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는 스테이블코인(Stable Coin)이 단순한 암호화폐를 넘어 글로벌 금융 인프라 핵심 축으로 부상하는 원년이다. 미국·중국이 주도하는 디지털 화폐 패권 경쟁 속에서 인공지능(AI)과 블록체인 기술 융합이 전통 금융시장을 위협하는 새로운 변수로 등장했다. 이 거대한 변화의 물결에서 우리는 어떤 포지션을 취해야 할까?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암호자산(가상자산)은 탈중앙화와 익명성이라는 혁신을 이뤘지만, 극심한 가격 변동성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었다. 이로 인해 일상 결제나 금융 서비스에서 활용하기 어려웠고 사용자 보호와 규제 가능성도 제한됐다. 이런 한계를 극복하고자 등장한 것이 스테이블코인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나 기타 자산에 가치를 연동해 가격 안정을 도모함으로써 블록체인 기술의 장점을 유지하면서도 신뢰 기반 경제 활동을 가능하게 한다는 목적이다. 전통 금융과 탈중앙화 금융(DeFi) 사이 가교 역할을 수행하며, 실생활 결제 수단 및 디지털 금융 서비스 핵심 구성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스테이블코인 시장 진화는 단순 화폐 혁신을 넘어 AI와 블록체인 기술의 융합으로 가속화되고 있다. 다국적 은행인 스탠다드차타드는 올해 스테이블코인 시장은 2300억 달러 수준이며, 2028년까지 2조 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스테이블코인이 더 이상 정적인 디지털 화폐가 아닌, 지능형 금융 인프라로 진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AI 경쟁에서 스테이블코인으로 확산
미국은 트럼프 정부 출범과 함께 민간 주도 스테이블코인 생태계를 지원하는 전략을 택했다. 디지털화폐(CBDC) 발행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고, 대신 달러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적극 지원해 달러 패권 유지 도구로 활용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국채 시장에 새로운 안정적 수요처를 확보하는 동시에 민간 혁신을 통한 기술적 우위 전략을 취하고 있다.
반면 중국은 국가 주도 CBDC 전략으로 맞서고 있다. 2020년부터 디지털 위안화(e-CNY) 시범 운영을 시작해 현재 15개 성, 23개 도시로 확대했다. 2025년 내 전국적 확대와 함께 아시아·아프리카 지역 중심 위안화 기반 결제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스테이블코인을 금융 안정성, 자금세탁 위험, 소비자 보호 측면에서 평가하고 있으며, 법적 근거 마련 논의가 진행 중이다. 다만 논의가 금융 관점에만 치중돼 있고, 연관된 블록체인 기술 논의와 관련 제도 정비가 아직 미흡하다는 지적이다.
스테이블코인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려면 노드 운영과 알고리즘, 스마트 컨트랙트, 웰렛 등 분산 네트워크 전반에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국내 결제기업 대부분이 자체 블록체인 기술이 부족해 해외 네트워크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구조로, 전송 수수료 등이 해외로 유출되는 문제를 야기할 것이다.
◇스테이블코인 기술주권 확보 및 준비
스테이블코인의 금융 인프라 편입이 본격화되며 AI로 인한 산업구조 개편이 가속화되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이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구조적, 제도적인 문제들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먼저 AI 네이티브 스테이블코인 생태계 구축이 필요하다. AI와 블록체인 기술이 융합된 플랫폼 구축과 산업별 응용기술 발굴 지원이 필요하다. 아울러 AI와 5G 인프라를 바탕으로 지능형 스테이블코인 서비스를 발굴하고,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해 유기적인 협력이 되도록 여건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또 스테이블코인 신뢰성 제고를 위해 위기관리 대응 체계 구축이 요구된다. 투명한 준비금 공개와 회계감사 의무화가 필요하다. 코인 발행 및 운영 주체는 전자금융업자와 동일한 수준의 인허가와 감독을 받고, 투자자 보호를 위한 국가 간 규제 공조와 관련 법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스테이블코인은 이제 판도라 상자를 넘어 디지털 경제 핵심 인프라로 자리잡고 있다. AI, 로보틱스, 디지털 자산이라는 세 가지 트렌드가 맞물리며 기술 산업 구조 자체가 재편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는 단순한 추격자가 아닌 새로운 패러다임의 창조자가 돼야 한다.
글 : 도승희 정보통신기획평가원(IITP) 연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