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시론]AI 가치 창출, 개방형 생태계에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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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태원 인텔코리아 대표배태원 인텔코리아 대표

인간의 역사가 시작된 이래 기술은 끊임없이 발전하고 진화 중이다. 산업 혁명과 정보기술(IT) 혁명이 인간의 삶을 변화시켰듯이, 이제는 인공지능(AI)이 인류에게 새로운 방향과 비전을 제시하고 있다. AI는 기존 기술이나 서비스에 단순히 접목되는 것을 넘어, 보다 세분화된 요구에 맞춰 문제를 해결하는 기술로 발전하고 있다. AI는 이미 전 세계적 변화를 만들어냈고, 강력한 도구를 우리에게 제공해주었다.

이런 중요한 변화의 시기를 맞아 세계 각국에서는 AI에 대한 투자를 서두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국회·정부·연구기관·민간 기업 등이 더 나은 AI 정책을 마련하고 AI 기술에 투자하고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연구와 논의를 진행하는 중이다. 특히 기업들은 AI PC부터 엣지, 데이터센터에 이르기까지 호스팅, 온프레미스, 클라우드 등 다양한 방식으로 AI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 이 변화의 초기 단계에 있다. 지난해 조사된 'IDC 아시아·태평양 지역 AI 성숙도 리서치'에 따르면 AI 사용에 대한 큰 관심과 급증에도 한국을 포함한 아태지역 8개국의 전반적인 AI 성숙도는 중간 단계다.

한국의 경우 기업, 정부, 사회·경제 3가지 측면에서 모두 평균 이상이긴 하지만 '리더' 단계인 싱가포르보다 한 단계 아래인 'AI 혁신' 단계로 조사됐다. AI 선진 국가에 이르기 위해서는 아직 더 투자와 발전이 필요한 상황이다.

이 조사에서 나타난 바로는 한국의 AI 인프라 프로비저닝 투자 규모는 3억8632만달러(약 5316억원)로, 광범위한 AI 개발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대규모 투자는 고사양 서버 및 전용 AI 처리 장치와 같은 컴퓨팅 자원 향상에 사용된다. AI나 딥러닝, 거대언어모델(LLM) 같은 대규모 모델을 처리하기 위해서는 거대한 컴퓨팅 자원이 필요하고, 특히 그래픽처리장치(GPU)가 AI가 필요로 하는 컴퓨팅 작업을 가능하게 해 준다는 인식으로 AI 산업 투자의 척도로 많이 언급된다. 그러다보니 GPU 확보나 자체 칩 개발만 하면 되는 것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는데, 이는 단편적인 시각이다.

AI를 통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성숙하고 건강한 토양을 만들기 위해서는 몇 가지 고려해야 할 사항이 있다. 우선 개방형 생태계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AI 수요를 감당하고 지속 가능한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인프라 투자 비용을 효율화 해야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는 독점적인 시장 구도에서 벗어나 개방적인 구도가 필요하다. 기업들에 어느 한 벤더에 종속될 필요 없는 다양한 선택지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인텔의 경우 어디에나 AI를 가능하게 한다는 비전 아래, PC에서 데이터센터에 이르기까지 하드웨어(HW), 소프트웨어(SW), 시스템, 솔루션 전반에 걸쳐 확장 가능한 AI 솔루션을 제공한다. 또 업계 파트너들과 함께, 애플리케이션, SW, 인프라, 컴퓨팅 등 개방적인 생태계에 투자하고 있다.

특히 AI 인프라 투자는 HW도 중요하지만 SW 역량도 중요하다. 실제로 현업에서 기대한 서비스 효과를 보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SW 역량의 차이 때문이다. 인텔이 개방형 표준을 지향하면서 원API(OneAPI), 오픈비노(OpenVino) 등 오픈소스 기반 툴킷을 제공하며 개방형 생태계를 통해 고객들이 쉽게 AI 솔루션을 구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도 그러한 이유에서다.

인텔은 지난해부터 네이버 클라우드와 협력해 AI 가속기인 가우디의 성능과 활용방안을 테스트하고, 가우디 기반 개발 생태계를 국내 학계와 함께 구축하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 클라우드는 이미 AI 모델 개발에 있어서 우수한 기술 수준을 확보하고 있고, 다양한 AI 서비스를 운용해 고객에게 제공하는 중요한 파트너다. 네이버 클라우드는 대규모 AI 모델에서 인텔 가우디의 기본 역량과 성능을 확인하고 있다.

또 인텔과 네이버 클라우드는 학계의 AI 솔루션 개발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GPU 자원이 부족해 국내 학계가 AI 연구 개발에 어려움을 겪고 있음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KAIST 등 여러 대학의 연구실과 협력해 인텔 가우디 기반 오픈소스 SW를 개발하는 'NAVER · Intel · KAIST AI 공동연구센터(NIK AI Research Center)'를 통해 이미 연구 성과가 가시화되고 있다.

우수한 AI 인재 양성도 빼놓을 수 없다. 인텔은 한국 정부와 20년 이상 협력해오며, 미래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 분야에서 협력해왔다. 특히 디지털 준비 프로그램을 통해 AI 인재 양성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처럼 장기적인 AI 산업 발전을 위해서는 단순 HW 투자를 넘어 생태계 전반의 협력과 상생, 인재 양성, 그리고 개방성을 중심으로 이뤄져야 한다. 기업과 정부, 학계가 긴밀히 협력해 기술을 현실에 접목하고, 실제 현장에서 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개방형 생태계를 통해 다양한 참여자가 혁신을 주도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AI 기술이 우리 사회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AI는 이제 특정 기업이나 산업만의 이슈가 아니라 국가 경쟁력과 직결되는 핵심 어젠다다. 미래 세대를 위한 투자이자, 더 나은 사회를 위한 기술적 선택인 만큼, 지속가능한 방향성과 열린 협력을 통해 건강한 AI 생태계를 함께 만들어가야 할 때다. 지금이 바로, 모두가 함께 준비해야 할 AI 시대의 시작점이다.

배태원 인텔코리아 사장 angela.park@intel.com

〈필자〉 배태원 인텔코리아 사장은 1999년 인텔에 입사해 25년 이상 영업, 마케팅, 비즈니스 전략 기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주요 직무를 수행했다. 특히 삼성 담당(어카운트) 팀을 이끌며 인텔 영업 및 마케팅 부서에서 삼성과의 광범위한 비즈니스 관리를 담당해온 바 있다. 2024년 9월 인텔코리아 사장을 맡아 인텔의 혁신을 가속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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