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이뉴스24 김양수 기자] 배우 이영애가 이름값을 톡톡히 해냈다. 32년 만의 무대에 오른 이영애는 존재 만으로 '아름다움이 곧 무기'이자 '늘 남성들의 흠모를 받아온 팜므파탈' 헤다에 개연성을 부여했다.
![연극 '헤다 가블러' [사진=LG아트센터 ]](https://image.inews24.com/v1/d8fdf23ab86c18.jpg)
이영애는 연극 '헤다 가블러'에서 타이틀롤 헤다를 맡았다. 가블러 장군의 딸인 헤다는 결혼 이후에도 남편의 성을 거부하고 아버지의 성인 가블러를 고집하는 당당한 여성이다. 순진한 학자와 충동적으로 결혼했지만 답답하고 지루한 일상에 권태를 느끼고 자유를 갈망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끝내 자살을 통해 해방을 선택한다. 복잡하고 아름답지만, 동시에 파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입체적인 캐릭터다.
무대 위에서 이영애는 때론 '금자씨'였고, '장금이'였으며, '구경이'였다. 이영애의 연기인생 35년을 모조리 쏟아부어 헤다를 완성다. 다층적인 내면을 가진 헤다를 섬세한 연기와 표현력으로 표현해 냈다. 다만, 극 자체가 가진 난해함은 여전히 남아있다.
연극 무대는 삼면의 흰벽으로 둘러싸여있다. 뚫려있는 건 오로지 천정의 원형 뿐이다. 이에 대해 전인철 연출은 "이 공간은 헤다의 정신적 감옥이자 내면세계"라며 "삼면의 벽은 헤다를 압박하는 사회적 질서이고, 원형의 구를 통해 들어오는 빛은 무관심한 제도적 눈"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무대는 사회적 감금 상태의 헤다를 보여주는 장치인 셈이다.
배우들은 극 내내 무대에 머무른다. 심지어 죽은 사람마저 존재한다. 이에 대해 전 연출은 "배우들은 사라지지 않는 존재로, 각자의 서사와 비극을 무대에 쌓아간다"고 전했다.
무대 한켠에는 한데 묶여 날아갈 수 없는 총천연색 풍선더미가 있다. 이는 헤다의 캐릭터를 상징하는 오브제다. 이영애는 "날고 싶지만 날아갈 수 없는 헤다의 마음"이라고 분석했다.
![연극 '헤다 가블러' [사진=LG아트센터 ]](https://image.inews24.com/v1/5cfc594cddd620.jpg)
공연엔 카메라 연기에 익숙한 이영애를 위한 장치가 있다. 가정부의 이동식 카메라를 통해 헤다를 화면 가득 클로즈업해 담아낸 것. 이를 통해 관객들은 헤다의 복잡다단한 심리상태를 좀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한편 '헤다 가블러'는 이영애를 비롯해 김정호, 지현준, 이승주, 백지원, 이정미, 조어진 등이 원캐스트로 출연한다.
6월8일까지 LG아트센터 서울. 러닝타임 155분(인터미션 포함). 14세 이상 관람가.
/김양수 기자(liang@joynews24.com)포토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