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평생 동안(童顔)이었던 적이 없는 필자다. 같은 당 이준석 국회의원이 대선 출마 결심을 갓 했을 무렵, 주변에서는 “너도 경선에 나가서 개혁신당에 대한 여론의 관심을 더 끌어보면 어떻겠냐”는 권유를 한두 번 들은 것이 아니다. 그때마다 필자는 마음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저… 이준석 의원보다 어립니다”고 답했다. 필자보다 한 살 나이가 많은 이 의원도 올해 만 40세가 돼 대통령 피선거권을 갖췄기 때문이다.
필자가 속한 세대는 흔히 MZ세대라 불린다. 이제 ‘MZ’라는 말은 사회적으로 여러 의미를 내포하게 됐다. 개인주의, 능력주의, 탈권위, 솔직함, 재미 추구 등…. 그런데 MZ세대를 설명하는 여러 수식어 중 개인적으로 마음이 아픈 단어는 ‘허무주의’라는 표현이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약간은 꼰대처럼 보일까 걱정도 되지만, 필자는 ‘미래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1972년 미국 컴퓨터 과학자 앨런 케이는 자신의 논문에서 ‘모든 연령층의 어린이를 위한 개인용 컴퓨터’로 ‘다이나북(DynaBook)’이란 개념을 제시했는데 오늘날의 태블릿 PC와 거의 흡사하다. 50년 전 케이가 태블릿 PC의 출연을 예측했던 것일까? 케이를 비롯한 컴퓨터 공학계가 ‘쓰기 편한 컴퓨터’를 만들기 위해 꾸준히 연구를 거듭한 결과였다.
우리 삶은 매 순간 우리가 내린 선택과 기울인 노력의 축적물이다. 그렇게 믿기 때문에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후배를 만날 때면 종종 나이키 광고처럼 “Just do it!”을 외친다. 이런 말을 선뜻 할 수 있는 건 우리가 기울이는 노력의 가치를 믿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이름조차 모르던 신생 정당의 후보로 선거를 치르다가 제22대 국회의원 당선자 명단에 말 그대로 ‘문 닫기 직전’ 이름을 올렸을 때, 가장 감사한 점은 가족의 고생과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다.
‘어차피 안 될 거야’라는 비관보다 의지가 담긴 선택과 진실한 노력 한 스푼이 앞날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 게 조금 더 낭만적인 세계관이 아닐까. MZ세대가 염세적이라는 것은 그 세대의 탓이 아니오, 기성 정치가 ‘기회의 사다리’에 대한 사회적 기대를 걷어차 버렸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필자가 하고 싶은 정치는 정당한 노력에 정당한 대가가 돌아간다는 사회적 믿음을 되살리는 일이다.
2주 정도 지나면 우리는 또 한 명의 새로운 대통령을 만나게 된다. 국민의 이번 정치적 결단은 꼭, 과거에 대한 단순한 반작용이 아니라 미래를 만들어가는 선택이 되기를 간절히 염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