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뉴프런티어 (22)] 딥바이오 "암 조직검사 AI로 해외 진출…美 시장 35% 이상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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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뉴프런티어 (22)] 딥바이오 "암 조직검사 AI로 해외 진출…美 시장 35% 이상 잡겠다"

"암 진단과 예후예측, 치료까지 원스톱으로 처리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기반 진단 기술로 디지털 병리학에 새 지평을 열겠습니다."

김선우 딥바이오 대표는 최근 서울 구로디지털단지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올해로 설립 10년차인 딥바이오는 조직검사 단계에서 암의 유무, 분포 등을 판별하는 AI 솔루션을 개발 중인 영상진단 업체다. 엑스레이 이미지로 암 유무를 진단하는 기존 AI 영상진단 보다 진일보한 기술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암 진단 보조수단에 그치지 않고 암의 확진, 예후진단 등의 수단으로 활용될 수 있어서다.

딥바이오는 조만간 매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로슈, 패스AI 등 해외 파트너사들이 이 회사의 전립선암 진단제품 판매를 앞두고 있어서다. 김 대표는 "제품 기술력이 해외 경쟁 제품보다 앞서 있다"며 "디지털 병리시장의 글로벌 강자로 자리매김하겠다"고 했다.

SW 프로그래머의 바이오 도전

카이스트 전산학부를 졸업한 김 대표는 네트워크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이름을 떨쳤던 IT맨이다. 대학시절부터 실력 발휘를 했다. 대학 1학년 때 보안 동아리 쿠스를 만들었고, 미국 듀크대 주최 인터넷 프로그래밍 대회에서 200여개 팀 가운데 6위를 차지했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어바인에서 박사 과정을 수료하고 미국 무선 네트워크 솔루션 업체인 IST인터내셔널에 입사했다. WCDMA(광대역 코드분할 다중접속) 데이터 가속 서버를 만드는 일을 했다. 네트워크 간의 버퍼를 조정해서 보안, 속도, 효율을 높이는 네트워크 솔루션이었다. 이 솔루션은 삼성전자, KT 등에 판매됐다. 2003년 12월 SK텔레콤과 KT가 세계 최초로 상용화한 WCDMA 서비스에 김 대표가 일조한 셈이다.

김 대표가 바이오에 관심을 갖게 된 건 2012년 KT 전략기획실 해외투자팀장을 지낼 무렵이다. 전자·전산 분야의 저명한 국제 저널에 실린 논문들을 분석하다가 샛별처럼 떠오르던 딥러닝 기술을 헬스케어에 접목해보자는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꺾으면서 딥러닝이 AI 기술로 주목받기 시작한 것보다 4년이나 앞선 시점이었다.

김 대표는 "AI로 암을 판독할 수 있다는 말에 의사 등 전문가들이 놀라워했다"며 "딥러닝 기반의 암 진단 기술의 미래가 밝겠구나 하는 생각에 창업을 결심했다"고 했다.

"암 조직검사에 국내 최초 AI 도입…초정밀 진단 솔루션 개발"

김 대표는 2015년 10월 딥바이오를 설립했다. 국내 대표 AI 기반 영상진단업체인 루닛, 뷰노보다 1~2년 늦은 시점이었다. 김 대표는 엑스레이 이미지를 기반으로 암 진단 솔루션을 개발하던 선발주자들과는 다른 접근을 했다. 병리 의사가 확진을 위해 실시하는 조직검사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진단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김 대표는 "암 조직검사에 AI를 도입한 건 딥바이오가 국내 최초였다"고 했다.

암 진단은 내시경 검사, 조직검사, 세포검사, 종양표지자검사, 영상진단 등 다양한 방식으로 이뤄진다. 이들 검사를 통해 암이 진단된 경우 최종 확진을 위해서는 조직검사를 거친다. 병리 의사가 고배율 현미경으로 병변 조직을 일일이 살펴보고 판정을 내리게 된다.

문제는 조직검사의 경우 병리 의사 간 진단 결과가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딥바이오에 따르면 병리 의사간 판정 불일치 비중은 30~53%다. 한 사람의 병리 의사가 동일 샘플을 시차를 두고 반복해서 분석했을 때도 33%가 불일치했다. 병리 의사의 육안에 의존하는 현행 방식으로는 진단 오류가 생길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

암 진단의 정밀도도 낮다. 전립선암의 악성도를 평가하는 병리학적 지표인 글리슨스코어 계산방식이 대표적이다. 병리 의사가 전립선 생검에서 얻은 암세포를 현미경으로 관찰해서 분화도에 따라 1~5점을 부여한다. 암 조직 위치와 종양 면적까지 계산한다. 예후와 치료 방침을 결정하는데 중요한 잣대다. 김 대표는 "육안으로 검사해서 분석하는데 시간이 오래 걸리는 것은 물론 병리 의사마다 육안으로 계산한 면적이 다르고 위치도 제각각"이라고 했다.

딥바이오는 이 지점에서 기회를 찾았다. 병리 의사가 현미경으로만 관찰하던 조직 슬라이드를 고해상도 이미지로 스캐닝한 뒤 컴퓨터 상에서 확대 또는 축소해가면서 분석하는 디지털 병리학이 확산되는 추세이기도 했다. WSI(Whole Slide Image)를 기반으로 AI가 조직검사에 활용될 수 있는 길이 열린 셈이다. 미국에서는 이미 의사들이 암 확진 보조수단으로 AI 솔루션을 활용하는 게 보편화되고 있다. 미국 페이지, 이스라엘 아이백스 등이 제품을 출시했다.

WSI 이미지는 용량이 기가바이트(GB)급이다. 400배율로 스캔한 경우 파일 크기는 7GB에 이른다. 김 대표는 "3MB 안팎인 엑스레이 이미지 보다 훨씬 고화질로 진단할 수 있다"며 "사람 보다 훨씬 정확하게 암을 찾아내고 종양 면적도 정밀하게 계산해낼 수 있다"고 했다.

"종양 위치는 물론 크기도 측정…美 경쟁사 뛰어넘었다"

WSI 이미지를 기반으로 한 AI 진단 솔루션들은 아직까지는 진단 보조수단에 머물고 있다. 페이지는 전립선암 유무 만을 진단하는 제품으로 2021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았다. 아이백스는 페이지 제품과 동등성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FDA 허가를 받았다.

김 대표는 "전립선암은 암 크기가 아주 작고 종양과 비슷하게 생긴 유사조직이 많아 판독이 쉽지 않다"며 "여러명의 병리 의사 판독결과로 AI를 학습시킬 경우 편차가 오히려 커질 수 있는 등 제약이 많다"고 했다.

딥바이오의 경쟁력은 암조직 식별 능력이다. 딥바이오의 전립선암 진단 제품인 '딥Dx-프로스테이트 프로'의 민감도는 99%, 특이도는 97%에 이른다. 진단 속도도 빠르다. 슬라이드 한 장을 모두 판독하는데 1분이면 족하다.

병리 리포트를 자동으로 만들어주는 것도 '딥Dx-프로스테이트 프로'의 장점이다. 종양 면적 등 정량적인 분석 결과를 담은 진단 보고서를 자동으로 작성해준다. 김 대표는 "전립선암 조직검사 진단 솔루션으로는 유일하게 보고서 작성 기능을 갖고 있다"며 "스위스 소재 병원에 해당 솔루션을 공급할 예정"이라고 했다.

딥바이오는 2020년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딥Dx-프로스테이트의 허가를 받았다. 전립선암 유무를 판별해주는 용도다. 2021년에는 암 영역과 증증도, 길이 표시 등을 판별해 글리슨스코어를 계산해주는 딥Dx-프로스테이트 프로의 허가도 받아냈다.

"AI 특허 건수 독보적…기술력으로 해외 마케팅"

딥바이오가 보유한 특허 건수는 여느 대기업 못지 않다. 특허 등록건수는 79건, 출원건수는 104건이다. 2023년 기준 AI 관련 특허 출원 건수는 48건으로 세계 20위였다. 국내에선 삼성전자(87건) 다음으로 많았다.

딥바이오는 기술력에선 국내는 물론 해외서도 인정받고 있다. 2019년 글로벌 영상 분석 경진대회인 '카멜레온17 챌린지'에서 1위에 오르면서 주목 받았다. 유방암 림프절 전이를 AI로 찾는 게 과제였다. 2021년에는 미국 혁신 발명 시상식인 에디슨 어워드에서 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2024년에는 세계 최대 가전쇼(CES)에서 디지털 헬스케어 분야 혁신상을 받았다.

딥바이오는 스탠포드대 의대, 존스홉킨스대 의대 등 해외 유명 의과대학들과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딥바이오의 진단 기술력이 해외서 인정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김 대표는 "공동연구 등을 통해 매년 10여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있다"며 "북미병리학회, 미국비뇨학회, 미국암학회 등에서 논문을 발표하고 전시부스를 운영하면서 글로벌 인지도를 높여왔다"고 했다.

딥바이오는 전립선암 진단 제품에 이어 유방암 진단제품도 개발 중이다. 전립선암과 유방암의 예후예측 제품도 개발하고 있다. 김 대표는 "존스홉킨스대와 전립선암 예후예측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다"며 "딥Dx AI가 병리 의사보다 환자 재발 가능성을 더 잘 분류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했다.

딥바이오는 동반진단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신약벤처 에이비온이 얀센에 기술수출한 표적항암제인 cMET 저해제의 임상 2상에 참여해 약의 효능을 스크리닝해주고 있다. 세포막에 있는 cMET 스코어를 매기는 방식이다. 김 대표는 "딥Dx AI가 암진단은 물론 예후예측, 동반진단에도 활용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내년부터 매출 본격화…IPO도 도전"

딥바이오는 내년부터 매출이 본격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국내에선 보험급여를 받지 못해 판로가 막혀있었으나 지난해 말 신의료기술 평가유예를 받으면서 향후 4년간 비급여로 상업화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김 대표는 "국내 진단업체인 젠큐릭스와 손잡고 대형병원을 상대로 영업을 시작했다"며 "국내 전립선암 환자가 26만명에 달해 적잖은 매출이 기대된다"고 했다.

해외 매출도 조만간 가시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글로벌 헬스케어기업 로슈가 딥Dx-프로스테이트 프로의 글로벌 판매를 앞두고 있어서다. 로슈는 루닛 등 AI 진단회사 8곳과 협업해 진단제품 상업화를 추진 중인데 딥바이오 제품을 가장 먼저 상업화 단계에 올려놓았다.

김 대표는 "로슈는 물론 글로벌 공급망이 좋은 패스AI도 딥Dx-프로스테이트 제품 판매에 나설 계획"이라며 "연간 100만명이 전립선암 조직검사를 받는 미국에서 35% 이상의 시장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했다.

딥바이오는 내년 20억~30억원의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 김 대표는 "내년에는 기업공개(IPO)도 추진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영태 바이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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