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뿐 아니라 치료가 까다롭기로 악명 높은 방광암 분야에서도 생존율을 획기적으로 개선한 정밀 보조 요법이 등장했다. 암세포만을 정확하게 공격해 ‘유도탄 항암제’라는 별명이 붙은 항체약물접합체(ADC)가 중심에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와 다이이찌산쿄는 18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 메세에서 열린 유럽종양학회 연례학술대회(ESMO 2025) ‘프레지덴셜 심포지엄’에서 양사가 공동 개발한 ADC 신약 ‘엔허투’의 초기 유방암 환자 대상 임상 결과를 공개했다. 엔허투는 고위험 인간표피성장인자수용체 2형(HER2) 양성 초기 유방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엔허투가 기존 표준 ADC 치료제와 비교해 재발 위험을 53%나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수술 전 단계에서도 효과가 입증됐다. 엔허투를 포함한 요법이 전통적인 화학요법 대비 병리학적 완전 관해율(pCR)을 67.3%까지 끌어올렸다. 연구를 주도한 찰스 가이어 미국 피츠버그대 교수는 “이번 연구 결과는 통계학적으로 유의미하고 임상적으로도 의미 있는 개선을 보여준 것”이라며 “모든 하위 그룹에서 일관적으로 높은 침습성 무질병 생존율(iDFS)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마찬가지로 프레지덴셜 심포지엄에서 발표된 MSD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아스텔라스·화이자 공동개발 ADC 신약 ‘파드셉’의 병용 요법 임상시험 결과는 ADC가 방광암까지 확대됐다는 걸 보여줬다. 프레지덴셜 심포지엄은 ESMO에서 가장 높은 권위를 인정받는 세션이다. 근침윤성 방광암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이번 연구 결과 키트루다-파드셉 병용 요법은 현 표준 치료인 수술 단독 요법과 비교해 사망 위험을 50% 감소시켰다. 재발 가능성도 60%나 낮췄다.
수술 단독군 대비 완전관해율(pCR)도 8.6%에서 57.1%로 껑충 뛰었다. 수술 전후 병용 요법이 암세포를 미리 제거하는 데 매우 효과적인 걸 증명한 것이다. 기존 항암제 시스플라틴을 쓸 수 없는 방광암 환자들의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연구 총괄을 맡은 크리스토프 불스테케 벨기에 겐트통합암센터(IKG) 박사는 이날 발표에서 “수십 년 동안 시스플라틴 치료가 불가능산 근침윤성 방광암 환자들은 제한된 치료 선택지 중 수술에만 의존해왔다”며 “수술에만 의존하던 환자들의 치료 접근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 획기적인 결과”라고 강조했다.
베를린=송영찬 기자 0ful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