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경의 지독한 사랑 "영화만 하다 죽어도 좋을 정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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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경의 지독한 사랑 "영화만 하다 죽어도 좋을 정도" [인터뷰+]

"또래 배우 중 가장 연기를 잘하고,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뛰어난 배우." 넷플릭스 영화 '굿뉴스'를 연출한 변성현 감독의 말이다. 설경구는 홍경에 대해 "그 친구 XX 열심히 한다"며 걸쭉한 칭찬을 퍼붓기도 했다. 공부하듯 연구하고 지독하게 연기하는 배우 홍경이 '굿뉴스'로 돌아왔다.

'굿뉴스'는 1970년대 납치된 비행기를 둘러싼 수상한 작전을 그린 블랙코미디다. 이름도 출신도 베일에 싸인 정체불명의 해결사 '아무개'(설경구)가 중앙정보부장 박상현의 명령을 받고 비밀 작전을 꾸미는 가운데, 엘리트 공군 중위 '서고명'(홍경)이 납치범을 속이고 여객기를 되찾는 임무를 맡으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홍경은 "촬영은 작년 9월 시작해 4개월 정도 걸렸다. 변 감독님이 책을 보내주셨고, 첫 만남에서 보자마자 매혹됐다. 고명이라는 캐릭터에 큰 호기심이 들었다"고 밝혔다. 그는 "처음 캐릭터를 받았을 때는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의지와 이루고자 하는 마음, 솔직한 야망이 돋보였다. 감독님과 이야기하며 이 친구가 왜 이렇게 행동하는지, 어떤 갈등이 있는지 세밀하게 나눴다"고 말했다.

홍경의 지독한 사랑 "영화만 하다 죽어도 좋을 정도" [인터뷰+]

홍경은 고명 캐릭터에 대해 "이 친구는 기본적으로 자기에 대한 프라이드가 강하다. 첫 만남에서 사람을 파악하고, 부족한 점을 동력 삼아 열심히 한다. 상하관계와 명령에 쉽게 따르지 않으며, 임무 수행 과정에서도 명석하게 자신의 것을 챙긴다. 야망과 눈치, 명석함이 모두 있는 친구"라고 설명했다.

고명과의 공통점에 대해 "모든 캐릭터가 완전히 닮거나 완전히 다른 건 없다. 고명 역시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고, 그 점에서 공감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캐릭터 준비 과정에서 감독과 수시로 연락하며 깊이 있는 탐구를 이어갔다. 변 감독은 홍경에게 '지겹다'며 애정 섞인 표현으로 전화를 받았다고. 홍경은 "여태껏 이렇게 자주 만나 대본 붙잡고 시간을 보낸 적은 없었다. 좋은 시간으로 기억된다"고 떠올렸다.

홍경은 변성현 감독에 대해서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변 감독님이야말로 진짜 지독하게 열심히 해요. 모든 배우를 사랑하고, 이야기에 나오는 모든 인물에게 애정을 담아 문을 열어주시죠. 저 같은 젊은 배우가 변 감독 영화에 참여할 수 있는 건 진귀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경험도 많지 않고 테이터도 많지 않은데도 믿고 기용해주셔서 감사한 마음입니다."

홍경의 지독한 사랑 "영화만 하다 죽어도 좋을 정도" [인터뷰+]

캐릭터 준비 과정은 철저했다. 홍경은 근육만 7kg을 늘렸다. 또 영어와 일본어 공부 등 프리 프로덕션 기간 동안 고명을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건강하게 근육을 늘리고 촬영 기간 식단과 운동으로 조절했어요. 영어와 일본어 수업은 일주일에 서너 번씩 했고, 대사를 탐구하며 다양한 가능성을 실험했죠. 언어적인 칭찬이 있다면 그 공은 선생님들께 돌리고 싶어요."

설경구, 류승범, 전도연 등 선배 배우들과의 호흡에서도 큰 배움을 얻었다고 했다. "설경구 선배는 제게 위대한 선배님입니다. '박하사탕', '오아시스'를 제 연배 때 찍으셨어요. 그런 것 보면 너무 경이롭고 말이 안 되죠. 저라는 배우에 대한 정보가 많지 않으셨을 텐데 단 한 순간도 제가 하는 것에 대한 의심을 품지 않으셨죠. 믿음 안에서 과감히 해볼 수 있었고, 다양한 가능성을 탐구할 수 있었습니다."

그는 류승범, 전도연을 언급하며 "이전에도 죽기 살기로 했는데 '굿뉴스' 또한 마찬가지였다"며 "배우로서 가장 좋았던 점은 선배님들의 유연함과 준비 과정을 가까이서 엿볼 수 있었다는 것, 더할 나위 없는 큰 배움이었다"고 덧붙였다.

홍경의 지독한 사랑 "영화만 하다 죽어도 좋을 정도" [인터뷰+]

이번 작품을 통해 홍경은 배우로서 또 한단계 성장했다. "저의 매력이요? 그냥 지독하게 하려는 사람입니다. 매력이라기보다 할 줄 아는 게 그거밖에 없어서요. 성격 자체도 끝을 봐야 하고요. 제가 가진 하나의 장점 아닐까 싶습니다."

홍경은 "'굿뉴스'는 제 소중한 20대 마지막 관문에서 만난 친구"라고 했다. "20대 내내 보이지 않았던 것을 쫓아왔어요. 명확히 설명할 순 없지만, 그 이야기가 바로 이런 이야기였던 것 같아요. 내 안에 뭔가 복합적인 것들이 많았는데 그게 고명이었죠. 말이 거창하지만, 운명이라고 느꼈습니다."

데뷔 초 홍경은 '거품 속에서 살기 싫고 현실 속에 사는 배우가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저는 '무비스타'가 되고 싶어요. 영화를 보며 자랐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크죠. 뭔가 나만의 다른 게 없을까 하다 만난 작품들이 '결백', '댓글부대', '청설', '약한영웅'이었어요. 어떻게 하면 땅에 발을 붙이고 서 있을지, 가깝게 느껴질 수 있는 작품을 찾아가려고 노력했죠."

다가올 30대에 대한 질문에 홍경은 깊게 고민하다가 "솔직히 말씀드리면 별생각이 없다"며 "있는 척을 해보려고 했는데"라며 웃었다. "제가 좀 답답한 구석이 있어요. 조금 더 유연해지고 명확해지는 게 필요한 것 같아요. 좋은 작업자들을 만나고 시나리오, 책 많이 보고 인풋을 많이 하려고 합니다. 하고 싶은 장르는 치정 멜로예요. 파동이 크고 요동치는 사랑 이야기 꼭 한번하고 싶어요."

홍경의 영화 사랑은 지독했다. 그는 "저는 꽤나 재미 없는 삶을 산다"며 "답을 드리면서도 답답한데 저는 영화가 정말 좋다. 이것만 하고 죽어도 될 정도"라고 강조했다.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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