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도 많았다. 지난 9일 올 시즌 최종전 대보하우스디챔피언십을 마지막으로 막을 내린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2025 시즌은 그 어느 때보다 풍성한 스토리와 볼거리를 남겼다. 31개 대회, 총상금 346억원 등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진 잔치에서는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는 방신실 황유민, 정교한 박현경 노승희 유현조, 몰아치기 달인 홍정민, 슈퍼루키 김민솔 등이 다채로운 볼거리를 빚어냈다.
◇반전 만들어낸 김상열 협회장
올 시즌 시작을 앞두고 골프계 안팎에서는 적잖은 우려가 나왔다. SK텔레콤 한화큐셀 등 대기업이 대회 중단을 선언했고 해외 무대에서 한국 여자골프의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KLPGA는 새 리더십 체제로 승부수를 던졌다. 지난 2월 김상열 호반그룹 회장이 이사진 만장일치로 새 협회장으로 추대됐다. 2017년부터 4년간 제13대 KLPGA 회장으로서 여자 골프의 황금기를 이끈 그는 다시 한번 ‘구원투수’로 나섰다.
승부수는 반전으로 이어졌다. 투어 임원은 물론 김 회장이 직접 뛰며 대회 유치에 나서 KLPGA투어는 올해 31개 대회를 열었다. 혹서기 2주를 제외하고 매주 대회가 열렸다.
기존 후원사들도 힘을 보탰다.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이 총상금을 15억원으로 늘리면서 15억원 규모 ‘메가급 대회’가 4개로 늘어났다. 나머지 대회도 10억원 이상을 상금으로 내걸어 역대 최고 규모(346억원) 시즌을 치렀다.
판이 커지자 선수들은 최고 기량을 뽑아냈다. 올해 메이저대회를 비롯해 3승을 거두며 누적상금 13억4152만원으로 상금왕을 따낸 홍정민은 지난 8월 메디힐·한국일보챔피언십에서 29언더파로 우승하며 72홀 스트로크플레이 최저 타수 기록을 새로 썼다. ‘장타여왕’ 방신실은 특유의 시원한 플레이를 앞세워 올해 3승을 따냈다.
‘깜짝 스타’의 탄생은 골프팬들을 더 즐겁게 했다. 올해 드림투어(2부) 선수였던 김민솔은 추천선수로 출전한 BC카드·한경 레이디스컵에서 최종 라운드 18번홀(파5)에서 10m 이글을 잡아내며 올 시즌 최고 드라마를 완성했다. 조건부 시드권자로 정규투어를 뛰던 고지원도 8월 삼다수마스터스에서 23언더파를 기록해 54홀 스트로크플레이 최저타 기록을 세우며 정규투어의 ‘정규직’이 됐다.
◇해외진출 빗장 열어 ‘황유민 신화’ 도와
올 시즌 KLPGA투어는 질적으로도 변화를 이끌었다. 선수들의 발목을 잡는다는 비판을 받던 국내 메이저대회 의무 참가 규정을 폐지하고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 메이저대회 성적에도 대상 포인트를 부여하기로 했다.
선수들은 적극적으로 해외 대회에 도전하며 시야를 넓히고 경험을 쌓았다. 일본 무대에 관심을 보이던 박현경과 이예원은 일본 무대에서 인상적인 성적을 남겼다. 박현경은 일본에 새로운 팬덤이 생겼을 정도다. 지난 6월 막을 내린 US여자오픈에는 황유민 김수지 등 6명이 출전했고 방신실도 AIG오픈 등 메이저대회에 적극적으로 출전했다.
이는 곧바로 성과로 이어졌다. 황유민은 지난달 미국 하와이에서 열린 LPGA투어 롯데챔피언십에 초청선수로 출전해 우승하며 내년 미국 직행 티켓을 따냈다. 그는 “메이저대회 경험을 통해 코스 공략법, 다양한 쇼트게임을 고민하고 노력한 것이 우승에 큰 자산이 됐다”고 밝혔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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