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아이 울음소리가 계속 들리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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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경에세이] 아이 울음소리가 계속 들리기를

몇 해 전 지인의 소식을 들었다. 결혼한 지 5년째 되는 부부인데 아이를 가지려고 여러 번 시도했지만 실패를 반복했다. 어렵게 임신이 됐을 때는 이미 몸과 마음이 많이 지쳐 있었고, 출산 후 산후우울증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 이야기를 듣고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땅에서 아이 하나 낳는 일이 왜 이토록 고된 여정이 됐을까.”

출생율이 떨어진다는 말은 이제 뉴스가 아니라 일상이다. 정부도, 지방자치단체도 저출생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예산 수조원을 쏟아붓고 있지만 수치가 쉽게 반등하지 않는 이유는 ‘정책’만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현실적 두려움이 있기 때문이다. 아이를 낳는 순간부터 시작되는 경제적 부담, 줄어드는 소득, 고립된 육아. 이런 문제 앞에 출산은 선택이 아니라 포기의 대상이 되곤 한다.

과천시 가족센터는 아이돌봄서비스 제공기관 평가에서 경기도 내에서 유일하게 3년 연속 우수기관에 선정됐다. 그만큼 지역 내 돌봄의 품질이 높은 것이다. 여기에 더해 과천시는 경기도 최초로 ‘비담임교사 지원 사업’을 도입했다. 민간·가정 어린이집에 비담임교사 한 명을 배치해 인건비 전액을 시가 지원하는 제도로, 이 교사는 상주하면서 대체교사나 보조교사의 역할을 한다. 교사들의 과중한 업무를 줄이고 아이들에게 더 안정적인 보육 환경을 조성해주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임신과 출산을 위한 지원도 강화됐다. 산모·신생아 건강관리 서비스는 물론 소득이나 나이에 관계없이 난임 시술비를 지원하고, 난자 동결 시술비까지 확대해 누구나 ‘부모’가 되는 길에 더 이상 문턱이 없도록 하고 있다. 단순한 혜택이 아니라 ‘포기하지 않아도 된다’는 심리적 안정감이 이 정책들 속에 녹아 있다.

나는 늘 ‘행정이란 공감에서 시작돼야 한다’고 믿는다. 내 주변의 누군가가 겪은 좌절, 그 이야기를 단지 안타까운 사연으로 흘려보내지 않고 제도와 정책으로 응답하는 것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과천시의 이런 세심한 노력이 모여 작은 변화들이 생겨나고 있다.

과천시의 합계출산율은 2019년 0.78명에서 2024년 1.03명으로 상승하며 수도권 시·군·구 중 1위를 차지했다. 수치 뒤에는 수많은 삶의 사연이 있고, 그 사연을 붙잡기 위한 정책이 있다. 지자체들도 서로 경쟁하듯 더 나은 정책을 펼치기를 바란다. 지자체 간 선의의 경쟁이 저출생 시대 출산율을 높이는 데 하나의 동력이 될 수 있다면 그 또한 반가운 일이다.

오늘도 나는 바란다. 이 땅의 어느 골목에서든 아이의 울음소리가 다시 들리기를. 그리고 그 소리를 반가워하며 함께 키워줄 수 있는 도시가 우리가 사는 과천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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