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하면 관련법을 개정해서라도 후진적인 '산재 공화국'을 반드시 벗어나도록 해야겠다. 일상적으로 산업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치의 조치를 해달라."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2일 국무회의에서 산업재해에 따른 사망사고 반복과 관련해 이 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하면서 산업현장 내 안전관리 직무의 중요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안전관리 분야 채용이 종전보다 활성화되기도 했다.
1년차 평균 연봉 '5800만원'…직장인 전체 웃돌아
25일 한경닷컴이 커리어 플랫폼 잡플래닛 연봉 데이터를 입수해 분석한 결과 산업현장에서 작업자 안전과 재해 예방 관련 업무를 맡는 연소득 상위 10% 안전관리 직무 종사자의 평균 연봉은 지난해 1년차 직원 기준으로 5761만원이었다. 같은 기준으로 상위 30%는 4621만원, 상위 50%는 4149만원을 받는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 전반에 걸쳐 안전·보건 관련 업무를 맡는 '환경·안전·보건(EHS)' 직무의 경우 지난해 상위 10% 1년차 평균 연봉이 5809만원으로 조사됐다. 상위 30%와 50%는 각각 4557만원, 4119만원을 기록했다.
상위 10% 평균 연봉이 특히 더 높은 이유는 비교적 기업 규모가 큰 사업장에서 관련 직무 채용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연차 쌓일수록 연봉도 '쑥'…숙련도 따라 인상폭 커
이들 직무는 연차가 오를수록 상대적으로 연봉 인상폭이 가파르게 나타났다. 숙련도가 중요한 직무 특성상 고연차 때 연봉이 빠르게 오른다는 설명이다.
안전관리 직무 상위 10% 기준 3년차 평균 연봉은 5951만원. 5년차엔 6850만원, 7년차엔 8546만원을 기록했다. 상위 30% 평균도 3년차 5120만원, 5년차 5885만원, 7년차 6674만원으로 인상폭이 컸다. 상위 50%의 경우 3년차엔 4673만원이었지만 5년차 5359만원, 7년차 5887만원으로 집계됐다.
EHS 직무는 상위 10% 기준 3년차가 평균 6440만원을 받았다. 5년차와 7년차는 각각 6790만원, 7615만원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상위 30% 평균을 보면 3년차에 5297만원을 받다 5년차에 5691만원으로 오른다. 7년차엔 6450만원을 받아 6000만원대로 진입했다. 상위 50% 평균은 3년차 4732만원, 5년차 5167만원, 7년차 5758만원을 기록했다.
상위 10%만 놓고 볼 땐 현장 안전관리 직무보다 EHS 평균 연봉이 줄곧 높게 나타났다. 하지만 상위 30%, 50% 평균 연봉에선 모든 연차를 통틀어 안전관리 직무가 EHS를 넘어섰다.
산업안전 분야 수요 '증가'…"숙련도 중요, 연봉 인상 빨라"
산업안전 분야 종사자에 대한 수요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계속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산업인력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산업안전기사 응시자 수는 19만6000명으로 전체 국가기술자격 가운데 세 번째로 많았다. 합격자 수도 3만7000명으로 2년 전보다 50% 이상 늘었다.
정부가 산재와의 전쟁을 위한 인력 증원에 나서면서 현장 감독 의지를 불태운 것도 관련 직무 종사자들의 몸값을 높이는 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통령이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산재를 줄이지 못하면 장관직을 걸라"고 말한 이후 정부는 산업안전감독관 300여명을 증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지예 잡플래닛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안전관리·EHS 직무는 숙련도가 중요한 필수 직군인 만큼 연차가 쌓이면서 연봉이 상대적으로 빠르게 올라가는 편"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영 한경닷컴 기자 kd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