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연구진이 돼지의 폐를 인간에게 이식하는 데 세계 최초로 성공했다. 장기 부족 문제를 해결할 단초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허젠싱 중국 광저우대 교수팀은 뇌사 판정을 받은 39세 남성 환자에게 유전자편집을 한 돼지 폐를 이식한 결과를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 25일 자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면역거부반응을 최소화하기 위해 유전자 6개를 변형한 돼지의 왼쪽 폐를 이식했다. 장기는 216시간(약 9일) 동안 급성거부반응이나 감염 없이 기능을 유지했다. 다만 수술 24시간 이후 부종이 발생했고, 3일과 6일째 항체 매개 거부반응이 나타났다.
지금까지 돼지의 신장, 심장, 간을 인간에게 이식한 사례는 보고됐지만 구조가 복잡한 폐 이식에 성공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종이식은 수십 년간 초급성 거부반응과 감염 문제로 번번이 실패했다. 최근 유전자편집 기술이 발전하면서 임상 단계로 진전되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리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이종이식 시장은 지난해 28억4000만달러 규모에서 2034년 72억6000만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메릴랜드대에서는 2022~2023년 두 차례 돼지 심장 이식에 성공했고, 매사추세츠 종합병원과 뉴욕대 랑곤헬스 등에서도 신장·간 이식이 이어졌다. 중국은 지난해 안후이 의대에서 돼지 간 이식에 성공했고, 이번에는 폐 이식에서도 성과를 내며 임상 적용 범위를 넓혀가고 있다.
이에 비해 한국은 비교적 이른 시기인 2003년 ‘바이오이종장기개발사업단’을 출범시켜 700억원 이상을 지원하는 등 투자를 이어왔지만 법적 규제로 뇌사자 대상 임상 연구는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국립축산과학원과 옵티팜 등이 형질전환 돼지 개발에 성과를 냈음에도 임상 단계로는 진입하지 못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과 중국은 규제 유연성과 대규모 지원을 기반으로 이종이식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임상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 법률과 제도의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영애 기자 0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