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뉴프런티어 (13)]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 "중소·중견 제약사 신약개발 파트너…세계 최고 간 질환 신약 개발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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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뉴프런티어 (13)]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 "중소·중견 제약사 신약개발 파트너…세계 최고 간 질환 신약 개발할 것"

"신약 개발과 이를 뒷받침하는 캐시카우 사업을 균형있게 발전시켜 지속가능한 바이오텍으로 키워가겠습니다."

김재선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 대표는 최근 수원 본사에서 인터뷰를 갖고 이같은 경영목표를 제시했다. 설립 11년차인 이 회사는 중견 제약사에 버금가는 의약품 사업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 신약 개발과 허가 노하우를 가진 SK케미칼 출신들이 주축을 이룬 덕분이다.

이 회사는 특허 약물과 글로벌 임상 컨설팅으로 거둔 수익을 토대로 저분자 합성신약과 표적단백질분해(TPD) 신약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신약 개발에만 매달려 만성적자에 시달리는 여느 바이오텍과는 차별화된다. 김 대표는 "희귀·난치 질환의 미충족 의료수요를 충족시키는 글로벌 바이오텍으로 성장하는 게 목표"라고 했다.

컴퓨터 프로그래머의 신약 도전

김 대표는 중·고등학교 시절 소프트웨어 프로그래밍에 빠져살았다. PC 열풍이 거세게 일던 시기였다. 전산학원에서 베이직, 코볼, 포트란 같은 컴퓨터 언어를 배워 컴퓨터 게임을 만들었다. 소프트웨어 경진대회에서 입상할 정도로 실력 발휘를 했다. 자연스럽게 그의 꿈은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학진학 과정에서 과감히 진로를 바꿨다. 성균관대 화학과에 입학한 그는 약학대학에서 의약화학 전공으로 박사 과정을 마치고 1996년 SK케미칼에 입사했다. SK케미칼은 김 대표가 입사하고 3년 뒤인 1999년 국산 1호 신약인 항암제 '선플라'의 품목허가를 받아냈을 정도로 당시엔 국내 신약 개발의 선두 주자였다. 합성화학팀, 제휴업무팀 등을 거친 김 대표는 2008년 신약팀장을 맡아 회사의 신약 개발을 이끌었다.

그런 그가 창업전선에 뛰어든 것은 대학 후배의 제안이 계기가 됐다. 김 대표의 신약 개발 역량과 원료의약품 회사 연구소장을 지낸 후배의 사업 경험을 하나로 합치면 남부럽지 않은 바이오벤처를 세울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에서였다.

2014년 9월 설립된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의 주력 사업은 임상 컨설팅이었다. 김 대표가 SK케미칼에 근무하며 축적한 신약 개발 경험과 노하우가 밑천이었다. 해외 임상 경험이 없던 바이오벤처나 제약사에 임상 신청에 필요한 서류작업을 해주고, 의약품 생산시설을 물색하고 감수하는 일을 했다. 김 대표는 "창업 초기부터 흑자를 낼 만큼 순항했다"며 "주말마다 창업 멤버들이 스타벅스에 모여 신약 개발 방향을 토론했다"고 했다.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이 신약 개발에 본격 뛰어든 것은 2016년이다. 한단계 더 점프업 하려는 도전이었다. BNH인베스트먼트, 기술보증기금이 30억원의 자금을 댔다. 중견 제약사 일성신약의 도움도 받았다. 연구소의 일부 공간을 사무실로 내줬고, 안산공장 생산설비도 이용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다. SK케미칼, 안국약품 등은 전략적투자자로 힘을 보탰다.

'특허 강자' 명성…제약사 도우미 역할도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의 주축 멤버는 김 대표와 SK케미칼에서 신약 개발을 함께 했던 동료들이다. SK케미칼 연구개발(R&D)기획팀장을 지낸 정기원 부사장은 국내 1호 천연물 신약이면서 골관절염 치료제인 조인스정의 국내 시판허가를 이끈 주역이다. 이주영 신약연구 소장은 김 대표와 함께 발기부전치료제인 엠빅스를 개발했다.

이런 과정에서 쌓은 경험과 노하우는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이 독자적인 사업모델을 구축하는데 밑거름이 됐다. 이 회사는 합성·약리·분자설계·약동학(PK) 등 합성의약품 개발 역량은 물론 저분자 신약과 표적단백질분해 신약 도출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다 의약품 품질과 특성 분석 기술도 갖추고 있다. 원료의약품 공장도 운영 중이다. 제약업 전반에 걸친 사업 역량을 갖추고 있다는 의미다.

이 덕분에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의 사업모델은 외부 투자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대부분의 신약 바이오텍과는 완연히 다르다. 김 대표는 "SK케미칼에서 신약 개발과 허가 업무를 두루 경험한 덕분에 여느 바이오벤처들과는 다른 해법을 찾을 수 있었다"며 "바이오벤처가 어떻게 하면 생존하고 또 성공할 수 있는지를 끊임없이 고민한 결과"라고 했다.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은 '특허 강자'로도 불린다. 8년 전 대웅제약, 보령 등 11개 제약사들과의 특허 소송에서 이기면서다. 당시 설립 3년차의 새내기 벤처였다. 그런데도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의 B형 간염치료제 비리어드의 주성분인 테노포비르디소프록실의 염변경 특허를 선점했다. 퍼스트 제네릭 개발 경쟁을 벌이던 국내 제약사들의 발목을 잡은 셈이었다. 승소 덕분에 이 회사는 국내 주요 제약사들로부터 기술료를 받는 바이오텍이 됐다.

이 회사는 보유한 특허를 국내외 제약사에 매각하는 성과도 냈다. 합성신약, 계량신약, 프로드럭 등에 관한 10여건의 특허를 팔아 143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매각한 특허는 대부분 초기 단계 물질들이다. 김 대표는 "보유한 후보약물을 모두 개발하기는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선택"이라며 "특허 판매가 수익원의 하나로 자리잡았다"고 했다.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은 국내 제약사들에 도우미 역할도 톡톡히 하고 있다. 국내 중소·중견 제약사들에 신약 연구개발의 전주기 컨설팅과 의약품 임상 관련 문서 작업을 지원하고 있다. 비임상, 임상 등에 쓰는 의약원료도 생산해준다.

속도·효율 높인 신약 도출 플랫폼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은 저분자 합성신약과 표적단백질분해 신약 후보물질을 도출하는 플랫폼 기술을 독자적으로 구축했다. 이 회사의 '옵티플렉스(OPTIFLEX)'는 기존 후보물질 도출 방식과 접근법부터 다르다.

기존에는 단계별 평가를 거쳐 유효물질을 찾는다. 반면 옵티플렉스는 최단경로 탐색 기법으로 후보물질 도출기간을 3분의 1로 단축했다. 인공지능(AI) 기반 스코어링 시스템을 통해서다. 김 대표는 "물리화학적 특성, 약동학적 특성 등 핵심 평가지표를 통해 성공률이 높은 유효물질을 빠르게 찾아낼 수 있다"며 "신약 개발 초기 단계에서 실패 확률을 낮출 수 있는 기술"이라고 설명했다.

옵티플렉스는 기존 제약사 등에서 관행적으로 생기는 시스템적인 비효율도 차단할 수 있다. 대개 제약사에서 물질을 도출할 때는 합성팀, 분자설계팀, 평가팀, 물성분석팀, PK팀, 독성팀 등 8~10개 팀이 참여한다. 문제는 팀별 성과목표가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모든 개발팀의 목표가 신약 개발의 속도를 높이는데 맞춰져 있지 않다는 의미다.

제제팀은 제네릭 개발에, PK팀은 평가신뢰도 등에 초점을 둔다. 이렇다보면 전사적인 신약 개발에 역량이 집중되기 어렵다. 팀별 이기주의도 작동할 수 있다. 김 대표는 "옵티플렉스는 약물의 선택성, 약효, 생체 내 PK 등의 핵심 지표를 통해 후보물질을 빠르게 평가하도록 설계됐다"고 했다.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은 옵티플렉스를 통한 표적단백질분해 신약 후보물질 도출을 위해 1050개 규모의 E3 리간드와 링커 라이브러리를 구축했다. 이 라이브러리를 통해 빠르게 TPD 유사 화합물을 합성할 수 있다. 이렇게 도출된 화합물의 세포 흡수력이 뛰어난 것도 강점이다. 분자 구조가 큰 탓에 경구 흡수에 제약이 있는 TPD가 갖는 난제를 해결한 덕분이다.

김 대표는 "TPD 분자가 아마딜로처럼 둥글게 말리는 형태가 되면 세포 투과가 잘 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며 "기존 방식으론 접근이 어려웠던 언드러그블(Undruggable) 단백질에 대한 접근이 가능해 난치성 질환 치료제 개발에 물꼬를 틀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MASH 치료제, 경쟁약보다 효능 탁월"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의 주력 후보물질은 대사 이상 지방간염(MASH)을 적응증으로 하는 'J2H-1702'다. 현재 국내 임상 2a상 단계다. 한양대병원 등에서 환자 80명을 대상으로 임상이 진행 중이다. 하루 1회, 12주 동안 경구 투여한다.

J2H-1702는 코티솔 호르몬을 증가시키는 효소인 11β-HSD1을 타깃한다. 코티솔은 우리 몸이 스트레스에 반응할 때 분비되는 대표적인 호르몬이다. 콩팥의 부신피질에서 생성된다. 혈당을 높이고, 신진대사를 촉진하고, 면역 기능을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다만 만성적으로 코티솔이 높아지면 복부비만. 피로, 면역력 저하, 고혈압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한다. 김 대표는 "대사 이상 지방간염이나 대사 이상 지방간질환(MASLD) 환자에게서 코티솔 호르몬과 11β-HSD1의 활성이 증가하는 것에 착안해 간 질환 치료제로 개발 중"이라고 했다.

11β-HSD1을 타깃으로 대사 이상 지방간염 치료제를 개발하는 곳은 세계적으로도 드물다. 글로벌 제약사들은 치매 등 뇌질환, 대사질환 치료제 등으로 개발 중이다.

J2H-1702는 아직까지는 이렇다할 부작용이 보고되지 않았다. 김 대표는 "안전성을 평가하는 임상 1상에서 부작용 이슈가 없었다"고 했다.

효능은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 마드리갈의 '레스메티롬' 보다 앞서는 결과였다. 10개월 동안 지방간, 비만이 생기게 해서 대사 이상 지방간염을 유발한 쥐 실험을 통해서다. 레스메티롬은 대사 이상 지방간염 치료제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품목허가를 받은 첫 신약이다. 환자 20%에만 반응하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어 지난해 출시되자마자 블록버스터가 됐다.

김 대표는 "섬유화 관련 바이오마커, 간조직 콜레스테롤, 염증 관련 바이오마커 등에서 J2H-1702가 레스메티롬과 동등하거나 더 뛰어난 효능을 보였다"며 "레스메티롬과의 병용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은 J2H-1702를 특발성 폐섬유증(IPF) 치료제로도 개발하고 있다. 기존 치료제인 닌텐다닙과 복합제로 개발 중이다. 올해 초 보건복지부의 글로벌 희귀병 치료제 개발과제로 선정돼 60억원의 지원을 받는다. 복합제에 대한 약물간 상호작용 연구와 독성시험을 거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시험계획(IND)을 제출할 방침이다.

현재 폐 섬유증 치료제로 FDA 승인을 받은 약은 닌텐다닙과 피르페니돈이다. 하지만 이들은 폐 기능 감소 속도를 늦춰주는 효과만 있어 근본적 치료제에 대한 수요가 여전히 높다. 김 대표는 "폐는 다른 장기에 비해 혈관이 제대로 분포돼 있지 않아 약물 전달이 어렵다"며 "J2H-1702는 간은 물론 폐에도 잘 침투하는 장점이 있다"고 했다.

"올해 임상 확대…IPO 도 추진"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이 보유한 신약 후보물질은 7종이다. 대사 이상 지방간염에 이어 폐 섬유증을 적응증으로 J2H-1702의 임상을 확대할 예정이다.

표적단백질분해 기술을 적용한 저분자 합성의약품 개발도 본격화한다. 올해 중 비소세포폐암을 적응증으로 J2H-2002의 본격적인 개발에 나설 예정이다. C797C 변이를 포함해 표피성장인자수용체(EGFR) 다중변이가 타깃이다.

HK이노엔 삼성서울병원 등과 공동 연구도 시작했다. HK이노엔과는 오토파지 메커니즘을 활용한 고형암 치료제를 공동 개발하고 있다. 오토파지(Autophagy)는 세포가 살아가는데 불필요한 세포 구성 성분을 스스로 파괴하는 현상으로 암 치료의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받고 있다.

삼성서울병원과는 최근 공동연구 협약을 맺었다. 신장이식 후 면역이 떨어진 환자에게 치명적인 BK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치료제 개발이 목표다. 항체약물접합체(ADC) 신약개발 전문업체인 앱티스와도 협약 체결을 앞두고 있다.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은 일찌감치 성장 가능성을 높게 평가받아왔다. 2019년 국내 바이오벤처로는 처음으로 중소벤처기업부로부터 예비 유니콘에 선정됐다. 실적 전망도 밝다. 지난해 27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올해는 80억원, 내년에는 110억원이 목표다. 직원 수는 36명이다. 직원 절반 이상이 석사급 이상 고급 인력이다. 지금까지 외부에서 유치한 투자금은 620억원이다.

제이투에이치바이오텍은 올해 중 코스닥시장 상장을 위한 절차를 밟을 예정이다. 김 대표는 "올 하반기에 기술성평가를 거쳐 내년 중 상장하는 계획을 세워두고 있다"고 했다.

박영태 바이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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