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월 26일 대법원은 최초로 개인정보 '이용'을 개념정의한 판결을 선고했다. 개인정보 이용에 대해 명확하게 개념정의된 적이 없이 실무에서는 폭넓게 해석했으나, 대법원 2025. 6. 26. 선고 2023도18539 판결은 개인정보 '이용'에 대한 개념정의를 한 것을 비롯, 어린이집 원장이 CCTV 영상을 시청해 교사의 휴대폰 사용 내역을 확인하고 확인한 내역을 정리해 징계담당자에게 구두로 전달한 것은 개인정보의 '이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사실관계를 보면, 어린이집 원장 A씨는 보육교사의 근무 시간 중 휴대폰 사용 여부를 확인할 목적으로 CCTV 영상을 확인했다. 이후 그 내용을 정리해 상급자에게 구두로 보고했고, 이는 해당 교사의 징계 심의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었다. 결국 A씨는 개인정보를 수집 목적 외로 '이용'했다는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핵심 쟁점은 A씨의 행위를 개인정보의 '이용'으로 볼 수 있는지 여부였다. 원심 법원은 A씨가 CCTV 영상 파일 자체를 넘긴 것이 아니라, 영상에서 파악한 '근무 태도'에 관한 정보를 구두로 전달했을 뿐이라고 보았다. 즉, 전달된 정보만으로는 특정 개인을 알아볼 수 없으므로 개인정보의 목적 외 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우선 개인정보보호법상 명확한 정의 규정이 없던 '이용'의 개념을 최초로 정의하며 법적 공백을 메웠다. 개인정보의 '이용'이란, ① 개인정보처리자가 개인정보의 지배·관리권을 이전하지 않은 채, ② 스스로 개인정보를 쓰는 모든 행위를 의미한다고 밝혔다. 나아가 개인정보의 이용에 해당하는지는 개인정보를 쓰는 일련의 행위를 전체적으로 보아 판단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특히 '개인정보를 쓰는 행위'의 범위를 구체화한 대목이 인상적이다. 단순히 수집된 형태 그대로 쓰는 것뿐만 아니라, 수집된 개인정보를 가공·편집하거나 그로부터 새로운 정보를 '추출'해 쓰는 행위까지 모두 포함된다고 판시했다. 이는 마치 기밀문서의 특정 내용을 베껴서 사용하는 것 또한 결국 기밀문서를 사용하는 행위인 것과 같은 이치다.
이러한 정의에 따라 대법원은 A씨의 행위를 전체적으로 조망했다. A씨가 보육교사의 모습이 담긴 CCTV 영상(개인정보)을 시청하고, 그로부터 '휴대폰 사용 내역'이라는 정보를 추출·분석한 뒤, 이를 징계 자료로 삼기 위해 구두로 전달한 일련의 과정 전체가 결국 개인정보인 CCTV 영상을 '이용한 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개인정보의 이용이 유형적 이용으로 한정되지 않고 무형적 이용(데이터에 담긴 내용이나 의미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행위)까지 포함됨을 명확히 밝힌 것이다.
판결은 개인정보의 '이용' 범위를 단순히 원본 데이터의 사용에 한정하지 않고, 그로부터 파생되거나 추출된 정보를 활용하는 것까지 폭넓게 인정했으며, 나아가 위에서 언급한 대로 개인정보의 이용은 유형적 이용뿐만 아니라 무형적 이용까지 포함하는 개념임을 명시적으로 밝힌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용'의 범위의 확대는 위법한 '목적 외 이용'의 범위까지 확대할 수 있는 바, 데이터의 분석 등 무형적 이용이 일상화되고 중요한 오늘날, 이번 판결은 개인정보처리자에게 더 높은 수준의 책임과 윤리 의식을 요구한다. 이제 기업과 기관들은 수집된 개인정보를 어떻게 활용하고 있는지, 그 과정에서 본래 수집 목적의 범위를 조금이라도 넘어서는 무형적 이용이나 정보 추출은 없는지 더욱 엄격하게 점검해야 할 것이다.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