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국무장관도 당했다… ‘영화 속 장면’ 같은 딥페이크 사칭[이창수의 영어&뉴스 따라잡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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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일 워싱턴 국무부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워싱턴=AP 뉴시스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이 1일 워싱턴 국무부에서 기자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 워싱턴=AP 뉴시스

이창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명예교수

이창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명예교수
7월 초 마코 루비오 미국 국무장관을 사칭한 인공지능(AI) 딥페이크 사건이 국제사회를 발칵 뒤집었다. 루비오의 목소리와 말투를 정교하게 모방한 음성 메시지가 미 주지사와 다른 나라 외교장관 등에게 전송된 것이다.

미 공영라디오 NPR은 이 사건을 특종 보도한 워싱턴포스트(WP) 존 허드슨 기자를 인터뷰했다. 진행자는 “어떻게 사건을 알게 됐는가(How did you stumble on this)?”라고 물었다. ‘stumble on’은 ‘∼을 우연히 발견하다’는 의미다. 허드슨은 “경고 문구가 담긴 케이블(cable)을 입수했다”라고 답했다. ‘cable’은 미 국무부가 직원들에게 보내는 내부 메시지를 가리킨다. 그는 이어 “거기에 당국이 파악한 내용이 담겨 있었다(that’s what spelled out originally what U.S. authorities learned)”라고 덧붙였다. ‘spell out’은 ‘자세하게 설명하다’는 뜻이다.

진행자는 “‘사기꾼 루비오’가 여전히 저 밖에서 혼란을 일으키고 있나(is the impostor Rubio still out there wreaking havoc)?”라고 질문했다. 사칭범이 아직 잡히지 않았느냐는 얘기다. ‘wreak havoc on∼’은 ‘∼에 큰 피해를 주다’는 뜻으로, 영어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표현이다. 이에 허드슨은 “용의자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remains unknown)”라고 답했다.

WP에 따르면 미 당국은 국무장관 사칭 시도의 배후가 누구인지(who is behind the string of impersonation attempts)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be behind’는 사건의 배후나 범인을 언급할 때 쓰는 표현이다. ‘a string of ∼’는 ‘a string of attacks’처럼 하나로 이어지는 현상을 거론할 때 활용할 수 있다. 국무부는 케이블 메시지에서 고위층 AI 딥페이크 사건을 ‘정보나 계정에 접근하려는 목적을 갖고(with the goal of gaining access to information or accounts)’ 행한 행동으로 분석했다.

국무부는 또 “유사 사건을 방지하기 위해 사이버보안 태세를 강화하는 조치를 취하고 있다(take steps to improve the department‘s cybersecurity posture to prevent future incidents)”라고 했다. 폭스뉴스도 “국무부가 국민에게 이러한 사기에 넘어가지 않도록 관련 내용을 알리고 있다(take steps to try to warn people not to fall for this)”라고 보도했다. ‘posture’(태세)는 ‘military readiness posture’(군사 대비 태세), ‘deterrence posture’(도발 억제 태세) 등과 같이 쓰인다. ‘fall for’는 뒤에 ‘lies, tricks, a con, a scam’ 같은 단어를 넣어 ‘∼에 속아 넘어가다’는 뜻으로 쓴다. “Are you falling for this man?”(너 이 남자에게 반한 거야?)처럼 ‘(갑자기) 이성적으로 좋아지다’라는 의미로도 활용된다.

미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대)의 디지털 포렌식 전문가인 해니 파리드 교수는 폭스뉴스에서 AI를 활용한 신분 사칭에 대해 “고도의 기술을 가진 사람을 요하지 않는다(not require sophisticated actors)”면서 “당국자들은 데이터 보안의식이 취약해(can be careless about data security) 사칭이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라고 분석했다.

사이버 보안 전문가인 파커 레이크는 CBS방송에서 이번 사건을 “할리우드 영화에서나 봤던 일(something that comes right out of Hollywood)”이지만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일이 됐다고 했다. ‘be(come) right out of ∼’는 ‘영화·소설·잡지 등에서나 볼 수 있는 내용이나 장면’이란 뜻이다. “Their wedding was right out of a fairytale”(동화처럼 멋진 결혼식이었어)이나 “It was like something right out of a horror movie”(마치 공포 영화의 한 장면 같았어)처럼 쓰인다. 올해 아마존 프라임에 공개된 영화 ‘G20’에는 범인들이 주요 국가 정상들을 인질로 잡은 뒤 이들의 목소리를 녹음해서 AI로 허위 메시지를 만들어 퍼뜨리는 장면이 나온다. 정말 영화 속 일이 현실이 되고 있다.

이창수 한국외대 통번역대학원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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