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학습용 데이터 줬다가 되려 피해?…'창작'과 '이용'의 경계 [강민주의 디지털 법률 Insight]

1 day ago 2

"인간 창작 있어야 저작물" 주요국 공통 입장
AI 학습, 저작권법상 '공정이용'?…분쟁 소지 커
NYT vs MS·오픈AI 저작권 침해 소송 결과 주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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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창작물도 '저작물'로 보호해야 하나

AI 학습용 데이터 줬다가 되려 피해?…'창작'과 '이용'의 경계 [강민주의 디지털 법률 Insight]

저작권법은 '인간'의 사상 또는 감정을 표현한 창작물을 저작권으로 보호한다. 이제까지는 대부분의 창작물이 인간의 손을 거쳤기 때문에 '인간이 창작한 것'이라는 저작물 요건에 의문이 제기된 적이 거의 없었다. 저작권 침해의 행위태양 역시 복제, 배포, 발행 등과 같은 인간의 직접적 저작물 사용을 전제로 했을 뿐, 기계가 학습 목적으로 저작물을 활용하는 간접적 사용은 논의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2022년경부터 생성형 인공지능(AI)의 확산으로 AI의 창작물도 과연 저작물로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대량의 저작물을 AI(정확히는 대규모언어모델·LLM)를 훈련하는 데 사용하는 것이 복제권 등 저작권 침해를 구성하는지를 둘러싸고 각종 분쟁이 발생했다.

우리나라에선 아직 생성형 AI를 둘러싼 법적 분쟁이 가시화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지만, 분쟁의 발생 가능성은 다분하다. 해외에서의 앞선 분쟁 사례나 가이드라인이 국내에서 원용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미리 살펴볼 필요가 있다.

美 "인간의 창의성 포함돼야 저작물로 인정"

생성형 AI의 창작물이 저작물로 보호될 것인가와 관련, 2023년 2월 미국 저작권청은 인간이 만든 저작물이 아닌 이미지에 대해선 저작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최종 입장을 발표한 바 있다. 또 2023년과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저작권과 인공지능' 보고서에서 AI 창작물의 저작물성(Copyrightability)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올해 공개된 위 보고서의 제2부에서 미 저작권청은 "인간의 창의적 표현을 위해 AI가 오직 보조적 도구로 사용되는 경우", 즉 "인간이 창작한 저작물을 AI 시스템에 입력하고 이를 AI가 수정한 결과물에 인간의 창작적 표현이 반영된 경우에는 그 부분에 한해 보호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AI 창작물을 인간이 창의적으로 편집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경우에도 그 편집 부분에 대해선 저작물성이 인정될 수 있다고 봤다.

한국 정부도 2023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저작권위원회의 '생성형 AI 저작권 안내서'에서 "AI 결과물은 저작권 등록이 불가하지만, 인간이 창의적으로 수정·보완한 부분에 한해 저작권을 인정한다"고 밝혔다. 미 저작권청의 입장과 일견 유사한 측면이 있다고 보인다. 그 외 일본, 유럽연합(EU) 등 여러 국가가 유사한 방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같은 국가 내에서도 법원에 따라 상이한 판단이 내려지고 있어 국제적 통일 기준은 아직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다.

AI 학습용 데이터 줬다가 되려 피해?…'창작'과 '이용'의 경계 [강민주의 디지털 법률 Insight]

미국에서는 AI를 둘러싼 여러 소송이 진행 중인데, 핵심 쟁점은 AI 모델의 저작물 학습이 미국 저작권법 제107조에서 정한 '공정이용(Fair Use)'에 해당하는지다. 초기 소송들은 AI 모델 훈련을 위한 데이터 및 저작물의 복제 그 자체의 위법성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그러다 2023년 뉴욕타임스(NYT) 사가 마이크로소프트(MS)와 오픈AI 상대로 제기한 소송 이후에는 AI 창작물이 원본 콘텐츠 시장을 대체하며 경제적 손해를 발생시키는지로 핵심 쟁점이 옮겨가는 모양새다. 공정이용 판단의 4가지 요소 중 '저작물이 잠재적 시장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을 입증하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미국 저작권법 107조 '공정이용 판단'의 4가지 요소>

1) 이용의 목적 및 성격
2) 저작물의 성격
3) 이용된 부분이 저작물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중요성
4) 저작물의 이용이 그 저작물의 현재 또는 잠재적 시장이나 가치에 미치는 영향

"AI 창작물이 시장 질서를 파괴하는가?"

원본 콘텐츠에 대한 학습을 토대로 만들어진 AI 창작물이 언론사 등 원본 콘텐츠 생산 업체의 유료 서비스 등을 대체할 경우 콘텐츠 업체의 핵심 비즈니스 모델이 파괴될 수 있다는 주장은 단순히 원본 콘텐츠가 AI를 통해 복제·변형되고 있다는 주장보다 시장의 피해를 설득력 있게 뒷받침하는 논거가 될 것이다.

AI 학습용 데이터 줬다가 되려 피해?…'창작'과 '이용'의 경계 [강민주의 디지털 법률 Insight]

NYT와 MS·오픈AI 간 소송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그러나 저작권법상 공정이용에 관해선 몇 가지 의미 있는 판결이 이미 나왔다. 미 앤트로픽(Anthropic) 사가 LLM을 학습시키기 위해 서적을 활용한 사안에서, 캘리포니아 북부지방법원은 "정당하게 구매한 서적을 이용한 것은 공정이용에 해당하지만, 불법 복제 서적을 학습에 사용한 것은 그 자체로 저작권 침해에 해당해 공정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Bartz, et al. v. Anthropic PBC)했다. 미 로스(Ross Intelligence) 사가 AI를 개발하면서 검색 엔진인 톰슨 로이터(Thomson Reuters)사가 운영하는 '웨스트로(Westlaw)'의 판례 요약 복제물을 무단으로 학습시킨 사안에선 "해당 AI가 웨스트로의 법률 검색 기능을 모방하고 있어 웨스트로의 가치를 훼손하고 시장을 잠식할 가능성이 높다"며 공정이용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Thomson Reuters Enterprise Centre GMBH, et al. v. Ross Intelligence INC)했다.

우리나라의 저작권법 역시 미 저작권법상 공정이용과 유사한 조항(저작권법 제35조의 5)을 두고 있으므로 미국에서의 판결 흐름은 우리나라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유사 분쟁에서 법원 판단에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AI의 발전과 함께 저작권법은 저작물성과 공정이용의 새로운 경계를 설정하는 문제에 직면하게 됐다. AI 창작물의 저작물성 인정 여부와 학습 단계에서의 공정이용 판단은 결국 '인간의 창작 활동을 어디까지 보호할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으로 귀결될 것이다. 해외 판례와 가이드라인을 참고해 우리나라에서도 깊이 있는 논의가 이어져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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