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빅테크가 버는데.." 치솟는 전기료에 들끓는 실리콘밸리[현장 리포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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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픈AI와 오라클, 소프트뱅크가 협력하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스타게이트'가 지난 4월 미국 텍사스주 애블린에서 지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오픈AI와 오라클, 소프트뱅크가 협력하는 초대형 데이터센터 '스타게이트'가 지난 4월 미국 텍사스주 애블린에서 지어지고 있다. 로이터통신

"테크기업 때문에 전기료를 너무 많이 내는 것 같아요. 숨은 세금이나 다름 없어요."
13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 시내에서 만난 재향군인회 직원 앨리시아 프리에토씨는 "월 220달러(30만원)를 전기료로만 낸다"며 이렇게 하소연했다.

치솟는 전기료에 실리콘밸리의 민심이 들끓고 있다. 빅테크들이 인공지능(AI) 학습을 위해 데이터센터를 늘리자, 전력회사들이 인프라 구축 비용을 일반 고객들에게 전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4월 새너제이 도시계획위원회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데이터센터 건립 요청을 승인하고 인근 노숙인 캠프를 철거했다. 이를 포함한 총 3개의 신규 데이터센터가 새너제이에 들어서고 있다.

산타클라라카운티에 있는 55개 데이터센터와 3개(56~58) 신규 데이터센터 예정지. 산타클라라카운티

산타클라라카운티에 있는 55개 데이터센터와 3개(56~58) 신규 데이터센터 예정지. 산타클라라카운티

새너제이는 북부 캘리포니아의 데이터센터 절반 이상이 몰려있는 '데이터 허브'다. 새너제이를 포함한 산타클라라카운티에는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웹서비스(AWS) 등 14개 회사가 55개의 데이터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테크기업 본사들이 있는 곳인 만큼 레이턴시(지연)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고, 태풍 등 자연재해가 드문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문제는 전력 용량이 한정돼있다는 점이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지난 5월 산타클라라카운티 도시계획위원회에서는 추가 데이터센터 건설을 놓고 격론이 벌어졌다. 찬성 측은 데이터센터가 재산세와 매출세 증가에 기여한다고 주장했지만, 전기와 냉각용수 사용량이 과도하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새너제이 지역 발전사인 실리콘밸리파워의 니코 프로코스 최고운영책임자(COO)는 "현재 전력 공급 최대치인 720메가와트(MW)에 더해 500MW를 추가로 요청받았다"고 밝혔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13개 주요 전력회사 중 데이터센터 기업으로부터 기존 발전 용량을 초과하는 전력 공급을 요청받은 곳이 절반이 넘는다. 전력 병목 현상이 기업들의 AI 투자의 걸림돌이 된 것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초 "반도체가 아닌 전력이 AI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할 정도다.

전력회사들도 전력망 확충에 서두르고 있다. 캘리포니아 북중부 지역에 전기를 보급하는 퍼시픽가스앤일렉트릭(PG&E)은 지난 4월 캘리포니아주 정부에 총 31억달러(약 4조2600억원) 규모의 요금 인상을 요청했다. 주 당국이 13억달러 상당의 요금 인상을 승인한지 8개월만이다. PG&E는 "신규 주택과 기업, 전기차, AI 데이터센터 등에 예상되는 역사적인 전력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해 현대적인 전력망을 구축하겠다"라고 밝혔다.

잦은 산불과 친환경 전력망 건설 등으로 인해 전력요금이 다른 주보다 높은 상황에서 추가로 요금이 오른다는 소식에 실리콘밸리 주민들은 부담을 느끼고 있다. "남부 캘리포니아보다 전기료가 2배는 될 것"이라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새너제이 지역 전기료는 키로와트시(KWh)당 31센트로 주 평균보다 2%, 전국 평균 대비 59% 높다. 지난 10일에는 새너제이 남부 지역에 전력 과부하로 인해 부분 정전이 발생했다. 이 지역 아파트를 관리하는 쿠시맨웨이크필드의 엘리자베스 매니저는 "최근 2년 간 이랬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전했다.

이러한 현상은 미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비영리단체 파워라인즈에 따르면 올해 미국 전력회사들은 규제 당국에 총 290억달러의 요금 인상을 요청했다. 텍사스주의 온코어는 지난달 말 총 8억3400만달러의 요금 인상안을 주 정부에 제출했다. 뉴욕·메사추세츠 등 미 동부에 전력을 대는 내셔널그리드와 인디애나주 전력회사인 노던인디애나서비스는 각각 총 7억8000만달러와 2억57000만달러의 요금 인상을 요청했다. 찰스 화 파워라인즈 전무이사는 "많은 주가 증가하는 데이터센터 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공공 요금의 균형을 맞출 구체적인 계획이 없다"고 지적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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