A가 탈출구가 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리가켐바이오도 자체적으로 개발역량을 늘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M&A를 통해 개발 역량이 있는 회사를 인수했다면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앞으로도 부족한 부분의 역량을 키우기 위해 M&A나 전략적인 투자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겠다"고 말했다.
"M&A 더 활발해질 것...전략 명확히 세우고 신속히 진행해야"
이날 패널로 참석한 정지용 삼일회계법인 파트너(회계사)는 "내년에는 바이오 산업에서의 M&A가 더 활발하게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했다. 다만 그는 "리가켐바이오의 사례처럼 M&A 추진 시 내가 포기할 수 없는 원칙을 명확히 세워야한다"며 "기존 임상도 그대로 진행하고, 증자도 해주고 인수기업이 모든 것을 해주길 원한다면 M&A 성립이 어렵다"고 조언했다.
또한 "M&A는 가급적이면 빠른 기간 내에 진행하는 것이 좋다"며 "M&A 관련 소식이 퍼지게 되면 시가총액이 움직일 수 있고, 이 경우 기존에 계획대로 딜을 진행하기 어려워진다"고 했다.
다만 M&A를 통해 국내 기업들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파트너는 "바이오 산업은 성과를 내기까지 오랜 연구기간과 자금이 많이 소요되기 때문에 투자를 받아야 하고, 그러다보면 상장을 할 수밖에 없다"며 "그러나 상장 이후에는 매출 요건이나 법인세차감전계속사업손실(법차손) 기준으로 회사들은 어려움에 놓일 수 밖에 없고 피인수 기업도 M&A를 꺼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바이오텍에 한해 이 규정을 완화하는 대신 대주주의 보호예수 기간을 늘리는 등 소액주주들을 보호할 수 있는 다른 방안을 고려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현아 기자 5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