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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한만혁 기자] 파미레세는 품종 개발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원하는 형질을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는 디지털스피드브리딩 플랫폼을 개발했다.
서울대학교 농림생물자원학부 교수로 재직 중인 강병철 파미레세 대표가 20여 년간의 연구와 경험, 노하우를 기반으로 개발한 디지털스피드브리딩 플랫폼은 유전자 검사를 통해 원하는 품종을 빠르게 만들고 스마트팜 기술로 재배 시간을 줄인다. 또한 수많은 연구 데이터와 AI 모델을 통해 형질을 예측함으로써 원하는 형질을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다.
파미레세는 디지털스피드브리딩 플랫폼으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함과 동시에 신품종 딸기를 재배해 미국 시장에 수출한다. 기술 개발과 현금 흐름을 모두 달성하기 위함이다. 이를 통해 파미레세는 우리나라의 대표 농식품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한다.
김병철 대표를 만나 파미레세와 디지털스피드브리딩 플랫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병철 파미레세 대표 / 출처=IT동아
품종 개발 연구 경험·노하우 기반으로 창업
IT동아: 안녕하세요, 강병철 대표님. 대표님 소개 부탁드립니다.
강병철 대표: 안녕하세요, 파미레세 강병철입니다. 저는 지난 2006년부터 서울대학교 농림생물자원학부 교수로 재직 중입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신품종 개발, 그중에서도 품종 후보의 유전자 검증, 그러니까 농작물의 특성을 종자나 어린 묘 상태에서 예측하는 유전자 검사 기술입니다.
저는 주로 고추를 연구했습니다. 고추는 생산액 기준으로 국내에서 가장 큰 식량작물이기 때문이죠. 고추에 대해 약 30년간 연구하면서 기술 이전도 많이 했습니다. 종자 기업이 저의 기술을 활용해 신품종을 개발하는 사례를 여러 번 접했죠. 그러면서 저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유전자 검사 기술을 기반으로 신품종을 개발하는 기업을 설립해 보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작은 회사를 만들 생각으로 교원창업 승인을 받고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그러다가 지금 공동대표로 있는 리차드 강 대표를 만났습니다. 당시 리차드 강 대표는 농업 기술(에그테크) 관련 사업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이야기하다 보니 저와 많은 부분이 통했습니다. 그래서 결국 2022년 12월에 함께 파미레세를 창업했습니다.
IT동아: 공동창업을 하신 이유가 있나요?
강병철 대표: 교수들이 창업할 때 많이 하는 실수 중 하나가 ‘자기 기술이 최고’라는 생각입니다. 회사를 운영하다가 막히거나 스타트업 생태계를 잘 알지 못해 시행착오를 겪을 때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를 여러 번 접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제가 잘 모르는 회사 운영 부분을 전문가에게 맡기기로 했습니다. 리차드 강 대표는 이전에 창업한 스타트업을 IPO까지 이끌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와 미국에 네트워크도 풍부하고요. 현재 회사 경영, 운영에 대한 부분은 리차드 강 대표가 담당하고, 저는 기술 개발 분야를 맡고 있습니다.
유전자 검사 기술로 품종 개발 기간 단축
IT동아: 파미레세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강병철 대표: 파미레세는 생산을 의미하는 영단어 ‘팜(Farm)’과 준비하다라는 의미의 히브리어 ‘이레(יראה)’, 종자를 뜻하는 영단어 ‘시드(Seed)’의 합성어입니다. 종자로 미래 농업을 준비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죠. 저희 슬로건은 ‘Sustainable Innovation From Seed To Table(종자부터 식탁까지 지속가능한 혁신)’입니다. 저희는 현재 AI 기반 디지털스피드브리딩 플랫폼을 개발하고 신품종을 연구 개발하면서 신품종 딸기를 생산해 미국 시장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품종 개발 기간을 줄이고 원하는 형질을 빠르게 찾을 수 있는 디지털스피드브리딩 플랫폼 / 출처=파미레세
IT동아: 디지털스피드브리딩 플랫폼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강병철 대표: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려면 최소한 10년이 필요합니다. 가령 빨간색의 매운 파프리카를 개발한다고 합시다. 우선 빨간색을 지닌 매운 칠리페퍼와 파프리카를 교배한 후 이 씨앗을 굉장히 많이 심습니다. 여기서 파프리카가 자라면 맵고 병 저항성이 좋으면서 빨간색인 것을 골라냅니다. 씨앗을 심고 파프리카가 나오는 것을 한 세대라고 하는데, 이를 여러 세대 반복합니다. 그러면서 맵고 병 저항성이 있는 구별성(Distinguish), 여러 씨앗이 같은 파프리카를 생산하는 균일성(Uniformity), 병 저항성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안정성(Stability)을 갖췄는지 확인합니다. 이를 제대로 갖췄는지 확인하려면 적어도 5세대를 거쳐야 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식물은 1년에 한 세대만 경작할 수 있죠. 그러니까 최소 5년 이상 걸립니다.
이런 과정을 거쳐 원하는 품종을 개발한 후에는 국립종자원에 등록합니다. 국립종자원은 구별성, 균일성, 안정성(DUS) 검사 후 등록을 허가합니다. 여기에 약 2년이 걸립니다. 품종 등록 후에는 종자를 증식해서 시장에 판매합니다. 이때도 2~3년의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러니까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데 걸리는 기간이 최소 10년인 셈이죠.
저희가 개발한 디지털스피드브리딩 플랫폼은 품종 개발 기간을 절반으로 줄이고 원하는 형질을 쉽고 빠르게 찾을 수 있는 플랫폼입니다. 유전자 검사를 통해 시행착오 없이 빠르게 원하는 품종을 만들 수 있습니다. 특히 매운맛 함량, 당도 등의 형질은 관여하는 유전자가 많고 환경에 영향을 받기 때문에 원하는 형질을 찾기 힘듭니다. 하지만 저희는 유전자 데이터, 표현형 정보 데이터를 결합해 유전자 검사만으로 원하는 형질을 예측합니다. 그간 많은 연구 데이터를 확보한 덕에 AI 모델을 활용해 정확도를 80% 이상으로 높였습니다. 또한 스마트팜 기술로 빛을 조절해 꽃을 빨리 피게 합니다. 1년에 3번까지 꽃을 피울 수 있어요. 덕분에 품종 개발 기간을 절반으로 줄입니다.
디지털스피드브리딩 플랫폼은 고추에 먼저 적용하고 그 이후 딸기에도 적용할 예정입니다. 향후 시장 규모가 큰 작물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미국 시장에 수출하고 있는 신품종 딸기 / 출처=파미레세
IT동아: 앞서 신품종 딸기를 생산해 수출한다고 하셨는데요. 설명 부탁드립니다.
강병철 대표: 앞서도 설명했듯이 새로운 품종을 개발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투자를 유치하지 않으면 연구를 이어가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저는 처음부터 신기술을 개발하면서 기존의 우수한 신품종을 생산 및 판매해 현금 흐름을 만들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딸기 신품종을 재배해 미국 시장에 수출하고 있습니다. 미국의 고급 파인다이닝 레스토랑, 디저트 매장에 저희 딸기를 소개했고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를 위해 국내에 2500여 평 규모의 생산 시설을 구축하기 위해 투자 유치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울러 미국에도 농장을 만들려고 합니다. 해당 딸기 품종은 조만간 미국 농무부(USDA)에 품종 등록할 예정이며, 이를 위해 지난 1월 한국에 농업회사법인 ㈜온베리스, 미국에 ‘온베리스(On BERRIES, LLC)’를 설립했습니다.
우수한 기술력으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선정
IT동아: 파미레세의 주요 성과에 대해서도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병철 대표: 파미레세는 지난 2023년 10억 원 규모 시드 투자를 유치했고 현재 프리 시리즈A 투자 라운드를 진행 중입니다. 민간투자주도형 기술창업지원(TIPS) R&D, TIPS 해외 마케팅 사업화 과제 등에 선정되어 과제를 진행 중이고, 지난 5월에는 13개 정부 부처가 공동 추진하는 ‘2025 혁신 프리미어 1000’에도 선정됐습니다. 혁신 프리미어 1000은 국가 주요 산업의 성장 가능성이 높은 혁신 기업을 선발해 집중 지원하는 프로그램입니다.
IT동아: 현재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의 지원을 받고 있습니다. 어떤 지원이 있었나요?
강병철 대표: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은 농식품 분야 스타트업에 창업 자금, 기술개발, 사업화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지난 2024년 기술 개발에 필요한 자금을 낮은 금리로 지원하는 ‘기술 창업 자금 지원 사업’에 선정되어 저비용으로 자금을 확보했습니다.
올해는 농식품 분야 혁신 기업에 사업화 자금을 지원하는 ‘민간투자기반 스케일업 사업’에 선정됐습니다. 10개 기업 중 한 곳으로 선정돼 4월부터 사업을 수행하고 있으며 스케일업에 필요한 기술개발을 진행 중입니다. 또한 농식품 기술 창업 액셀러레이팅 육성 지원 사업 ‘패스트트랙’에 선정돼 IR 멘토, 네트워킹, 홍보, 비즈니스 모델 자문, 투자 연계 등의 도움을 받았습니다. 7월 16일 열린 농식품 분야 스타트업 창업 박람회(AFPRO) 참여 기회도 제공받았습니다.
개인적으로는 행정 등 회사 운영에 대한 실무와 인재 유치 관련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도 있으면 좋을 것 같습니다. 교원창업하는 교수의 경우 행정 분야를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해당 분야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이 풍부해지면 교원창업 시 스타트업을 운영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파미레세와 디지털스피드브리딩 플랫폼에 대해 설명하는 강병철 대표 / 출처=IT동아
미국 시장 진출 성공사례 만들 것
IT동아: 마지막으로 앞으로의 계획과 목표에 대해 말씀 부탁드립니다.
강병철 대표: 우리나라는 제조업뿐 아니라 농업 기술도 굉장히 앞서 있습니다. 저는 설립 초기부터 우리의 우수한 재배 기술, 품종 개발 기술을 패키지화해서 미국 시장에 진출하자는 전략을 세웠습니다. 이를 통해 우리나라 농산물 수출에 기여하는 것이 저희의 장기적인 목표입니다. 한국의 대표 농식품 기업으로 성장함으로써 국내 농식품 스타트업이 미국에서 성공하는 사례를 만들고 싶습니다. 저희를 보고 좀 더 많은 학생이 농업 분야에서 비전과 희망을 품고 농업 발전에 기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IT동아 한만혁 기자 (m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