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벤처캐피털(VC) 다섯 곳 중 한 곳은 단 한 건도 투자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금이 과거 실적이 탄탄한 대형 VC에만 집중돼 신생 VC는 등록 자격을 잃거나 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악순환에 내몰렸다.
25일 한국벤처투자협회 전자공시시스템(DIV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투자 실적이 ‘0원’인 VC는 총 61곳으로 집계됐다. 전체 등록 벤처투자회사(355개)의 약 17%가 사실상 ‘깡통 투자사’로 전락한 셈이다. 2022년 32곳, 2023년 41곳, 지난해 43곳에서 올해 들어 급증했다. 기업공개(IPO), 인수합병(M&A) 등 회수 시장이 막히자 VC가 신규 투자를 꺼리고, 기존에 투자한 기업의 생존에만 매달리는 등 시장 전체가 악화일로에 접어들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깡통 VC’의 속출은 초기 창업 시장 경색으로 이어지고 있다. 로이터에 따르면 올 상반기 미국 내 스타트업이 VC에서 조달한 투자금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75.6% 증가한 1628억달러(약 225조5100억원)에 달했다. 정부가 모태펀드 출자 확대 등으로 시장 경색 완화에 나섰지만, 단기적 ‘돈 풀기’만으로는 부정적 연쇄 효과를 끊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안정훈/최영총 기자 ajh632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