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 국회의원,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수해 현장을 찾아 복구 작업에 참여했다. 기록적인 폭우로 비닐하우스 안까지 다 물에 잠겨서 수확이 얼마 남지 않은 커다란 수박, 멜론이 모두 썩어 버렸다. 못 먹게 된 과일을 밖으로 던져 버리고, 지지대에 매달린 줄기의 뿌리를 뽑고 끈을 풀어 비닐하우스 밖으로 꺼냈다. 마지막으로 제초와 보온을 위해 바닥에 깔린 비닐을 걷어내니 텅 빈 비닐하우스만 남았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땀을 흘리고 애정을 쏟았을까 생각하면, “와줘서 감사하다”고 연신 인사하던 농장 주인의 보이지 않는 눈물이 어렵지 않게 짐작이 간다. 애써 키운 과일을 모두 버리고 같은 곳에서 다시 미래가 불투명한 농사를 시작해야 하는 마음은 얼마나 힘들까?
어떻게든 도움이 되고자 아침부터 찾아간 수해 현장에는 여전히 비가 왔고, 비가 그치니 뜨거운 여름 햇볕으로 비닐하우스 안은 숨이 턱턱 막혔다. 마음은 모든 비닐하우스를 신속히 다 정리하고 싶었지만, 시간이 좀 지나니 지친 몸은 빨리 움직여지지 않았다.
최선을 다해 손을 보태고 돌아오면서, 정치인이 돼 매년 비슷한 시기에 재해 복구 작업을 반복하는 게 과연 홍보할 일인가, 비판받을 일은 아닌가 반성하게 된다. 국민이 원하는 건 반복되는 자원봉사가 아닌 것 같은데.
답답한 마음에 국회로 돌아와 자료를 찾아봤다. 비 피해를 막으려면 물이 빠지기 쉬운 배수로, 잘 안 빠지는 물을 퍼낼 양수기, 물을 저장해 둘 저류지, 모인 물을 하천이나 강으로 보내는 배수장 등 침수 방지를 위한 설비와 시설이 필요하다. 답은 나와 있는데 왜 매년 수해는 반복되는가?
이미 수해 피해 지원을 위한 법안만 30건 넘게 계류돼 있고 재해 현장에 다녀온 의원들도 심각성을 느끼고 있어 특별재난지역 선포나 피해 지원은 어렵지 않게 이뤄진다. 그러나 시급한 피해를 복구하는 데 예산을 쓰고 나면 항상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예산은 부족하다.
국가 지원으로 정비사업을 마친 지방 하천은 이번 폭우에도 범람하지 않았다. 침수 방지 시설로 피해를 막을 수 있다면 과감히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 반면 너무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농지라면 다른 용도로 바꾸도록 지원하거나 국가가 매입해서 저류지 등으로 사용할 수 있다. 비용이 많이 들겠지만 매년 반복되는 수해 복구 인력과 피해 지원 금액 그리고 농민의 고통을 생각하면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정치는 참 어려운 일이다. 수많은 일 중에서 더 중요한 일을 찾아야 한다. 아무리 노력해도 내년에도 폭우는 내리고 수해 복구 작업은 피할 수 없을 것이지만, 정부가 재해를 줄일 중장기 계획과 예산안을 마련해 오길 바란다. 나도 국회 예산결산위원으로서 이를 위한 재원을 마련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