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바이오 뉴프런티어 (12)] 루카스바이오 "바이러스 감염질환 완치하는 세계 최초 신약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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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바이오 뉴프런티어 (12)] 루카스바이오 "바이러스 감염질환 완치하는 세계 최초 신약 개발"

"항암 치료, 이식 등으로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게 발병하기 쉬운 치명적인 바이러스 질환을 극복하는데 일조하겠습니다."

조석구 루카스바이오 대표는 최근 인터뷰를 갖고 이같이 포부를 밝혔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인 조 대표는 림프종 명의다. 림프종 질환과 조혈모세포 이식 분야의 권위자로 면역력이 떨어진 암환자들이 겪기 쉬운 바이러스 질환 등을 치료할 수 있는 연구를 해왔다.

설립 6년차인 루카스바이오는 여러 바이러스 항원을 동시 표적하는 면역세포 생산기술을 확보했다. 이 기술을 토대로 적응증을 넓혀가는 전략을 펴고 있다. 약물을 발굴한 뒤 그것에 맞는 적응증을 찾는 기존의 신약 개발 방식과는 대비된다. 후보물질 발굴이 훨씬 더 용이한 기술을 갖고 있다는 의미다. 조 대표는 "풍부한 임상 경험을 토대로 첨단재생의약품 시장을 선도해나가겠다"고 했다.

바이러스 감염질환 근본 치료 도전

조 대표가 바이러스 치료 기술 연구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건 2013년 무렵이다. 가톨릭대 의생명산업연구원 세포치료사업단장을 맡으면서다. 서울성모병원의 무균세포배양시설 등을 활용해 직접 면역세포를 만들고 배양해 임상 연구를 했다. 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환자가 몸 속에 잠복해 있던 바이러스가 활성화되는 바람에 항암 치료를 제대로 받지 못하게 되는 사례를 경험하면서 바이러스 치료의 필요성을 절감한 게 계기였다. 조 대표는 "우리 몸 속 잠복 바이러스는 셀 수 없이 많은데 대표적인 것만 20여종"이라며 "대부분 마땅한 치료제가 아직 없다"고 했다.

루카스바이오가 보유한 핵심 기술은 유전자 조작 없이 기억 T세포를 배양하는 기술이다. 펩타이드로 만든 항원과 사이토카인을 통해 특정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과 같은 환경을 조성해 면역세포를 배양한다. 우리 몸의 자연적인 면역체계를 활용해 치료제를 만든다는 의미다. 조 대표는 "유전자 조작이나 수지상세포를 사용하지 않고 살상력이 뛰어난 면역세포를 배양하는 방식"이라며 "재현성이 뛰어난 게 강점"이라고 했다.

루카스바이오가 개발한 바이러스 특이 기억 T세포는 기존 항바이러스제와는 차별화된다. 타깃부터 다르다. 기존 항바이러스제는 바이러스 단백질이나 효소가 타깃이다. 바이러스 복제나 침입을 억제하는 기전으로 작동한다. 반면 루카스바이오의 바이러스 특이 기억 T세포 기반 바이러스 치료제는 감염된 세포를 직접 겨냥한다. 감염된 세포를 제거해서 질환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게 차별점이다. 조 대표는 "바이러스 질환을 완치하는 세계 최초의 치료제가 될 것"이라고 했다.

실제 임상 현장에서도 이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했다. 루카스바이오는 코로나19 중증 환자를 대상으로 항원 특이 기억 T세포 치료제의 효능을 입증했다. 폐렴에 걸려 산소마스크를 쓰고 있던 중증 환자 3명의 혈액에서 추출한 기억 T세포를 배양해 다시 주입했더니 완치됐다. 이 결과는 감염 분야 전문 학술지 <임상미생물학과 감염(Clinical Microbiology and Infection)> 온라인판에 최근 게재됐다. 조 대표는 "코로나에 감염된 환자의 자가 혈액으로 바이러스 특이적 기억 T세포를 제조해 완치까지 이끈 사례는 국내는 물론 세계 최초"라고 했다.

루카스바이오는 코로나19 바이러스를 겨냥한 동종 T세포 치료제도 개발 중이다. 지난해 9월 임상 1상 승인을 받고 임상을 진행 중이다. 조 대표는 "건강한 공여자의 면역세포를 사전에 확보해두는 뱅킹 시스템 기반으로, 코로나 범용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며 "지난해 연구개발이 완료된 코로나 자가세포 치료제는 첨단재생의료 치료제로 치료계획승인을 받아 상용화할 계획"이라고 했다.

루카스바이오는 면역항암제 등 우리 몸의 면역체계를 이용하는 치료제가 나올수록 바이러스 특이 기억 T세포 치료제의 필요성은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조 대표는 "면역항암제 치료를 하면 몸 속 면역세포가 줄어들고 면역세포가 지치게 돼 면역능력도 떨이지게 된다"며 "면역력이 떨어진 환자에게 맞춤형 치료제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했다.

"변이 바이러스도 잡고 백신처럼 예방까지"

루카스바이오의 바이러스 치료제는 변이 바이러스에도 효과적이다. 기존 항바이러스제는 표면 항원만 인식하기 때문에 내부 항원에 변이가 생기면 효과를 내지 못한다. 코로나19 항체 치료제들이 변이 바이러스에 무력해진 배경이다. 반면 루카스바이오의 바이러스 치료제는 T세포 수용체를 통해 항원을 인식하기 때문에 변이 바이러스도 잡아낼 수 있다. 조 대표는 "항바이러스제가 갖는 내성 문제도 없다"고 했다.

완치 후 다시 바이러스에 재감염되더라도 몸 속 면역기능이 정상적으로 작동되도록 해주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백신처럼 예방효과가 있다는 의미다. 조 대표는 "한번 주사를 맞으면 기억 T세포의 면역기능이 유지된다"며 "특정 바이러스에 대한 백신이 없는 상황에서 생명지킴이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했다.

NK세포치료제 등 기존 세포치료제들과도 차별화된다. 기존 NK세포치료제는 비특이적이어서 단기간에는 효과를 내지만 시간이 지나면 효능이 떨어지면서 질환이 다시 악화할 수 있다. 조 대표는 "바이러스 특이 기억 T세포와 NK세포를 배양해서 몸에 넣어주는 방식이어서 장기적으로 효과를 유지할 수 있다"고 했다.

루카스바이오는 코로나19 등 변이가 잦은 급성 RNA 바이러스를 대상으로 하는 범용뱅킹사업도 추진 중이다. 조 대표는 "환자 발생 시 빠르게 맞춤형 치료를 제공할 수 있는 범용 T세포 뱅크는 신종 감염병 대용에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루카스바이오는 치명률이 높은 조류독감 동종 치료제로도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세포치료제 플랫폼 3종 확보…감염질환·암·염증질환 동시 타깃

루카스바이오가 보유한 세포치료제 기술은 3종이다. 첫째는 바이러스 특이 기억 T세포에 NK세포 기능이 부여된 이중활성세포인 DTK치료제다. 펩타이드 항원과 사이토카인을 통해 항원 특이성 교육을 시키면서 배양한 면역세포다. 다양한 바이러스 항원 20개 이상을 동시에 표적할 수 있다. 감염세포의 MHC(주조직 적합 유전자 복합체)에 발현된 바이러스 항원을 인식해서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방식으로 감염세포를 제거하는 기전으로 작동한다. 조 대표는 "바이러스 자체를 죽이면 그로 인한 합병증도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했다.

둘째는 CIK(사이토카인 유도 살해)세포 기반 종양치료제다. MHC 의존적 T세포와 MHC 비의존적인 NK세포의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특정 항원과 관계없이 다양한 암종에 적용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CIK 종양치료제는 세포 표면에 CD3, CD56 등 면역 관련 단백질을 발현하며, T세포와 NK세포의 특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 암세포를 인식할 때 MHC에 의존하지 않는 메커니즘으로 작동한다. 암세포가 면역회피전략을 펴더라도 이를 효과적으로 우회할 수 있다는 의미다. 조 대표는 "종양세포의 특이성에 관계없이 뛰어난 살상력을 갖고 있다"며 "항암치료 또는 외과적 절제수술로 미세잔존종양 상태를 유도한 뒤 완전관해와 장기생존을 유도하기 위해 투여하는 CIK 종양 치료제를 개발 중"이라고 했다.

셋째는 중간엽 기질세포(DSC) 기반 염증 치료제다. 태반의 탈락막에서 유도되는 DSC는 산모의 유해한 세포로부터 태아를 보호하는 면역기능을 하는 세포다. PD-L1, PD-L2에서 발현도가 높다. 기존 골수 유래 MSC보다 증식능력이 뛰어나고 세포 크기가 작다. 태반이 의학적 부산물이어서 대량 확보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루카스바이오의 DSC 염증 치료제는 항염 효과가 있는 사이토카인을 분비하고, 염증을 유발하는 면역세포를 억제하는 이중 기전으로 작동한다. 동종 조혈모세포 이식 후 합병증 치료제로 먼저 개발한 뒤 염증성 장질환 치료제로 개발할 계획이다.

"멀티바이러스 치료제, 올해 임상 돌입"

루카스바이오는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거대세포바이러스(CMV), BK바이러스(BKV), 엡스타인-바 바이러스(EBV) 등 바이러스 3종을 동시 겨냥하는 멀티 바이러스 치료제에 대한 임상 1·2상 승인을 받았다.

이번 임상에서는 면역저하 상태에서 재활성화돼 중증 감염을 유발하는 대표적인 잠복 바이러스 3종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T세포 치료제의 안전성과 유효성을 평가하게 된다. 거대세포바이러스, BK바이러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는 대부분 성인에게 잠복 감염된 상태로 존재하다가 조혈모세포이식 등 면역 기능이 저하된 상황에서 다양한 합병증을 유발할 수 있다.

루카스바이오는 개별 바이러스에 특화된 단일 치료제 개발도 진행 중이다. 현재 거대세포바이러스 망막염, BK바이러스 출혈성 방광염,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관련 림프구 증식 질환을 대상으로 단일 항원 특이적 T세포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대상 환자의 면역 상태와 임상 상황에 따라 환자의 자가 세포를 사용하는 전략과 건강한 공여자로부터 확보한 동종 세포를 사용하는 뱅킹 전략을 병행하고 있다. 김 대표는 "환자 맞춤형 치료는 물론 긴급 상황에 대비한 신속한 치료 제공도 가능해지고 있다"고 했다.

2029년 상장 목표…"세포치료제 성공 모델 만들 것"

루카스바이오는 조 대표가 2019년 7월 교원창업한 회사다. 가톨릭대 옴니버스파크에 입주해 있다. 직원은 17명이다. 핵심 연구진인 임건일 연구소장과 김나연 개발본부장이 조 대표의 제자들이다.

루카스바이오는 탄탄한 임상 네트워크를 갖고 있다. 국내 주요 대학병원의 유명 임상의들과 공동으로 임상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3중 다중 바이러스 치료제와 코로나19 치료제는 이동건·이래석 서울성모병원 감염내과 교수와 유재원 서울성모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거대세포바이러스 망막염 치료제는 박영훈 서울성모병원 안과 교수, BK바이러스 치료제는 정병하·이한비 서울성모병원 교수와 김예진 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감염분과 교수,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치료제는 민기준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교수 등과 협업하고 있다. 가톨릭대 의생명산업연구원장, 산학협력단장, 연구처장, 중개의학분자영상연구소장, 림프종 다학제 협동진료팀장 등을 맡고 있는 조 대표가 연구 협업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어서다.

루카스바이오가 지금까지 외부에서 유치한 투자금은 170억원이다. 국가연구과제 용역수주액은 100억원에 이른다. 2029년 기업공개(IPO)가 목표다. 조 대표는 "세포치료제는 국내에서 성공모델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이를 기반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라고 했다.

박영태 바이오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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