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모델 증류' 규제 본격화…韓 기술 경쟁력 약화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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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재산처가 다른 고성능 인공지능(AI) 모델의 구조를 복제하는 행위인 ‘증류’(distillation)를 규제하기 위해 입법에 착수했다. 미국이 최근 자국 AI 모델에 대한 증류 행위를 강하게 견제하고 나서면서 이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미국과 중국을 따라잡아야 하는 후발주자 한국이 스스로 기술적 추격로를 차단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지식재산처는 최근 AI 모델 증류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기 위해 부정경쟁방지법 개정 절차에 착수했다. 모델 증류란 다른 고성능 AI 모델의 답변을 역추적해 원본의 핵심 지식과 메커니즘을 복제하는 학습 방식이다.

그간 오픈AI, 앤트로픽, 구글 등 미국 빅테크들이 AI 모델 기술을 선도하는 추세 속에서 후발 기업들은 암암리에 증류를 활용하며 격차를 줄여왔다. 빅테크들은 자체 약관을 통해 모델 증류를 금지하려 했지만 사실상 유명무실했다는 평가다. 국내 기업들도 모델 증류를 활용해 AI 기술을 고도화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미국 정부가 최근 들어 자국의 기술 우위를 증류로 무력화하는 중국 기업들을 강력히 견제하기 시작했다. 미 국무부는 지난달 중국의 AI 업체인 딥시크와 문샷AI, 미니맥스를 직접 거론하며 “적대 세력이 미국 AI 모델을 추출·증류하는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지식재산처는 이러한 미국의 견제가 한국 기업으로 언제든 향할 수 있다고 보고 규제를 추진 중이다. 현행 부정경쟁방지법에 ‘타인의 노력과 투자에 의해 만들어진 성과를 무단 사용해선 안된다’는 내용이 있지만 AI 모델 증류라는 새로운 흐름을 다루기엔 충분치 않다는 게 지식재산처의 판단이다.

하지만 해당 입법이 자칫 국내 AI 기술의 발전 동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AI 3강을 목표로 추격하는 입장인 한국이 먼저 나서서 증류를 차단할 필요가 있느냐는 것이다.

지식재산처 관계자는 “국내 기업들 사이에서도 증류 규제의 시의성에 대해 의견이 나뉜다”며 소통을 통해 최적의 입법 속도를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 기자 hj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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