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시 호출 서비스업체 카카오모빌리티가 ‘콜(호출) 몰아주기’ 의혹과 관련해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부과받은 271억원의 과징금이 부당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법원이 가맹택시에 유리한 배차 구조를 위법하다고 단정하지 않은 만큼, 카카오모빌리티의 플랫폼 운영 방식을 두고 진행 중인 다른 소송에서 사법부의 해석이 어떻게 나올지에 관심이 쏠린다.
◇공정위 제재 뒤집은 법원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재판장 구회근 부장판사)는 22일 카카오모빌리티가 “과징금 명령이 부당하다”며 공정위를 상대로 제기한 소송에서 공정위의 시정명령과 과징금 납부명령을 모두 취소한다고 판결했다. 공정위 처분은 1심과 같은 효력이 있기 때문에 이에 불복하면 서울고법에서 항소심이 진행되며 이후 대법원 판단을 받을 수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6월 카카오모빌리티가 택시 배차 알고리즘을 인위 조정해 자사 가맹택시인 카카오T 블루에 호출을 우선 배정했다며 과징금 271억원과 시정명령을 내렸다. 당시 공정위는 비가맹 택시가 승객과 더 가까운 위치에 있어도 일정 시간 내 도착 가능한 가맹 기사에게 우선 배차했다고 지적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추천 배차 과정에서도 가맹 기사가 수익성 낮은 1㎞ 미만 단거리 호출을 제외하도록 설정하는 등 차별적 배차가 이뤄졌다고 문제 삼았다.
카카오T 블루는 2019년 출시된 가맹택시 서비스로, 택시회사와 개인택시 기사를 가맹사업자로 모집해 가맹비를 받고 카카오T 앱을 통해 승객 호출·배차 서비스를 제공한다.
법원은 공정위가 제시한 ‘배차 알고리즘의 인위적 조작’이나 ‘경쟁 제한 효과’의 증거가 불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서초동의 한 공정거래 전문 변호사는 “가맹택시에 일정한 우선권을 부여한 것만으로는 공정한 경쟁을 제한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 것”이라고 평가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이번 판결을 통해 당사가 소비자와 기사 모두의 편익 확대를 위해 일관되게 노력했으며, 가맹 기사와 비가맹 기사를 차별하지 않았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판결문을 받는 대로 면밀히 검토해 상고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했다.
◇유사 사안 소송에 영향 줄까
이번 판결이 별도로 진행 중인 카카오모빌리티 시장지배력 남용 사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린다. 카카오모빌리티는 비슷한 사안으로 공정위 제재를 받아 별도 소송을 진행 중이다. 공정위는 지난해 10월 카카오모빌리티가 경쟁 가맹택시 사업자에 자사 가맹택시 실시간 운행정보 등 영업비밀 제공을 요구하고, 이를 거절하면 카카오T 일반 호출 기능을 차단했다며 과징금 151억원을 부과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같은 해 11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올해 2월에는 경쟁 사업자인 타다가 “콜 차단 조치 때문에 가맹 기사 이탈과 가맹계약 해지 등으로 약 100억원의 영업 손실을 입었다”며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이 같은 법적 분쟁에도 불구하고 카카오모빌리티는 호출 플랫폼 시장에서 여전히 압도적인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기준 카카오모빌리티가 운영하는 택시 호출 앱 카카오T의 월간활성이용자(MAU)는 약 1328만 명으로, 시장 점유율이 약 94%에 달했다. 같은 기간 경쟁사인 우버택시는 70만 명, 타다는 6만4000명, 아이엠택시는 5만8000명 수준에 그쳤다.
황동진 기자 radh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