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첨단 제조 스타트업 하드리안이 2억6000만달러(약 3600억원) 규모의 시리즈 C 펀딩을 받았다. 중국 등 주요국과 비교해 제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잃었다고 판단한 미국 정부와 벤처캐피털(VC)이 제조 기술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하드리안은 투자금으로 애리조나주 메사에 신규 제조시설인 팩토리3를 건설하고 캘리포니아주 토런스에 있는 본사를 확장한다고 17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펀딩에는 페이팔 창업자인 피터 틸의 파운더스 펀드와 앤드리슨호로위츠(a16z), 럭스캐피털 등이 참여했다.
하드리안은 미 국방부 등 정부 기관과 방위산업체에 제조업 역량을 제공하는 제조 자동화 스타트업이다. 초정밀 CNC 가공을 통해 정밀 부품을 생산하고 있다. 용접, 주조, 3차원(3D) 프린팅 등으로 기술 범위를 확장하는 게 목표다. 하드리안은 소규모 업체들이 수작업으로 수행하는 정밀 가공 업무를 대규모·자동화하는 기술을 확보해 미국 제조업 혁신에 앞장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현재 미 국방부와 방산 기업의 군수품 제조에 집중하고 있다.
하드리안은 앞으로 ‘서비스형 공장’(factory as a service)을 고객사에 제공할 계획이다. 고객사의 수요에 따라 맞춤형 공장을 건설·운영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미 해군 조달 사업을 전담하는 해양 사업부도 신설한다. 크리스 파워 하드리안 최고경영자(CEO)는 “중국은 산업 패권을 장악하기 위해 막대한 투자를 하고 있다”며 “미국은 정책뿐만 아니라 제조력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드리안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열 배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역시 제조업 혁신을 뒷받침하고 있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전날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에서 열린 재산업화 정상회의 행사에서 “강력한 제조업이 없는 나라는 사실상 나라라고 할 수 없다”며 자국 제조업의 추락한 위상을 지적했다.
유엔산업개발기구(UNIDO)에 따르면 지난 5월 미국의 제조업경쟁력지수(CIP)는 100.63(2015년=100)으로 10년째 제자리걸음인 반면 같은 기간 중국은 179.73으로 상승했다.
실리콘밸리=김인엽 특파원 insi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