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조직이 생겨날 때 제일 먼저 마주하는 것은 제도의 빈틈이나 시스템의 부재가 아니다. 아무도 닦아놓지 않은 길을 함께 걸어갈 수 있을지, 서로에 대한 믿음이 있는가 하는 문제다. 필자가 몸담았던 한국성장금융이 설립됐을 때도, 부산기술창업투자원의 문을 열었을 때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규정은 미비했고 절차는 불안정했으며, 사무실조차 임시로 꾸린 공간이었다. 우리를 앞으로 나아가게 한 힘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의 마음, 서로를 향한 신뢰였다.
지금 와서 되돌아보니 가장 큰 버팀목은 작은 격려였다. “잘할 수 있다”는 짧은 한마디가 긴 회의보다 더 큰 에너지였고, 때로는 두꺼운 보고서보다 훨씬 큰 힘이 됐다. 작은 성과에도 “좋다, 해냈다”라는 말이 보태지면 구성원의 표정은 달라졌다. 칭찬은 단순한 위로나 순간의 기분 전환이 아니었다. 가능성을 보게 하는 창이었고, 다시 전진하게 하는 원동력이었다. 실패와 시도가 일상처럼 반복되는 창업과 투자 영역에서 그 에너지는 무엇보다 소중했다.
스타트업도 비슷하지 않을까?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조직이다. 시스템은 미완성이고 자원은 부족하며, 불확실성은 늘 크다. 그 속에서 창업가와 팀을 움직이게 하는 것은 ‘해낼 수 있다’는 서로의 믿음, 작은 성취를 함께 기뻐하는 문화가 아닐까. 초기 스타트업이 데스밸리를 넘어 성장해 나가는 힘은 미래에 대한 믿음 속에서 팀 내에 오가는 격려와 신뢰에서 비롯된다.
물론 칭찬만으로 조직이 성장하지는 않는다. 억지로 꾸며낸 칭찬은 금세 들통나고, 공허한 말은 오래가지 못한다. 필자 역시 칭찬에 인색한 사람이었지만 성과가 크든 작든 먼저 칭찬을 건네고, 그다음에 보완점을 말하는 것이 중요함을 깨달았다. 그러면 구성원은 자신이 존중받고 있다는 신뢰를 느낀다. 신뢰는 곧 또 다른 도전을 부르고, 그 도전은 새로운 성과로 이어진다.
‘칭찬은 고래를 춤추게 한다’는 말이 있다. 경험을 통해 그것이 단순한 수사가 아니라 실제 조직을 움직이는 힘이라고 믿게 됐다. 제도와 시스템이 길을 닦는다면, 칭찬은 그 길 위를 걷게 하는 발걸음이다. 특히 신설 조직일수록 불안은 크고 앞길은 보이지 않는다. 스타트업도 마찬가지다. 그럴 때일수록 진심 어린 칭찬 한마디가 나침반이 되고 서로를 붙드는 힘이 된다. 그 말은 구성원에게 ‘우리는 함께 가고 있다’는 신호가 되고, 함께 내딛는 걸음을 더 단단하게 만든다.
오늘도 같은 믿음을 이어가고자 한다. 성과의 크기를 따지기보다 먼저 칭찬을 건네는 것, 그 작은 습관이 결국 조직의 길을 열고 더 멀리 나아가게 한다는 확신 때문이다. 좋은 조직은 규정 위에 세워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를 북돋는 말 위에 세워진다. 그리고 그 말이 쌓일 때 스타트업이든 투자조직이든 비로소 춤추는 고래처럼 생동하는 힘을 지니게 된다.

1 month a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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