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인공지능(AI) 칩 회사인 리벨리온이 최근 반도체 설계자산(IP) 회사 시높시스가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타워에서 주최한 ‘SNUG 2025’ 행사에서 새로운 AI 칩 ‘리벨 쿼드(사진)’ 성능을 발표했다.
25일 AI 업계에 따르면 리벨리온의 리벨 쿼드는 올해 말 양산된다. 기존 회사 칩과 달리 네 개의 연산기를 하나의 기판 위에 올린 독특한 칩렛 형태다. 메모리 용량과 대역폭을 크게 개선한 리벨리온 최초의 ‘빅칩(big chip)’이다.
박성현 리벨리온 대표는 “리벨 쿼드의 전력 효율이 그래픽처리장치(GPU)와 비교해 10배 좋고, 경쟁사 제품보다 최대 180배 뛰어나다”고 주장했다. 리벨 쿼드와 함께 비교된 경쟁사 제품은 엔비디아 GPU, 미국 AI 칩 회사인 그로크의 제품으로 추정된다. 그로크는 ‘언어처리장치(LPU)’라는 칩을 만드는 스타트업이다. 1세대 LPU는 14나노, S램 메모리를 활용해 제조한 이력이 있다.
리벨리온은 칩의 토큰 생산 속도보다 ‘전력 효율’에 더 방점을 뒀다. 속도가 장점인 S램 메모리를 탑재한 경쟁사 제품의 토큰 생성 속도를 따라잡진 못하더라도 전력 효율성을 훨씬 뛰어나게 만들어서 차별화하겠다는 전략이다. 회사는 리벨 쿼드의 응용 제품 로드맵도 공개했다. 인공신경망처리장치(NPU) 동작을 제어하는 자체 중앙처리장치(CPU)를 내년까지 개발해 리벨 쿼드의 기판에 탑재하는 게 목표다. 박 대표는 “시스템 온 칩(SoC)을 뛰어넘은 ‘서버 온 칩’을 만들겠다”고 표현했다.
박 대표는 새로운 칩으로 AI 칩 업계에 센세이션을 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신규 칩은 AI 서버 운영회사, 클라우드서비스제공자(CSP)에 시제품 공급을 앞둔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이 단계에서 리벨리온이 고객사와 시장에 증명해야 하는 부분도 남아있다. 네 개의 칩을 정사각형 모양으로 두면서 어쩔 수 없이 심화할 수밖에 없는 ‘메모리 월’과 발열에 대한 난제를 잘 해결했을지에 대한 기대와 호기심이 공존하는 상황이다. 리벨리온이 이 제품을 성공적으로 양산하면서 ‘토종 AI 반도체’의 자존심을 세울 수 있을지 업계의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강해령 기자 hr.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