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줄 터진 프로야구, 샐러리캡 인상으로 산업 환경 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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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출가능액, 2023년 대비 2028년엔 약 50% 증가…FA시장 과열 조짐

"일부 구단, 샐러리캡 폐지 주장…상한액 조정으로 합의 이른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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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프로야구 이사회 모습

[연합뉴스 자료사진]

(서울=연합뉴스) 하남직 김경윤 이대호 기자 = 프로야구 10개 구단 사장이 주축인 한국야구위원회(KBO) 이사회는 24일 경쟁균형세의 상한선을 높이고 하한액 기준을 신설했다.

단순하게 해석하면 선수 영입에 쓸 수 있는 돈을 늘리겠다는 것으로 그 폭이 매우 크다.

일각에선 이번 개정 규정이 프로야구 산업에 큰 변화를 일으킬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개정된 규정은 이렇다.

올해 137억1천165만원인 구단 연봉 상위 40명의 상한액(샐러리캡)은 내년부터 매년 5%씩 올라 2028년엔 158억7천294만원으로 조정된다.

아울러 한 구단에 7시즌 이상 소속 선수로 등록된 선수 1명은 '예외 선수'로 지정한 뒤 해당 선수의 몸값(연봉, 계약금, 옵션 포함)은 50%만 계산한다.

가령 지난해 11월 SSG 랜더스와 4년 총액 110억원에 계약한 최정의 연평균 보수는 27억5천만원에서 '예외 선수' 규정에 따라 그 절반인 13억7천500만원으로 계산되는 것이다.

규정 개정에 따라 각 구단 샐러리캡에는 상한액 조정으로 20억원, 예외 선수 조항으로 10억원 정도의 여유가 생긴다.

2028년 실질 샐러리캡은 170억원 정도로 해석할 수 있다.

이는 경쟁균형세 제도를 도입한 2023년(114억2천638만원)보다 50~60억원이 늘어나는 셈이다. 약 50% 수준의 증가다.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8%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샐러리캡 상승 폭은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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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사옥 외경

[연합뉴스TV 제공]

경쟁균형세 제도 개정으로 당장 선수들의 몸값은 크게 오를 것으로 보인다.

2024년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 합계 금액 순위를 보면 LG 트윈스가 138억5천616만원으로 유일하게 샐러리캡을 초과해 약 12억원의 야구발전기금을 냈다.

KIA 타이거즈, 두산 베어스,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 한화 이글스, kt wiz, SSG 랜더스는 104억원~113억원 사이로 선수단 몸값을 맞췄다.

NC 다이노스는 약 94억원, 키움 히어로즈는 약 57억원을 기록했다.

9개 구단은 매년 30억원~60억원, 키움은 100억원 이상의 추가 지출이 가능하다.

샐러리캡을 어기더라도 큰 부담은 없다.

당초 1회 초과 시 초과분의 50%였던 제재금은 30%로 줄었다.

샐러리캡을 20억원 초과했을 때, 과거엔 10억원을 내야 했지만 이제는 6억원만 지출하면 된다.

제약이 줄어 각 구단은 마음 놓고 거액을 들여 자유계약선수(FA)를 잡거나 프랜차이즈 스타와 대형 장기 계약을 맺을 수 있게 됐다.

당장 올겨울 스토브리그에서 과다 지출(오버페이)이 난무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FA 시장이 커지면 선수들의 몸값은 물론, 에이전트 시장도 비대해질 수 있다.

2025시즌 1억6천71만원(신인, 외국인 선수 제외)인 프로야구 평균 연봉은 2억원 이상으로 상승할 수도 있다.

다만 샐러리캡은 상위 40명의 연봉을 계산하고, 각 구단은 늘어난 샐러리캡 한도를 FA 영입에 활용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프로야구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

프로야구 최저 연봉은 2021년 2천700만원에서 3천만원으로 오른 뒤 움직이지 않았다.

1군 선수 최저연봉은 올해 5천만원에서 6천500만원으로 인상됐으나 2군 선수들의 처우는 여전히 열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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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 사옥 전경

[연합뉴스TV 제공]

경쟁균형세 상한액이 크게 오르고, 제재금이 줄어들면서 제도 자체가 유명무실해졌다는 의견도 있다.

제3차 이사회에선 복수의 구단이 아예 샐러리캡 폐지를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구단은 샐러리캡 제도 폐지 대신 상한액을 늘리는 것을 대안으로 제시했고, 상한액 조정 및 예외 선수 조항을 추가하면서 합의가 도출됐다.

한 구단 단장은 25일 연합뉴스에 "몇몇 구단은 강하게 경쟁균형세 제도 폐지 주장을 했다"며 "해당 제도가 사라진다면 걷잡을 수 없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판단해 토론이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이 단장은 "프로야구는 하나의 산업"이라며 "개정된 제도에 문제가 발생한다면 다시 보완해서 건강한 리그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일단 개정안을 받아들였다"고 덧붙였다.

일부 구단은 샐러리캡 상한액 증가 폭이 크다는 지적에 '적정한 수준'이라고 응답했다.

한 단장은 "올해 프로야구는 역대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고 중계권 수익도 예전보다 크게 올랐다"며 "각 구단의 재정이 넉넉해진 만큼 상한액을 올릴 수 있는 환경"이라고 밝혔다.

샐러리캡 하한액 도입과 그 액수(60억6천538만원)가 너무 적다는 지적에 관해선 대다수 구단이 비슷한 입장을 냈다.

지방 구단 한 단장은 "특정 구단(키움)을 염두에 두고 만든 제도"라며 "현재 특정 구단의 보수 총액 상위 40명의 몸값이 50억원 내외인 점을 고려하면 하한액 기준을 70~80억원대로 늘리기는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이어 "일단 제도를 신설했다는 점에 의의를 두고 앞으로 많은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개정을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cycle@yna.co.kr

제보는 카카오톡 okjebo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2025년09월25일 14시03분 송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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