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층사다리’ 오르겠단 갈망… 변신하니 인간도 돼지도 아닌 제3존재[김영민의 본다는 것은]

2 hours ago 1

〈126〉이 시대의 지옥도 고 허범욱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 포스터. 인간이 되려는 돼지 H, 인간으로 살아가는 일에 지친 청년 정석이 돼지도 인간도 아닌 존재로 변하면서 겪게 되는 지옥 같은 세상을 그렸다. 사진 출처 인디스토리 김영민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 아침에 눈을 떴더니 벌레가 된 자신을 발견했다? 이 얼마나 끔찍한 일인가. 카프카의 유명한 소설 ‘변신’도 바로 그 충격에서 시작한다. 그런데 만약 벌레로 변신한 것이 다행이라면? 생각해 보라. 벌레로 변신했다는 것은 그래도 무엇으로 변신하는 데 성공한 것이 아닌가. 정말 끔찍한 상황은 상반신이나 하반신만 벌레로 변했거나, 좌반신이나 우반신만 벌레로 변한 상황 아닐까. 완전히 벌레가 됐으면 벌레사회에 속할 수나 있겠지. 되다 만 벌레는 벌레사회에 속할 수도 인간사회에 속할 수도 없다. 이 정말 난감한 상황이 아닌가. 추위가 엄습한 가을 어느 지하극장에서 고 허범욱 감독의 장편 애니메이션 ‘구제역에서 살아 돌아온 돼지’를 봤다. 불과 서너 명이 앉아 있는 쓸쓸한 개봉관 화면에 헐떡이는 돼지 H가 등장한다. 구제역이 퍼지자 돼지 H는 다른 많은 돼지들과 함께 살처분 구덩이에 처박힌다. 이대로 죽을 수는 없다! 돼지 H는 무력하게 죽어가는 돼지보다 우월한 인간이 되기를 갈망한다. 그러나 인간은 과연 돼지보다 우월한 존재일까. 비슷한 시간, 학창 생활은 물론 군대 생활에서마저 폭력에 시달리던 청년 정석은 이 지긋지긋한 인간의 탈을 벗어버리기를 갈망한다. 그 갈망의 결과, 돼지 H와 청년 정석은 변한다. 정말 무엇인가로 변한다. 돼지 H는 인간의 몸을 가졌으되 머리통은 여전히 돼지인 존재로, 청년 정석은 진화를 하다가 만 유인원 같은 존재로 변한다. 어쩌다가 이런 변신이 일어났을까. 변신 혹은 변화에 대한 단순하지만 가장 강력한 설명은 이것이다. 도저히 기존 상태로는 해결할 수 없는 문제가 존재하되, 그 문제 상황을 벗어나려는 갈망이 너무도 강렬할 때, 변화는 마침내 일어난다. 인류가 경험한 가장 큰 변화 중 하나인 산업혁명도 마찬가지다. 기존 생산 방식이 한계에 도달했는데, 그럼에도 그에 머물지 않겠다는 강렬한 갈망이 존재했기 때문에 근본적인 기술 혁신이 생겨났다는 설명이 있다. 이탈리아 거장 조반니 바티스타 티에폴로의 ‘아폴론과 다프네’(1743∼1744). 사진 출처 위키미디어 이러한 변신의 동학을 극적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Read Entire Article




피플앤툴즈 네트워크
🛍 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