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끊긴 방사성 동위원소 … 의료현장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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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치료가 예정돼 있던 갑상샘암 환자 A씨는 지난주 갑작스럽게 입원 취소 통보를 받았다. 세계적으로 방사성 요오드 생산에 차질이 빚어지면서 국내 공급이 끊긴 탓이다. A씨는 “수주 동안 호르몬제 복용도 끊으며 고통 속에서 치료를 준비해 왔는데 당혹스럽다”고 토로했다.

14일 의료계에 따르면 국내 주요 대학병원에서 갑상샘암 치료를 앞둔 환자들의 일정이 대거 미뤄졌다. 치료를 앞둔 환자들은 또다시 한 달 이상을 기다리게 됐다. 일부 환자는 병원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겠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유영훈 강남세브란스병원 핵의학과 교수(대한핵의학회장)는 “현재 공급 추세라면 2주마다 20~30명의 환자가 치료를 미뤄야 한다”고 설명했다.

갑상샘암은 수술 후에도 미세한 잔여 종양이 남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방사성 요오드를 이용한 치료가 재발 방지에 핵심 역할을 한다. 전체 갑상샘암 환자의 40~50%가 방사성 요오드 치료를 받는다.

갑상샘암 환자들은 치료 전까지 한 달 넘게 엄격한 전처치 과정을 지켜야 한다. 4주 이상 갑상샘 호르몬제 복용을 중단하고, 2주간 요오드 함유 식품 섭취를 제한해야 한다. 천일염이 포함된 어떤 음식도 먹을 수 없다. 유 교수는 “약을 끊어 갑상샘 기능 저하로 기운이 없는 데다 식사를 극도로 제한한 환자들이 치료가 연기되면서 이 과정을 한 번 더 견뎌야 하는 상황이 됐다”고 했다.

방사성 동위원소 공급난은 지난 수년간 반복적으로 발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핵의학 검사에 주로 쓰이는 방사성 동위원소 ‘테크네슘’의 공급이 수주간 중단됐다. 뼈, 뇌, 심장 등 장기를 진단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검사다. 대한핵의학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약 66만 건의 핵의학 영상 검사에 방사성 테크네슘이 사용됐다. 서민석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방사성 테크네슘은 핵의학과 검사 절반 이상에서 활용되는 물질”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에서 요오드, 테크네슘 등 방사성 동위원소는 전량 수입에 의존한다. 폴란드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원료를 수입한 뒤 국내 업체가 이를 캡슐 형태로 가공해 판매하는 식이다. 이번 공급 부족은 2~3주 전 원료 업체가 돌연 공급 중단을 선언하면서 발생했다. 아직 원료 업체에서는 명확한 공급 중단 사유를 밝히지 않았지만 의료계에서는 공급 부족이 한두 달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건욱 서울대병원 핵의학과 교수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공급하는 세계 각국 원자로의 대부분이 50년 이상 노후화돼 가동 중단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방사성 동위원소 국산화 및 수출을 위해 원자로를 짓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012년 부산 기장군에 수출용 신형연구로를 짓는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진 안전성 평가를 거치는 등 심사 절차가 지연되면서 2022년 5월에야 착공했다. 2027년까지 구축하는 것이 목표지만 예산 감축, 공사 지연 등으로 이마저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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