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당선된 대통령에게 청년이 가장 바라는 정책은?
2030세대를 위한 경제 뉴스와 콘텐츠를 주로 제공하는 우리 회사는 지난 21대 대통령선거 기간 바쁘게 움직였다. 우선 청년 6945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봤다. 조사 결과는 각 당 대선캠프에 전달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선후보, 김경수 더불어민주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 김용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천하람 개혁신당 공동선대위원장(가나다순)이 90분씩 별도로 진행한 간담회에도 응했다. 캠프에서 준비한 이야기를 자연스레 풀어놓고 간 사람도 있었고, 의외로 설문조사 결과의 핵심을 짚어낸 사람도 있었다.
결론을 보면 청년들이 간절히 원하는 것은 ‘일자리’였다. 저출생과 고령화 대책도, 국민연금을 두고 빚어지는 세대 간 갈등도, ‘쉬었음’ 청년 문제와 중소기업 기피 현상, 주거 불안과 지역 소멸 등은 결국 좋은 일자리가 충분히 공급된다면 사회가 어느 정도 관리할 수 있는 문제일 것이라고 믿었다. 사회로부터 받을 것보다 사회에서 직접 만들 수 있기를 원하는, 건실하고 진취적인 사고방식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청년들이 생각하는 ‘현실적으로 좋은 일자리’는 기성세대가 상식으로 지닌 ‘양질의 일자리’와는 조금 달랐다.
그것은 단순히 정규직도, 대기업 고연봉 일자리도 아니었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연봉이 비슷한 상황에서 ‘고용 안정성’ 단 하나가 강점인 정규직이라면, 복잡한 사내 정치나 비합리적인 연대책임을 피할 수 있는 계약직이 더 나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연봉이 다소 적은 편이어도 회사 차원에서 제공하는 배려가 충분하고, 실력 있는 선배와 개인의 성장을 이끌어주는 체계가 갖춰져 있다면 중소기업도 얼마든지 가겠다는 뜻이었다.
이 결과가 청년들이 이제 ‘갑갑한 정규직’보다 ‘자유로운 비정규직’을 선호한다는 의미인 것으로 오독해선 안 된다. 청년들의 시선은 오히려 나 자신보다 나를 둘러싼 기성세대에 가 있었다. 이곳에서 나의 미래를 앞서 보여주는 직장 사수나 부모님의 삶이 여전히 허덕일 때 청년들은 가장 좌절했다.
설문조사에서 청년들은 일에 치여 사는 부장님의 쥐꼬리만 한 월급 명세서를 우연히 훔쳐본 순간, ‘아, 여기서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이게 끝이구나’ 하는 씁쓸한 깨달음을 얻었다고 했다. 평생 성실히 일했음에도 노후 준비를 따로 해야만 하는 부모님의 현실이 곧 나의 현실이 되어 어깨 위로 굴러떨어질 것 같을 때, 청년들은 한계와 허무함을 뼈저리게 체감했다.
어떻게 청년다운 열정을 북돋울 수 있느냐고 묻는다면, 청년이라는 이름으로 특별히 챙겨주기보다는 사회 전반의 일자리 질을 올리는 것이 정답에 더 가까울 수도 있다. 인간은 상상하고 기대하는 즐거움으로 살아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